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온난화 - 새들의 이상징후  


















2004/1/5

'강남 제비'제주도 정착…황로, 강원도 번식
철새들 '텃새'화…남방계 새들 자주 몰려와

원래 꿩이 없던 울릉도는 요즘 대량 번식한 야생 꿩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약 1만마리에 달하는 꿩들이 밭에서 무·배추·콩 등을 마구 파먹어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꿩이 울릉도에 처음 들어온 것은 지난 1981년 봄. 개인 사육장에서 식용을 위해 50쌍을 육지에서 반입해 왔다. 그해 가을 사육장 그물이 거센 바람에 찢기면서 그 중 일부가 날아가 자연 방사한 꼴이 됐다. 1982년 겨울 한파를 지나 1983년부터 개체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성인봉 등 곳곳에서 흔히 목격된다. 지난 1999년부터 엽사를 동원해 매년 1200마리씩 솎아내고 있지만 그야말로 조족지혈인 셈이다.

본디 울릉도는 꿩이 살 수 있는 서식조건이 아니다. 겨울철 많이 내리는 눈으로 먹잇감을 찾을 수 없어 월동할 수 없기 때문. 그러나 따뜻한 날씨로 눈이 내리는 양도 줄고 내린 눈도 금방 녹아 사정이 달라졌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적설량은 143.2㎝로, 1961~1971년까지 연평균 적설량 352.7㎝의 반도 안 된다. 온난화로 꿩의 야생 서식 환경이 좋아진 것이다. 이용두(李庸斗) 울릉군 환경보전과장은 “1960년대 초반에는 무릎까지 눈이 왔지만 요즘은 그런 날이 없어 울릉도도 이제 새들이 월동할 수 있는 곳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온난화로 한반도 동물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특히 가장 기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철새들의 경우 30년 전부터 기존 패턴을 뛰어넘는 ‘이상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여름 철새(동남아 지방에서 봄에 왔다가 가을에 날아감)인 제비의 경우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3월에 왔다가 10월이면 따뜻한 동남아 지방 등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 요즘 유입시기는 2월로 1개월 빨라졌으며 날아가는 시기는 11월에서 12월로 점점 늦어지고 있다. 김완병(金完柄) 제주도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은 “거의 1년 내내 제비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 제비’라는 표현이 이젠 옛말인 것이다.

여름 철새인 황로의 경우는 1980년대 초까지 남부 지방에 머물다가 1990년 충북 청주시에서, 1995년에는 강원도 양양까지 올라왔다. 황로는 특히 겨울에 날아가지 않고 백로와 함께 번식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남방계 조류들도 한반도에서 자주 목격된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주로 중국 남부지방에서 많이 사는 긴꼬리때까치의 경우 지난 1994년 12월 충남 대호 방조제에서 관찰된 이후 충남 천수만, 전남 홍도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또 동남아 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는 흰배뜸부기도 매년 여름철에 강화도에서 발견된다. 대만 이남과 일본 규슈 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는 검은바람까마귀는 2001년 4월 홍도에서 첫 관찰된 이후 홍도에 자주 들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철새전문가 백운기(白雲起) 연구관은 “5년 전만 해도 새로 발견되는 남방계 조류들 수가 한 해 2~3건이었는데 이제는 1년에 10건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겨울 철새들의 ‘이상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흰뺨청둥오리의 경우는 10여년 전만 해도 월동 후 전부 시베리아로 날아갔으나 지금은 20% 정도는 남아 텃새화하고 있다. 가마우지의 경우 제주도에서 텃새화하는 개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또 강원도 강릉 경포호의 경우 기러기·큰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의 유입 시기가 최근 들어 10일 이상 빨라지고 있기도 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생태연구소의 오장근(吳長根) 박사는 “철새들은 생존을 위해 이동을 하는데 한반도 날씨가 따뜻해져 이동의 필요성이 떨어짐에 따라 그 이전과는 다른 이동 유형들이 나오고 있다”고 해석했다. 새 전문가인 김수일(金壽一) 한국교원대 교수는 “한반도가 1도 따뜻해졌다는 것은 물의 얼고 녹음에 따라 먹이 조건이 달라지는 새들에게는 엄청난 의미”라며 “이들 조류 생태계의 변화가 우리 인간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