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쟁 - 몽상과 현실  


















2005/7/18

백악관은 요즘 ‘유노칼(Unocal)’이란 석유회사 문제로 시끄럽다.

미국내 석유업계 9위 업체인 이 회사는 경영 부실을 견디지 못해 최근 M&A시장에 나왔다.대부분의 기업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인수 희망자들은 요리조리 탐침하느라 상당히 오랜 시간을 보내게 마련인데 탐색기도 끝나기 전에 중국의 국영기업이 덜커덕 ‘내가 사겠다’고 선언했다.

미국내 일부 보수층에선 이를 놓고 60년대 말 케네디 대통령을 긴장시킨 쿠바 미사일기지 구축 시도와 비교하며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라며 핫 이슈로 끌어올렸다.

오일히포(Hippo)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은 석유확보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나서 테러국가로 지목된 아프리카의 수단에도 손을 뻗고 있다. 마오쩌둥ㆍ스탈린 이후 40년간 앙숙으로 지내왔던 러시아에도 구애를 보냈다.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서는 어제의 적도ㆍ동지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양상이다.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인 중국이 에너지전쟁에 불을 붙이면서 전 세계가 에너지 확보에 혈안이다.

흔히들 세계 3차 대전은 이미 유전(油戰)이라는 모습으로 발발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산유국들의 자원보호주의 농도는 벌써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중동을 중심으로 한 OPEC(석유수출기구)은 지난해부터 노골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며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같은 시기 세계 5위의 석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쿠바와 함께 중남미 13개국으로 구성된 ‘카리브 석유동맹’을 출범시켰다. 덩달아 천연가스 등 자원대국인 러시아도 가스 생산국들을 모아 OPEC과 유사한 ONGEC(천연가스수출국기구)를 준비 중이다.

에너지를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자원이 없는 소비국들의 운명이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3차대전의 한가운데서 또 다시 자원 강국들에게 운명을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

'에너지 코리아' 정책지원 강화해야

5년뒤 원유개발 10%목표 국가전략 차원 접근 시급

해외유전 日비해 원유 25%, 투자비 10% 불과

"에너지기본법 조속 제정하고 국가에너지委신설해야"
에너지강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난 반세기동안 혼신의 노력을 해왔다. 기업들도 에너지 독립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유정제 기술과 탈황기술로 고품질의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정유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유전ㆍ가스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 대체에너지 개발에 온 정열을 쏟고 있는 연구소 등은 한국을 에너지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2005년 1월1일. 동해가스전 불꽃 뒤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산유국의 꿈’에 Ga슴이 벅찼다. 그러나 동해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초 경질유의 양은 연간 2만7,000배럴. 한해 국내로 수입량 8억배럴에 비하면 한 방울 정도이다. 현실에 돌아오면 석유에 대한 타는 목마름으로 몸살을 앓아야 한다.

2010년 자주원유개발률 10%. 정부의 에너지 관리 목표이다. 3%에 그치고 있는 현재 자주원유개발률을 해외유전개발 등을 통해 3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0년 10%의 자주원유개발률 목표만으로 비산유국의 설움을 씻을 수 있을까.

한 방울의 석유라도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 전쟁이 시작된 지금, 5년 뒤 10%의 자주원유 개발 목표는 뚜렷한 지원책과 계획 없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특히 유전입찰에서 2위보다 40%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중국에 맞서 국가적인 에너지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산유국의 꿈은 몽상으로 그칠 것이다.

이복재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에너지위기가 코앞에 닥친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에너지 및 자원정책 수행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 붙은 에너지전쟁=중국을 진앙지로 에너지 전쟁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조어대(釣漁臺ㆍ센카쿠열도)가 위치한 동중국해에서는 일본과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동중국해는 중국이 80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개의 섬과 3개의 암초로 6.3㎢ 정도에 불과한 조어대?중ㆍ일 에너지전쟁의 도화선인 셈이다.

걸프만ㆍ말라카해협ㆍ동중국해로 이어지는 남사군도 역시 60년대 석유매장사실이 알려지며 중국ㆍ필리핀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브루나이 등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영유권 문제뿐만 아니라 석유확보도 치열하다. 제2의 중동으로 불리는 카스피해의 경우 최근 카스피해 연안 BTC 송유관도 미국ㆍ유럽과 러시아간 대립을 불러일으켰다.

에너지전쟁은 아군도 적군도 없다. 일본은 150억달러의 투자으로 러시아 송유관의 종착지를 당초 예정된 중국 쪽에서 일본과 가까운 러시아의 나홋카로 돌리는 데 성공한데 이어 우방인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월 이란과 아자데간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도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방문, 이란과의 천연가스관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사업에서 손을 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세기 뒤진 석유개발=우리나라의 해외유전개발은 79년 석유공사를 설립으로 시작돼 81년 인도네시아 마두라 광구 공동개발 계약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예멘ㆍ베트남ㆍ리비아 등에서 유전과 가스전에 투자했지만 IMF(외환위기)는 석유개발사업의 기반을 흔들었다. 해외유전개발사업의 결실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 베트남 15-1광구, 리비아 엘리펀트, 미얀마 가스전 등 메머드급 유ㆍ가스전 개발은 20년 투자의 결과다.

하지만 아직도 해외유전개발로 끌어올리는 석유의 양은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은 반세기전인 지난 57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국경에서 석유개발에 성공하며 일본 전체 소비량의 15%를 충족시켰다. 발 빠른 일본의 중립지대 해상광구 개발은 경제대국의 디딤돌이 됐다.

석유개발 사업의 투자규모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24개국 56개 광구. 투자금액은 54억4,988만 달러, 2002년말 기준으로 일본이 340개의 광구에 501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도 멀었다.

◇‘에너지 코리아’를 만들자=한국은 고유가 체제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에너지 해외 의존율이 97.1%에 달한다. 이러한 해외에너지 의존은 국제유가가 1달러 상승하면 경상수지 흑자가 7억5,000만 달러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하락하는 웃지 못할 현실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만큼 지금이라도 석유와 에너지 문제를 풀기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현재 국회가 심의중인 에너지기본법을 조속히 제정 시행해 국가에너지위원회와 자원차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중국도 범정부적인 에너지분제 대책기구인 ‘국가 에너지 영도소조(領導小組)를 구성했다.

서울경제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