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개구리가 울음을 그친 까닭은?

[환경 미스터리] 황소개구리가 울음을 그친 까닭은?
근친교배로 자연도태한 듯
한때 퇴치하느라 골머리…몇년새 급감
"생태계 폭군에 '보이지 않는 손' 작용"

6년 전인 1998년 여름, 외환위기의 여파로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던 때였다. 정부는 실업자에게 휴지 줍기와 산불 감시 같은 '공공근로'를 시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공공근로에 흥미로운 사업 하나가 추가됐다. 바로 황소개구리 퇴치 사업. 당시 황소개구리는 토종 생물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의 재앙'으로 불릴 만큼 폐해가 컸기에 그런 발상까지 나온 것이다. 전국에서 밤낮없이 울어댔던 '녀석'들. 하지만 몇년 전부터 그 울음소리가 그쳤다, 신기하게도.

1970년대 새마을사업의 하나로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미국에서 수입됐던 이 식용 양서류는 삽시간에 전국의 하천이나 저수지를 점령해 나갔다. 96년 국립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 강원도 일부 고지대를 뺀 전국 저수지.하천.늪 91곳에서 서식이 확인됐을 정도다.

수많은 외래동물이 들어왔지만 황소개구리만큼 공포감을 준 존재는 없었다. 보통 개구리의 10배에 이르는 덩치도 덩치거니와 그 습성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녀석'들의 배 속에서 거미.곤충.물고기뿐 아니라 뱀도 나왔다. 생태계에서 대적할 생물이 거의 없는 포식자로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녀석'들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서울.경기.강원 일대에선 거의 자취를 감췄고 주 서식지인 전남.경남에서도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와 환경부의 일치된 견해다.

"과거 연못에 전부 황소개구리만 보일 정도였는데 많이 줄었다"(이학영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장), "팔당호 주변 수초지역을 자주 다니는데 요즘에는 울음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국립환경연구원 한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 "몇 년 전만 해도 황소개구리 천지였죠. 그런데 요즘에는 본 적이 없어요. 왜 그렇지요?"(경기도 양수리 늪지 주변에 사는 주민 이모씨)….

환경부 관계자는 "정확한 실태 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한창 많을 때의 20~30% 수준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환경부는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소장 심재한 )에 연구용역을 준 상태다.

그동안 '녀석'들을 없애기 위해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벌인 노력은 실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사냥대회를 여는가 하면 정부 과천청사에서 장관이 직접 나서 시식회를 하고 황소개구리 쓸개에 웅담 성분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그럼 이런 노력이 거대한 양서류의 몰락을 가져왔을까.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도 어느 정도는 통했을 겁니다. 하지만 자연의 '보이지 않는 손'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는 가장 큰 원인을 '근친교배'에서 찾는다. 생태계를 점령한 이 양서류가 어미와 새끼, 형제, 자매 등 가까운 혈연끼리만 JJak짓기를 계속했다. 이로 인해 악성 유전자가 대물림되고 유전자 구조가 단순해졌다. 특히 유전자가 단순해지면서 농약.환경호르몬.수질오염물질 등에 적응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럼 원래 서식지인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에서 큰 저수지라고 해 봤자 미국의 작은 연못 수준에 불과할 겁니다. 넓은 수중 환경에서 살던 놈들이 좁은 공간에서 급격히 수를 불리다 보니 근친교배가 불가피했던 거지요."

심 는 미국에서 황소개구리를 들여와 국내 것들과 유전자를 비교하고 있다. 국내 '녀석'들의 유전자 구조가 더 단순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업.대학 같은 인간 세상의 조직뿐 아니라 개구리 세계에서도 지나친 동종교배의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천적(天敵)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같은 외래종인 블루길(파랑볼우럭).큰입배스 등이 황소개구리의 올챙이를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삼림.습지가 훼손되고 물이 살충제 등 화학물질로 더럽혀지면서 안전한 서식지가 줄어든 것 역시 감소 요인의 하나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