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생명을 지킬 여유를 다 잃었다



















지구는 생명을 지킬 여유를 다 잃었다. 인간세계의 성장과 경쟁에 지쳐버렸다.

1백년에 한 번 일어날까말까 했던 재난이 거의 매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사(NASA)의 <고다드 우주연구소>는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는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했다.
폭풍과 홍수, 가뭄과 산불, 질병과 몰살…. 지구는 지금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따뜻했던 겨울이 6년 동안 계속된 뒤인 1993년 1월 모스크바의 기온은 예년에 비해 4.5℃나 높았다.

"최근의 고온현상은 아마도 온실가스가 원인인 듯 싶다. 온난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러시아 기상청 알렉산더 바시리에브의 말이다.

1991년, 뉴질랜드는 1950년대 이래 기온이 0.5℃ 상승했고, 미국 역시 최고로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1992년 캐나다의 동토층 온도가 1970년대에 비해 1.5℃ 올랐다.

세계보건기구는 지표면의 온도가 2℃ 상승하면 모기의 서식지가 40∼60% 가량 늘어난다고 했다. 그 말을 바로 증명하는 듯 모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에 비상이 걸렸다.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는 아주 무더운 열대지방에서만 발생했었다. 하지만 이제 이 질병은 지구상의 45% 이상의 지역에서 발생한다. 지구온난화가 6℃ 이상의 기온상승을 가져온다면 말라리아는 지구상의 60% 이상의 지역에서 창궐하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기온이 2℃ 올라가자 말라리아가 3백37% 이상 증가했다. 현재 이 병은 지구상에서 매년 2백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지』에서는 다음 세기 중간쯤이면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환자의 숫자가 3백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불개미, 흰개미, 말벌, 진드기 등 벌레뿐만 아니라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야생들쥐의 숫자도 급속히 증가했다.

1993년 뉴멕시코 주 포코너에서는 76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타바이러스' 때문이다. 한타바이러스는 쥐가 옮기는데, 많은 강우량과 지루한 가뭄 뒤에 만연해진다. 그 두 가지 기후조건은 이제 지구상에서 일상적인 현상으로 되어가고 있다. 또 다른 위협은 따뜻한 기온과 높은 수온에서 발생하는 콜레라다. 1991년 남미에서는 콜레라로 무려 5천명이 사망했다. 필리핀 남부지역에서도 1998년 들어 1백19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병충해로 인한 피해 사례는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1991년 겨울 백색 파리 떼가 캘리포니아 남부 지방의 겨울 과일 및 채소밭을 덮쳤고, 1992년 12월 호주 동부지역에서는 집중호우가 내려 그동안의 가뭄이 해갈되자 난데없는 메뚜기 떼와 구더기 무리가 양 떼를 덮쳤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는 1992년부터 3년 연속 무더운 여름이 계속된 후 사상 최악의 느릅나무 좀과 곤충이 수천 ㏊의 삼림을 공격했다. 영국 남부지방, 스코틀랜드 등에서는 왕성한 식욕을 가진 나방이 몰려와 숲과 경작지를 습격해 순식간에 벌거숭이로 만들어버렸다. 미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네바다 주와 애리조나 주에는 1998년 4월 최적의 번식환경을 맞은 수백만 마리의 메뚜기와 흰개미, 모기, 좀벌레 등의 곤충떼가 들판과 집을 습격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도의 경우 1997년 여름까지 2명에 불과하던 말라리아 환자가 1998년에는 22명이나 발생했다. 특히 1994년 엘니뇨 시기에는 봄 가뭄과 열대야 등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홍역이 전년도 보다 1백 배, 말라리아는 20 배, 유행성 하선염은 4 배 가량 높게 나타났으며, 1997년부터 다시 시작된 엘니뇨에도 여름철 전염병이 20여일 가까이 빨리 출현했다. 보건복지부는 1998년 4월말까지 법정전염병 발생 환자가 1천9백12명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1997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2배나 높은 수치이다.

미국 최고의 관광명소라는 플로리다 주의 RV파크가 태풍 토네이도에 휩쓸려 아수라장이 됐고, 홍수를 만난 캘리포니아 북부와 네바다 주·아이다호 주 등은 재해지역으로 선포됐다.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에서도 집중호우로 2만1천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40℃의 이상고온이 계속된 호주에서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 등지에서 5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토지 2만1천5백㏊가 소실됐다. 시속 1백80㎞의 폭풍우가 영국·프랑스·벨기에 등 서부유럽을 휩쓸었고 티베트와 중국에서는 폭설로 1천5백 여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인도네시아는 연무로 2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었고, 베트남은 예전 같지 않은 홍수로 4억 달러에 달하는 농작물을 잃었다.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2천3백 여명이 사망했고, 중국은 양쯔강의 범람으로 무려 3천 여명의 인명과 2백11억 달러 규모의 재산피해를 당했다. 방글라데시 역시 전국토의 3분의 2가 홍수로 침수됐고 7백 여명이 숨졌다.

20세기 말, 말 그대로 '정상적이지 않은' 이상기후가 지구를 강타했다. 그런데, 기상이변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건 인간보다도 다른 생명체에게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진화론의 무대가 되었던 갈라파고스 제도 13개 섬에서도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심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82년 엘니뇨 당시 이곳의 이구아나 중 70%가 주식인 녹색조류의 부족으로 죽어갔으며 희귀펭귄의 80%, 가마우지의 45%가 사라졌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계속된 화재로 2∼3만 마리에 달하던 오랑우탄이 지금은 몇백 마리 정도만 남았다. 삼림이 사라지면서 마하캄강의 물도 줄어 여기에 서식하던 약 2백 마리의 민물 돌고래들의 생존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수마트라 섬의 코끼리와 호랑이는 물론 자바의 코뿔소도 아사 직전의 위기에 있다.

북극 고위도 지방에서는 계절에 걸맞지 않은 따뜻함이 바다표범의 눈동굴을 무너뜨리고 어린 카리부(사슴의 일종) 새끼들의 서식지를 빼앗아 버렸다. 또 작은 얼음덩이들이 녹아버리자 물개의 숫자가 덩달아 줄었고 더불어 북극곰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페루의 로보스데 티에라 섬에서는 바다갈매기들이 주기적으로 '집단자살'을 했다. 뜨거워진 바닷물이 흘러 들어와 플랑크톤을 죽이자 그곳에 살 수 없게 된 바다고기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고…, 갈매기들도 먹고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살고자 하는 바다갈매기들은 지금 내륙까지 찾아들어가 쓰레기매립장을 뒤지고 다닌다.

이렇듯 지구촌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이 엘니뇨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또 어떤 재앙이 찾아올 지, 과학자들도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련의 이상기후들이 완전히 자연적인 재난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또 다른 기후변수, 즉 지구의 기온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나사(NASA)의 <고다드 우주연구소>는 폭풍과 홍수, 화재와 한파, A급 허리케인 등은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했다. 그 예로 이미 지난 1백년 동안 지구온도는 0.5℃ 상승했음을 상기시킨다. 과거 2만년 동안 4℃ 정도 상승한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급상승'한 셈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는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했다. 다른 기상요인들이 지금과 같다고 가정할 때, 세계의 평균기온은 2030년까지 적어도 1℃ 상승할 것이고, 2100년까지는 5℃ 이상 상승할 것이라 한다. 나아가 만일 현재수준으로 온실효과를 만드는 가스가 계속 방출된다면 앞으로 10년마다 기온이 0.2∼0.5℃ 상승될 것이라고. 그렇게 되면? 극지방에 있는 빙하와 고산지대에 있는 만년설이 녹아내려 강과 바다가 팽창하게 된다. 이미 북아일랜드 만한 크기의 얼음 덩어리 두 개가 지난 2년 동안 남극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남극 평균기온이 1950년 이래로 2℃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균열이 나타나는 '라센 B' 빙산도 앞으로 2년 내에 녹아 떨어질 것이라 한다.

 <세계기후회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바다의 높이 또한 10년마다 3∼10cm 높아져서 2030년에는 지금보다 20cm, 2099년까지는 65∼1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온실효과로 빙하가 녹고 바다가 팽창한다? 도대체 내일, 지구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글 / 김소희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