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온난화 - 森林 천지개벽  


















2004/1/28

소나무 20년간 33% 줄었다
소백산 천연기념물 주목 1000여그루 죽어
한라산 온대식물 기승…한대식물 쫓겨나

전남 화순군 북면 백아산(높이 810m) 자연휴양림. 소나무숲으로 유명했던 이곳에 남아 있는 소나무는 9000여그루에 불과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500㏊에 달했던 소나무숲은 80㏊로 줄어든 상태다. 60~70년대 남벌(濫伐)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최근 기온 상승으로 소나무가 참나무 등 활엽수와의 종(種)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화순군의 설명이다.

화순군은 지난 2002년부터 소나무 생육을 저해하는 나무들을 제거하고 고사(枯死)하는 소나무에 영양제를 주사하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두희(韓斗熙) 화순군청 산림과장은 “지난 2년간 소나무 보호에 1억원 가까이 썼지만 기온 상승에 따른 서식 환경 악화라는 대세는 감당이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20년 전 소나무는 한반도 삼림의 60%에 해당하는 384만여㏊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온난화 등으로 인해 256만여㏊로 줄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소나무가 한반도에서 사라지는 등 한반도 전체가 아열대림화될 수도 있다”고 이희봉(李喜奉) 한국나무종합병원장은 말했다.

한반도 주요 산들의 모습이 이처럼 온난화로 인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충북 단양군 소백산(높이 1439m) 국립공원의 천연기념물 244호인 주목 군락도 비슷한 상황이다. 높이 4~20m에, 수령(樹齡)이 대부분 500년을 넘는 주목들의 수가 차츰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3일 소백산 1200m 능선. 1000여그루의 주목들 중 붉은 나무 몸체가 딱딱하게 말라버린 것, 몸통은 죽고 나뭇가지만 간신히 살아 있는 것, 잎이 누렇게 된 것 등 ‘병색’이 완연한 나무들이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아예 말라죽어 원래 모습조차 짐작할 수 없는 주목만 10여그루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자연적인 노쇠와 함께 따뜻해진 고산 기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잘 자라는 이들 나무들은 온도가 높아지면 광합성 작용이 어려워져 에너지 생성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 이경준(李景俊)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자연 상태에서 고사하는 숫자가 100그루에 1~2그루라면 온난화로 고사하는 나무의 수는 100그루당 3~10그루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온난화로 인한 산림 생태계 변화는 제주도 한라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해발 1300m에서 정상까지 추운 날씨인 ‘아고산(亞高山·고산보다 약간 낮은 지역)’ 지역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는 현재 그 면적이 7.2㎢로, 쇠퇴하고 있다.

지난 1996년 고사하는 사례가 처음 발견된 이후 개체 수와 면적이 갈수록 줄어가고 있다고 한라산연구소 연구팀장 고정군(高禎君) 박사는 말했다. 한라산 1500~1700m 고지에 68%가 밀집해 있을 정도로 높은 지역에 서식하지만 따뜻한 날씨로 점점 정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고 박사는 “1000만년 전에는 제주도 해안선에서도 서식했던 구상나무가 이제는 점점 고립돼 가고 있다”며 “따뜻해진 날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지리산 1920m 지점에서 측정한 연평균 기온은 3.7도. 고산 식물이 살기에 적합한 최적 온도 0도 이하를 훨씬 초과한 수치이다.

이에 따라 구상나무와 함께 눈향나무, 시로미, 들쭉나무, 돌매화나무 등 한대성 식물의 분포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 소나무, 참나무, 참억새 등 온대성 식물들은 점점 서식 범위를 넓혀 고지대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참억새의 경우 2년 전까지만 해도 1400m 고지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리목에서 백록담 정상으로 올라가는 1700m 지점까지 북상해 있다.

북반구에서 기온이 1도 올라갈 경우 식물은 따뜻해진 서식 환경 변화에 따라 10~150㎞ 북상한다는 연구 결과이다. 또 수직적으로는 143m까지 올라간다. 만일 21세기 내에 4도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에 따르면 한라산은 구상나무뿐 아니라 눈향나무, 시로미, 돌매화나무 등 한대성 식물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대나무나 동백나무, 참나무 등 온대성 식물들이 가득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