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이즈 북상  


















2005/2/14(

"걸리면 다 죽어"… 소나무에이즈 북상

외래 병해충 '재선충' 극성
17년간 여의도 면적 50여배 피해
포항·울진 거쳐 강원도까지 넘봐

우리나라 대표 나무인 소나무가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1㎜짜리 외래 병해충인 재선충(材線蟲)에 감염돼 죽어가고 있다. 이 추세라면 75~100년 안에 남한의 소나무가 멸종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강원도까지 북진 =1988년부터 작년까지 부산, 울산, 전남, 경남·북 38개 시·군·구에서 1만5700㏊(4740만평)의 소나무 숲이 피해를 입었다. 최근 4년간 피해 면적은 5배나 급증했다. 피해를 막기 위해 재선충에 감염된 60만 그루를 잘라냈으나 아직도 30만 그루는 신음 중이다. 재선충은 지난해 9월 경북 포항에서 영덕·봉화·울진을 거쳐 강원도의 백두대간을 넘보는 상황이다.

◆핵폭탄급 위력

국립산림과학원 정영진 박사는 “솔잎혹파리가 재래식 무기라면 재선충의 위력은 핵폭탄급”이라고 했다. 솔잎혹파리에 감염되면 치료를 통해 70%가 회생하는 반면, 재선충 공격을 받은 소나무는 1년 안에 거의 죽는다는 것.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라는 토종 곤충에 붙어 옮겨 다닌다. 솔수염하늘소의 연간 자연확산거리는 1.4~7㎞. 그리 빠르지 않지만 효과적인 저지 수단은 없다.

먼저 항공 방제는 솔수염하늘소를 박멸하지 못한다. 지난해 남부 지역 9000㏊에 3~5회씩 항공 방제를 실시했지만 피해면적을 줄이지 못했다. 또 값싸고 효과가 뛰어난 국산 주사약이 개발됐지만 실용화되려면 2~3년 걸리고 사용 범위가 제한돼 있다.

감염된 나무를 소각·파쇄하거나 훈증 처리해 솔수염하늘소의 서식처를 없애는 노력도 한계에 부딪혔다. 이는 일종의 독가스로 나무 속의 솔수염하늘소 유충(幼蟲)과 재선충을 죽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하루에 100그루를 훈증 처리하기 위해 90명이 달라붙어야 할 만큼 인력 소모가 많은 데다, 감염된 나무토막을 하나라도 남겨 두면 재선충이 또 다시 활개칠 수 있다.

사람에 의한 확산은 훨씬 큰 문제다. 건축자재나 땔감, 조경수로 쓰기 위해 감염된 소나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경우 재선충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본, 대만은 재선충과의 싸움에서 ‘항복’했다. 이들 국가는 소나무 육림을 포기하고 차밭 등으로 산림 용도를 변경하는 중이다.

◆국민적 협조가 절실

정부는 14일 재선충 피해지역인 전국 6개 시·도, 40개 시·군에 방제 대책을 하달했다.

우선 재선충 감염지역(1차 저지선) 내 소나무 33만여 그루를 4월 말까지 모두 벌목해 소독 처리토록 했다. 또 재선충 피해지역 반경 2㎞ 일대를 2차 저지선, 반경 5㎞ 일대를 3차 저지선으로 설정해, 피해 소나무의 외부 반출을 철저히 막을 계획이다. 또 민간 차원의 감시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재선충 피해 나무를 발견, 신고하는 시민에겐 포상금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감염 소나무 반출을 금지하고, 임야 소유주에게 방제활동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재선충 박멸을 위해서는 국민적 협조가 절실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 이상명 박사는 “2~3년 내에 재선충의 북상을 막지 못하면 우리도 일본, 대만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 같다”며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