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슈퍼 태풍 가능성 높다


















동아시아 온난화‥수퍼태풍 경고 2007년 6월 28일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불어닥친 부산항 부두에선 처참한 광경이 연출됐다. 잇따라 무너져 내린 대형 크레인 11대가 휴지처럼 구겨지며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대형 여객선을 개조해서 만든 해상관광호텔은 선착장으로 떠밀려와 반쯤 기운 채로 좌초됐다. 당시 제주 고산에서 측정된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60m. 태풍 매미의 위력은 이렇듯 강력했다.

‘매미’ 같은 초강력 태풍이 앞으로도 한반도에 닥쳐올까. 시기를 못박을 순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상청의 생각이다. 유희동 태풍황사과장은 27일 “현재 4등급으로 분류된 태풍특보 등급을 5단계로 늘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초강력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지금보다 특보 발령 기준을 더 세밀하게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약?중?강?매우 강’ 등급(표 참조)에서 이른바 ‘수퍼 태풍’ 등급이 하나 더 만들어지게 된다. 유 과장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경우 초속 67m 이상을 (수퍼 태풍의)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정했는지를 알아본 뒤 국내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강력 태풍의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도 수퍼 태풍이 한반도를 덮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가뭄과 폭염, 폭설, 집중호우 같은 이상 기상 현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태풍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안한 징후도 속속 관찰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해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이후 한반도 주변 해수면의 온도 상승폭은 연평균 섭씨 0.06도로, 전 세계 평균치(0.04도)보다 1.5배 가량 높았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태풍의 위력 강화로 이어진다.

부경대 오재호 교수(환경대기과학과)는 “태풍은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하면서 더욱 강력해진다”며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수증기가 많아지고 이것이 태풍의 위력 강화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대 문일주 교수(해양과학부)도 역대 태풍 가운데 순간 최대풍속과 1일 최대 강수량의 1~4위가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 등을 들어 수퍼 태풍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풍의 강도뿐 아니라 태풍과 함께 오는 폭우도 위험하다. 지금까지 기록된 최대 강수량으로는 2002년 태풍 ‘루사’ 때가 최고다. 당시 강릉에 하루 870㎜의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서울대 허창회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폭우 위험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54~1977년 8월과 9월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강수량은 57㎜에서 1978~2005년엔 103㎜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허 교수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사례도 연구했지만 태풍과 함께 폭우가 증가하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유독 한반도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가 지구온난화의 위험에 그만큼 더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가적 차원의 대처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