지구온난화 열쇠, 미국·중국이 쥐고 있다


















[서평]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쓴 <지구재앙보고서>

'금세기 말이 되면 북극에는 빙하가 사라지고, 전 세계는 가뭄과 폭염, 폭우, 해빙 등 심각한 기상 재앙과 맞닥뜨리게 된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중국 상하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여러 도시가 물에 잠길 위험에 놓이게 된다.'
 
지난 2월 초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발표한 기후온난화 보고서의 내용입니다. 이 보고서 작성에는 세계 113개국의 내로라하는 과학자 2500여명이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일부과학자들은 남극과 그린란드 해빙의 속도를 감안하면 해수면이 91~152cm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2040~2050년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자연 수준의 2배인 550ppm에 달해 대재앙이 발생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 원인의 90%이상이 인간 활동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쓴 <지구재앙보고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앙을 상세하게 다룬 책입니다. '지구 기후변화와 온난화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부제에 걸맞게 수만 년에서 수천 만 년을 넘나들면서 기후변화에 관한 증거자료들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통해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신뢰할 만한 근거들을 제안하기 위하여 알래스카,그린란드, 네덜란드, 시베리아, 알프스, 오스트레일리아 대보초, 아프리가 핀보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소를 직접 찾아가서 기후변화의 현장을 둘러보고, 연구에 매달린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넘쳐나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

그녀가 만난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기상학자뿐만 아니라 생물학자, 고고학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밝힌 지구온난화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거들이 이 책을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는 최근 과학계의 여론 일치도에 대한 조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심사 학술지에 발표되고, 이후 대표적인 연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900편 이상의 기후변화 관련 논문을 조사한 결과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반박하는 논문은 단 한 편도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최근 10년간 기후변화와 관련된 논문은 한결같이 지국온난화의 원인은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발표된 IPCC의 연구결과 역시 지구온난화가 인간이 소비하는 화석연료에 의해 초래되었을 가능성이 90%이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2001년 보고서에서는 이 확률이 66%였는데, 6년 만에 인간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이 처럼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정부와 기업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인정하지 않는 일에 매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는 각종 자료를 통하여 지구온난화 위험 경고에 대하여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예들입니다.

"하루 이틀 앞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도 힘드니 기후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본문 중에서)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의 생명체에 유익하다."(본문 중에서)

미국의 무책임한 논리는 그 뿐이 아닙니다. 1997년 버드-하겔 결의안은 "개발도상국에도 선진국에 준하는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합의안도 거부해야한다고 천명"함으로써 사실상 이산화탄소 규제를 거부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시행정부는 '온실기체 배출 강도'라는 새로운 기준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적 산출량에 대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기준입니다. 즉, 탄소 배출 총량이 늘어나더라도 생산성이 그 보다 더 높아지면 배출 강도는 낮아지는 것 입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은 총 배출량이 12%나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기체 배출강도'는 17% 가량 낮아졌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지구재앙보고서>에서 미국정부의 이러한 '눈속임'을 정확하게 지적해내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 열쇠는 미국과 중국에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 여러 가지 지표들을 살펴보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습니다.

"미국은 총량 기준으로 단연 세계 최대의 온실기체 배출국이고 전 세계 온실기체 배출 가운데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1인당 배출량 기준으로도 카타르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필적할 만한 국가가 없다. 1년 동안 미국인 한 명은 멕시코인으로는 4.5명, 인도인으로는 18명, 방글라데시인으로는 99명에 해당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본문 중에서)

"앞으로 15년에 걸쳐 중국경제는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25년 무렵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공장을 현대화하고 예상되는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일부나마 출당한다면, 신규석탄화력 발전소의 수를 3분의 1가량 주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본문 중에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호킨스는 "미국과 중국을 놔두고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을 다룰 수 있어야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문제의 결론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누구도 중국 사람들이 미국사람처럼 살기 위한 노력을 강제로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균등한 배출량 규제에 반대하는 바지파이 인도총리의 주장은 당연해 보입니다.

"우리의 1인당 온실기체 배출량은 세계 평균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하며, 많은 선진국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구환경 자원에 대해 평등하지 않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된다고 보지 않는다."(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미국과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지요. 이 책은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속임수를 잘 꼬집어내는 책 입니다.

미국에서 찾은 희망의 단초들

한편 이 책은 미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사례는 대표적입니다. 주민들이 투표를 통하여 전력회사의 전력도입을 중단시키고 자신들이 전기를 덜 쓰겠다고 결정하였다는 것입니다.

벌링턴시에서는 2002년에 '10퍼센트의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구 온난화에 싸늘한 맛을 보여주자'는 에너지 절약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운동의 성공을 위하여, 쓰레기처리장에서 재활용과 재사용운동을 벌이고 있고, 풍력발전기 설치와 형광등형 전구 교체 운동은 물론 시외곽에 있던 시티마켓을 도심으로 옮겨서 자동차를 타고 쇼핑을 가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벌링턴시가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운동을 벌인 지난 16년 동안 버몬트 주의 전력 사용량은 15퍼센트 가량 상승하였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벌링턴 시의 전력 사용량은 오히려 1퍼센트 떨어졌다."(본문 중에서)

이 밖에도 미국 행정부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바람에 생겨난 여러 가지 운동이 있다고 합니다. 2005년 2월, 그레그 니켈스 시애틀 시장이 '시장들의 기후보호협약'운동을 벌이자 뉴욕, 덴버, 마이애미 시장을 비롯한 170명 이상의 시장이 그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뉴욕, 뉴저지, 델라웨어,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버몬트,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메인주의 관리들은 현재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동결하고 점차 감축에 나서겠다는 합의를 하였다고 하며, 2005년 6월에는 영화배우로 더 잘 알려진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여기에 동참하였다고 합니다.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사례가 희망의 단초가 되어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운동을 이끌었던 클라벨 시장은 "기적의 묘안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하나를 해서 해결될 수는 없고, 열 가지를 해서 해결될 수도 없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수백, 수천 가지나 되기 때문에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이 책은 지구상에 존재하였던 여러 문명이 기후 변화 때문에 멸망하였다는 주장과 증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4300년 전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세워졌던 최초의 제국 '아카드' 뿐만 아니라 고대 마야 문명, 안데스 산맥의 티티카카 호에서 번성하다가 해체된 티와나쿠 문명, 인너스 계곡의 하라파 문명은 모두 기후변화 태문에 멸망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자들은 발굴 작업과 해양퇴적물 연구 등을 통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두고 '액셀러레이터만 있고 브레이크가 없는 차를 모는 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동착취제도가 없어진 것처럼, 노예제도가 없어진 것처럼 결국은 많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결국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기초가 되었던 것은 <뉴욕타임즈>에서 기자생활을 거친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뉴욕커' 연재기사입니다. 그녀는 당시 이 연재기사로 미국과학진흥회의 잡지 부문상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전문연구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형식으로 된 이 책에는 많은 전문 용어와 통계자료 그리고 각종 그래프들, 지도들이 나와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더러 있지만 지구온난화 문제를 이해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만한 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