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진화를 마치고




김상수(kossoo) 기자    
2007-05-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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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첫날,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리고 있다. 싱그럽고 상쾌한 연초록 신록이 온 산천에 보드라운 연초록 파스텔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비가 대지에 스며들면, 나무들은 흙속에 뿌리내린 그들의 실뿌리로, 환호성을 지르며 물을 뽑아 올려 싱싱한 새잎을 꽃보다 아름답게 피워 올릴 것이다.

오전에 울진 산불현장을 떠나 강릉으로 복귀하였다. 울진 산불은 어제 오후에 진화가 완료되었고, 다행이 밤엔 봄비까지 내려 마음이 편안하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남아있는 불씨를 찾아내 진화하는 뒷불정리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비가 내려 숨은 불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예전부터 큰불 뒤에는 비가 내린다는 속설도 있는데 이번에도 입증된 셈이다.

산불진화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의 산림항공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해마다 4월은 기도하듯이 보내게 되었다. 올해는 다행히 큰 산불 없이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4월 29일 밤, 관내 강릉 왕산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밤새 산림항공 진화대원과 일선 산림 공무원들이 동원되어 야간산불을 진화하고(헬기는 야간 비행이 불가하다), 다음날 새벽 4시 반부터 헬기를 계류장으로 이동시키고 시동을 걸기 시작하여 동이 터오기 시작할 무렵 이륙시켰다. 다행이 강릉 왕산 산불은 밤새 지상인력이 불길을 잡아 주어 헬기는 뒷불정리만 하고, 울진 산불현장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울진 산불현장에서는 지휘기를 조종하기도 하며 20여대의 헬기가 산불을 진화하는 중심에 있으면서, 감회가 새로워짐을 느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산불을 잘 진화하는 나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이 넓은 나라에서는 자연 진화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도 한다지만,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산불이 발생하면 한시가 급하게 진화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킴은 물론 지구환경적인 피해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농산촌 주민이 나와서 산불을 진화하였지만, 요즘 주민들은 나와서 구경하는 구경꾼의 역할만 하는 사람도 많고 고령화되어 실제로 산불을 끌만한 주민도 없는 현실이어서 산림헬기가 진화를 전적으로 담당하게 되었? 산림헬기가 화두를 진압하고 군인과 공무원, 주민들이 뒷불을 정리하는 식으로 산불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불을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산림청 헬기 조종사들의 공로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림청 헬기 조종사는 주로 군헬기를 10년 이상 조종한 경력(비행시간 2000시간)으로 채용되어 조종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군인정신과 충성심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로 산불진화 임무를 군대 명령 따르듯이 여기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2005년 양양산불 진화 때 미국에서 임차한 헬기의 조종사가 우리나라 조종사들을 보며 조종술과 사명감에 놀랐다할 정도이니 감히 세계적인 조종사들이라 할만하다.

울진 산불 현장에서도 산불진화 노하우와 정신력으로 무장된 베테랑 조종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산불 현장 상공에서 물을 투하하고 저수지에서 차례로 물을 빨아들이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자연스럽게 차례대로 물흐르듯이 저수지로 진입하는 헬기들. 여유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저수지에서 10여대가 동시에 물을 급수하고는 하늘로 날아 오르는 모습, 이건 그 누구의 지시로는 연출할 수 없는 몸에 밴 조종술과 노하우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멋진 하모니, 그 자체였다.

헬기는 한번 급유 후 이륙하면 보통 2시간 정도 임무를 수행하다가 착륙하여 다시 급유를 받게 되고, 급유 받는 짧은 시간동안 생리현상과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때 김밥이나 주먹밥을 배급받지 못하면 식사도 못한 채 두시간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점심시간 무렵에 착륙한 헬기 조종사는 눈치를 보며 식사가 도착하기를 기다릴만도 하건만, 누구 한사람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없이 식사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하니 군말없이 이륙하는 조종사들의 든든한 모습을 보며 그들의 사명감에 새삼 감동하기도 하였다.

한마음 한뜻으로 산불진화에 일심동체가 된 헬기와 조종사, 정비사, 급유차 운전하는 사람, 오로지 국민의 생명과 산림을 보호해야겠다는 일념이 없다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 산불 현장엔 어김없이 그들이 있기에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