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1978~2001년까지 한반도 지진 512회…
2001년 이후 증가세 "올 들어서만 20번째"

지난 5월 29일 토요일 오후 7시14분. 책상에서 책을 읽거나 사무실에서 조용히 업무를 보던 사람들은 짧은 순간의 흔들림을 느꼈다. 기자 역시 사무실에서 그 흔들림을 또렷이 느낀 사람 중의 하나였다. 경북 울진 동쪽 바다 80㎞ 지점에서 발생한 진도 5.2 지진이 한반도 전역을 흔들고 지나간 결과다.

5월 30일 오전과 오후에도 울진 앞바다에서 진도 2.0, 2.22 규모의 지진이 두 차례 있었다고 한다. 전날 지진의 여진(餘震)으로 보이는 이날의 지진은 지진계로만 잡혔을 뿐 일반 국민들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비록 해상에서 발생해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5ㆍ29 지진’은 그 파장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토요일 밤의 그 짧은 흔들림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80㎞ 떨어진 해저에서 일어났어도 그 정도였는데 만일 5.2도의 지진이 한반도 내륙에서 일어났다면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음은 물론이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열흘이 넘었지만 울진 지진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다만 ‘5ㆍ29 지진’의 진원지가 해저 12㎞ 지점이라고 밝혀냈을 뿐이다.

한국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남한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은 1978년 10월 충남 홍성 지진이었다. 진도 5.0의 지진으로 홍성군 일대 가옥 118동이 부서졌고 주민 두 명이 다쳤다. 당시 학생이었던 기자는 수덕사와 아산 현충사로 수학여행 가는 길에 홍성을 지나게 되었는데, 민가가 주저앉고 농가의 블록 담벼락이 쩍쩍 갈라진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계기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지진은 1978년 9월 충북 속리산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진도 5.2였다. 한반도에서는 1980년 9월 평안북도 의주에서 진도 5.3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했다. 2003년 3월 23일 전남 흑산도 앞바다에서 진도 4.9의 지진이 발생했고, 같은해 3월 30일에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해상에서 진도 5.0의 지진이 일어났다.

5ㆍ29 지진은 올들어 발생한 20번째 지진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부터 2001년까지 총 512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는 연 평균 21회에 해당한다. 2001년에는 43회의 지진이 발생, 지진 발생 횟수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는 지진관측소가 과거보다 많아지고 관측장비가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과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라고 말하는 해석으로 엇갈린다.

지난해부터 발생한 진도 4.9~5.2 규모의 지진들은 다행히 해상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만에 하나 이런 강도의 지진이 내륙에서 일어났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란, 터키, 아프가니스탄, 일본, 필리핀, 미국 등에서 강진(强震)이 일어날 때마다 그런 대형 지진은 남의 나라에서나 발생하는 것쯤으로 여겨온 측면이 있다. 일본, 필리핀, 미국, 이란, 터키,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등에서 발생하는 대형 지진은 판구조론에 의해 설명이 된다. 특히 최근 들어 대규모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가져온 이란, 터키, 아프가니스탄 등은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의 경계에 있어 이른바 ‘확장 경계’에 의해 지진이 발생했다.
779년 경주 지진… 100여명 숨져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의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반도가 태평양판(板)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판의 경계에서 내륙 쪽으로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지구는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미판, 필리핀판, 아프리카판 등 15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진은 맞닿아 있는 판들끼리 확장하거나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학설이다. 이에 따라 일본, 필리핀,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지속적으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판과 판의 ‘확장 경계’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하나는 20세기 들어 한반도에서 인명피해를 동반한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반도에서도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나온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따르면 서기 779년(신라 혜공왕 3년) 경주에서 지진으로 100여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진 역사상 최고 강도의 지진은 1960년 5월 22일 칠레에서 일어난 진도 9.5의 지진이었다. 3만여명이 사망한 칠레 지진은 판의 안쪽에서 일어났다. 유라시아판 안쪽에 있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초대형 지진들은 판과 판의 확장이나 충돌로 설명되지 않는다. 1556년 1월 23일 중국 산시성에서 발생한 지진은 83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1920년 중국 간쑤성에서 지진이 발생, 18만명이 사망했다. 최근 들어서는 1975년 만주 하이청(海城)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32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976년 중국 탕산 지진은 65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한반도는 일본이나 필리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을 뿐이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독일 포츠담 지구물리연구소 선임연구원 최승찬(崔承讚) 박사는 지난 5월 7일 기상청 초청세미나에서 한반도는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인공위성으로 한반도의 지하정보를 분석한 결과 한반도가 주변의 네 가지 판이 몰리는 힘의 중심에 있는데, 한쪽 힘이 강해지거나 약해지면 힘의 균형이 무너져 대형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 지역의 지진과 달리 판 안쪽에서도 때로는 거대 지진이 일어나는데 이는 판끼리 서로 미는 과정에서 지각 내부에 응축된 압력이 약한 곳으로 터져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상자기사 참조>

기상청 지진담당관실 벽면에는 24시간 작동되는 지진계기판이 붙어있다. 평상시에는 마치 심장박동이 멈춘 사망자의 심장 그래프처럼 일직선에 가까운 떨림이 이어진다. 기상청의 지진계기판은 우리나라 전역에 설치되어 있는 33개의 무인관측소와 연결되어 있다.

무인관측소는 차량과 인적이 다니지 않고 가축들의 이동이 적은 암반 위에 설치한다. 보통 무인관측소 하나를 세우려면 집을 짓는 데 3000만~4000만원, 건축물 안에 들어가는 관측장비값이 1억원 가량이 든다. 기상청은 2007년까지 전국에 무인관측소를 43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지진은 단층활동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단층에 나타나는 지진 발생의 전조 현상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지진은 대부분 예측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1975년 2월 4일 지진을 예측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가지진국은 지진 전조현상을 체계적으로 관찰해오던 중 2월 4일 오후 7시36분, 만주 하이청에서 발생한 진도 7.2의 강진을 예보하였고, 10만명 이상의 인명을 구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이청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12㎞로 1328명이 사망했다. 이 지진은 550㎞ 떨어진 서울에서도 진도 3의 강도로 전달되어 고층건물이 흔들리고 정전(停電)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국가지진국은 1976년 7월 허베이(河北)성 탕산(堂山)에서 발생한 진도 7.6의 지진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24만명이 사망하는 대참극을 빚었다. 포츠담 지구물리연구소 선임연구원 최승찬 박사는 “지각 내부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마그마 운동에 대한 정설(定說)이 없는 데다 지진이 워낙 불규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현대과학조차 지진 예측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1988년 이전 건축물, 지진에 ‘무방비’

지진의 피해 규모는 진원지의 깊이에 따라 좌우된다. 진원지가 지표면으로부터 얕으면 피해는 커지고 그 범위는 좁게 나타나는 반면, 진원지가 깊으면 범위는 넓고 피해 규모는 작아진다. 한국지진연구소(소장 김소구)는 서울ㆍ수도권 지역의 지진예측 모델과 한국의 지진위험연구를 통해 “규모 5.5~6.0의 지진이 수도권에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94년 성수대교가 출근길에 무너졌고,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폭삭 땅으로 꺼졌다. 성수대교는 1979년 10월 준공되었고 삼풍백화점은 1989년 12월 준공되었다. 기상청 우덕모 지진담당관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은 그냥 주저앉았다”면서 “만일 내진 설계가 안되어 있는 건축물을 흔들게 되면 가공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건축물에 내진(耐震) 설계 기준이 적용된 것은 1988년이었다. 6층 이상의 건축물 및 연면적 1만㎡ 이상의 대규모 건축물에 대해서만 내진설계 등 지진에 안전한 구조를 갖추도록 했다. 교량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이 도입된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인 1992년. 결론적으로 1988년 이전에 세워진 건축물과 1992년 이전에 놓여진 다리는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3층 이상의 건축물 및 연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은 모두 내진설계 등 지진에 안전한 구조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마이다스IT 최원호 구조기술팀장(공학박사)은 서울에 진도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예상되는 피해와 관련,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는 5~6층 이하 공동주택이나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은 내진설계의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가장 위험할 수 있다. 둘째는 인구의 40%가 산다는 고층 아파트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세계에 없는 내력(耐力)식이다. 즉 모든 하중을 벽이 저항해야 하는 형태다. 내력식 아파트는 지진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주상복합아파트다. 윗부분은 아파트 형으로 무게가 무겁고 아랫부분은 골조형으로 무게가 가볍다. 비(非)정형성인 주상복합아파트 역시 위험하다.”
◆ 최승찬 박사의 ‘한반도의 대륙 충돌대 위치 추정’

최승찬 박사는 현재 독일에 살고 있다. 최 박사가 5월 초 기상청 세미나에서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강조한 20여일 뒤 진도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학계와 정부와 언론은 다시 한 번 최 박사의 연구 발표에 주목하게 되었다. 최 박사가 발표한 ‘한반도의 대륙 충돌대 위치 추정’의 핵심 요지를 소개한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일부인 남중국판과 북중국판의 충돌 혹은 이동 결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에서는 친링(秦嶺)·다배(大別) 충돌대와 산둥반도를 가로지르는 탄루 단층이 확인되어 남중국판과 북중국판의 경계면이 밝혀졌다. 그러나 그 충돌대가 한반도의 어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다. 다만 경기 육괴(陸塊) 바로 위쪽의 임진강대, 경기 육괴와 영남 육괴를 가르는 옥천대 등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는 두 습곡대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다. 인공위성 탐사자료와 그동안의 지진기록 등을 근거로 남중국판과 북중국판 충돌대의 연장선이 황해를 건넌 후 황해도 해주에서 경기 서부, 홍성 청양 공주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보는 근거는 대륙 충돌에 따른 고압ㆍ고온의 작용으로 형성된 변성암인 에클로자이트나 흑연이 고압 고온을 받아 변한 결과인 다이아몬드 등에 있다. 중국의 탄루 단층대에서는 에클로자이트나 다이아몬드가 잇따라 발견되었다. 반면 임진강대나 옥천대에서는 무스코바이트나 앰피볼라이트 등 생성 압력과 온도가 에클로자이트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변성암이 발견돼 왔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전북대 오창한 교수가 홍성에서 옴파사이트를 발견했다. 이것은 생성온도와 압력이 에클로자이트와 비슷한 변성암이다. 이 지역이 판의 충돌대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물적 증거다. 이것은 인공위성 측정 자료를 통해 내가 추정한 한반도의 충돌대 위치와 일치한다.

한반도는 판 경계면에서 떨어져 있다. 그런데 판 안쪽에서도 때때로 거대 지진이 일어난다. 판끼리 서로 미는 과정에서 지각 내부에 응축된 압력이 약한 곳으로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지진의 흔적인 활성단층이나 소규모 판의 경계면인 충돌대가 바로 약한 곳에 해당한다. 따라 한반도의 충돌대 추정은 지진 가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의 한반도 지진 통계자료를 자기장 중력장 이상 분포와 함께 살펴봤더니 거의 겹친다. 특히 진원의 깊이가 20㎞ 미만인 얕은 지진은 정확히 겹쳤다. 북한 지역의 충돌대는 오래 전에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지진 통계로도 진원이 깊은 지진이 대부분이다. 반면 서해안 지역은 지진이 활발해 지금도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판, 유라시아판의 일부인 아무르판과 오호츠크판의 상호작용에 의한 네 방향의 힘이 한반도에 작용하고 있다. 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 관측 자료를 확인한 결과 강릉은 서남서, 대구는 서북서, 전주는 북북서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힘의 방향과 크기로 보아 네 방향의 힘은 홍성 청양 일대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힘의 균형은 네 방향의 힘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변화할 경우 균형이 깨져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주간조선 2004년 0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