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미래


















최악의 사태는 아직 오지 않았는가?

 서기 1997년 3월 23일, 북대서양의 대부분 지역은 아직 밤의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맑은 하늘 아래 컨테이너 적재선 엘드리치 3호는 뉴욕을 향하고 있었다. 당번인 갑판장 래리 피터슨은 따뜻한 조타실 안에서 바깥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전에도 이러한 시간들을 경험한 그였지만 예사롭지 않은 깊은 대양의 정적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남쪽에서 기이한 청백색의 빛이 나타나 빠른 속도로 밝아지면서 배와 그 주위의 바다를 뒤덮었다. 보름달보다 두 배 이상 크고 빛나는 거대한 불덩어리가 남쪽 하늘에 높이 뜬 채 북북서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때때로 붉고 푸른빛을 띤 거대한 불꽃과 섬광이 뿜어나와 검고 길게 뻗은 꼬리처럼 보이는 형체를 비추었다. 그 불덩어리는 엘드리치 3호앞의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한순간 배는 어둠에 휩싸였다. 잠시 후 불덩어리가 사라진 곳으로부터 거대한 섬광이 일었다. 잠깐 동안 래리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이윽고 안개 낀 동쪽 수평선에 분홍빛 해가 솟아 길고 검은 뱀 같은 불덩어리의 꼬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뚜렷이 나타났다.

 큰 키에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인 뉴잉글랜드인 선장 짐 반스가 조타실에 나타났다.  전 대원은 들으라. 나는 선장이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모든 선원들은 각자 비상시 근무 위치로 돌아가라. 모든 승강구 문을 잠그고, 움직이는 모든 물품은 치우거나 고정시켜라. 10분내에 모든 작업을 끝내도록 한다. 실시!  래리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선장을 바라보았다.

  큰 파도가 덮칠 지 모르오, 피터슨씨. 지독한 악천후가 몰아 칠 것이오. 저기 구름을 보시오.  선장은 말했다.

 래리는 다시 수평선으로 눈을 돌렸다. 수평선 저멀리서 아래쪽은 먹물같이 시커멓고 위쪽은 얼음처럼 하얀 구름이 마치 끓는 물처럼 소용돌이치면서 각도가 30도는 충분히 될 만한 부채꼴 모양으로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거대한 모루 모양의 구름 상층부는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올라 성층권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동안, 커다란 버섯 모양을 한 구름 기둥의 아랫부분에서 검은색과 회색의 줄무늬처럼 보이는 가는 구름 조각들이 천천히 찢어지듯 수평선을 가로질러 떨어져 내렸다. 오전 7시 20분에 선장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을 때, 세 번의 엄청난 폭음이 배 전체를 뒤흔들었다.

 선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몇 분 후 그는 선박회사 뉴욕 사무실의 당직 이사와 통화를 했다. 그는 곧 먼동이 트기 직전 밝은 섬광이 보스턴에서 버지니아주 노포크에 이르는 미국 동부해안 전역을 휩쓸었고, 곧이어 오전 7시 25분쯤에는 세 번의 거대한 폭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른 아침 뉴스 시간에 많은 추측들이 보도되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노 코멘트 였다. 뉴욕의 날씨는 좋았으나 짙은 바다 안개층으로 인해 동쪽의 시계는 흐렸다. 그 안개 뒤로는 폭풍우를 동반한 짙은 구름이 몰려 오고 있었다. 반스 선장은 가공할 지진해일이 해안을 강타할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강조했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이같은 경고에 대해 예의 바르게 대꾸했으나 별다른 관심은 없는 듯한 눈치였다. 선장은 회사와의 통화에 이어 자기 집에 전화를 걸었다.

  당장 만사를 제쳐놓고 모두 차에 태워 가능한 한 빨리 육지 안쪽의 높은 지대로 가시오.  그는 부인에게 말했다. 그때 시각이 오전 7시 40분이었다. 부인이 자초지종을 묻기도 전에 수화기를 쾅 내려놓은 선장은 래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피터슨씨, 부모님이 브루클린에 살고 계시지요?   그분들은 새 건물 10층에 사시니 괜찮으실겁니다.

 수평선에 이상하고 위협적인 물체가 어렴풋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여지껏 선장이 보아온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선장은 가족의 안전에 대한 떨리는 불안가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수평선쪽으로 다시 돌아섰다. 이미 무서운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서쪽과 북쪽의 수평선 전체는 이제 구름으로 완전히 덮여 있었고 이따금씩 번개가 내리쳤다. 수평선에 바로 맞댄 채 너울 거리고 있는 은빛의 얇은 테가 햇살 속에서 드러났다. 20분 후 그 은빛 테는 높이가 60m를 넘는 엄청난 파도로 커져 시속 480km에 가까운 속도로 그들을 향해 덮쳐왔다.

 오전 8시 10분에 엘드리치 3호는 엄청난 파도의 꼭대기에 올라 앉아 마치 지옥의 가마솥처럼 보이는 곳으로 곤두박질칠 기세였다. 바로 앞에는 엄청난 골이 생겼는데 깊고, 모습은 한결같이 어둡고 황량했다. 그 뒤로는 훨씬 더 커다란 파도가 요란한 거품으로 뒤덮인 채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후 4시간 동안 엘드리치 3호는 최악의 태풍에 흔들리고, 떠밀리고, 비와 우박을 얻어맞고,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뒤집어썼다. 그러나 크기로 보자면 첫번째 파도를 능가한 것은 없었다. 두번째로 컸던 것도 높이는 30m가 채 못되었고, 나머지는 9m 정도였다. 정오가 되었을 때 폭풍은 시작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가라앉았다. 엘드리치 3호는 비교적 평온한 바다를 항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반스선장이 미처 말을 꺼내기 전에, 눈을 크게 뜬 무선 통신사가 하얗게 질린 채 조타실로 뛰어들어왔다.

  미국 대서양 해안이 모두 휩쓸려 가버렸답니다.  그가 외쳤다.  해일이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대서양 해안을 덮쳐 뉴욕과 워싱턴, 보스턴이 모두 사라져 버렸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던 부통령이 정권을 위임받고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전국적이 재앙입니다!

 이 혼란스러운 가상 시나리오는 베이질 부스와 프랭크 피치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쓴 (천재지변)이라는 책에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허구이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태양계는 우주의 파편들로 꽈 차 있다. 먼지같이 작은 것들로부터 조약돌만한 크기의 것들, 지름이 몇 킬로미터나 되는 소행성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입자들이 흩어져 있다. 그중 어떤 것은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마침내 지구의 궤도 내에 들어오기도 한다. 100만톤이 넘는 외계의 먼지가 매년 지구를 향하여 쏟아지고, 매일 50만개 정도의 별똥별이 꼬리를 빛내며 하늘을 가로지를 것이다. 이런 것들이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대기권에서 타 없어지지만 가끔 지구의 표면까지 도달하는 것도 있다. 이따금씩 지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큰 유성은 대개 700년만에 한 번 나타난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약 북대서양에 떨어진다면 정말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 여파로 거대한 파도가 소용돌이치면서 북아메리카와 유럽 해안을 강타하여, 해안으로부터 80km 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가옥을 휩쓸고 곳곳이 물에 잠길 것이다. 대서양 연안에 있는 많은 대도시들은 대부분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만일 그와 같은 유성이 도시 한복판에 떨어진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생명을 잃을 뿐 아니라, 하늘이 짙은 먼지로 뒤덮여 어둠에 쌓일 것이며, 그 결과 긴 겨울추위가 몰아닥쳐 지구의 동식물이 대부분 사라져, 6500만년 전 공룡들이 처했던 것과 같이 똑같은 운명에 놓이게 될 것이다.

   지표면 위아래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지구변동의 힘이 장차 어느 순간에 폭발하여 예상치 못한 대재난을 초래할지 알 수 없다.

 지구는 변동을 끊임없이 겪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에너지들이 언제 갑작스럽게 분출되어 변형될지 모르는 위험에 항상 직면해 있다.

조만간 강력한 허리케인이 다시 한번 미국의 동해안을 강타할 것이다. 기압은 뚝 떨어질 것이고 바람은 시속 160km 이상으로 불 것이며, 30--60m 가량의 파도가 해안을 덮칠 것이다. 선박들은 침몰하거나 난파당하고, 가옥들은 휩쓸려 가며, 해안선이 바뀌고, 전에는 메말랐던 넓은 지역들이 바닷물에 의해 늪지로 변할 것이다.

 그 폭풍이 언제 어디를 강타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닥쳐올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 그 폭풍이 한두해로 그친다고 해도, 다른 재난이 또 지구 어딘가를 강타할 것이 뻔하다. 지진, 홍수, 해일, 태풍, 마른 번개, 화산폭발, 기타 자연적 충격들이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다. 이러한 재앙들은 모두 지난 20년 동안 280만명이 넘는 인명을 앗아갔으며, 물리적 피해 또한 엄청났다. 산사태 하나만 해도 해마다 50억 달러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있으며, 열대성 태풍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70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세계의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몇 년 후면 인명 및 재산 피해의 규모도 크게 늘어 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인구 50억 가운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재난을 당하기 쉬운 지대에 살고 있다. 곧 해안 지대, 홍수가 잦은 평지와 삼각주, 비옥한 화산 경사면 들이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인 약 70만명은 베수비오 기슭에 거주하고 있고, 300만명 이상이 나폴리 근처에 살고 있다. 만일 베수비오산이 폭발 한다면--이 화산은 40년간 휴지기에 있으나, 그 휴지기가 길면 길수록 그만큼 강하게 폭발할 가능성도 커진다--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대략 30초마다 지구상 어딘가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나 피해가 가장 큰 지진, 곧 땅이 갈라지고 건물들이 붕괴되며 한해 동안 1만명에서 1만 5000명의 생명을 빼앗아 가는 그런 지진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1억 2300만 인구 모두는 지질학적으로 볼 때 환태평양 화산대 위에서 살고 있다. 그 화산대 주변지역까지도 주기적인 진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진과 화산폭발이 끔찍할 정도로 자주 발생한다. 이 화산대는 자바와 인도네시아,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고원들, 멕시코를 거쳐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진다. 두번째 지진대는 동쪽으로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포함한 지중해를 거쳐서 세계문명 발상지까지, 그리고 터키와 중앙아시아를 통해서 멀리는 동아시아의 중국에까지 걸쳐 있는데, 이곳의 인구는 10억이 넘는다. 역사가 무수히 보여주듯, 이 광대한 지역에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장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남부 캘리포니아를 휩쓸고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지진이다.

 재난의 가능성이 있는 지역 중 가장 우려되는 곳은 길이 1287km의 산안드레아스단층과 위험스럽게 접해 있는 로스앤젤레스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992년 6월 진도 7.5의 강진이 발생했었다. 그 단층을 따라 대형 지진이 대략 150년마다 일어나는데, 마지막으로 대형지진이 일어난 것은 1857년이었다. 과학적인 추정에 의하면 2020년이 되기 전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60퍼센트이다.

 앞으로 발생할 로스앤젤레스 지진은 미국 역사상 그 어떠한 자연재해보다 더 큰 참사와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 올 것이다. 철근을 쓰지 않은 석조건물들이 무너져내려 사람들은 돌더미와 깨진 유리조각에 파묻히게 될 것이다. 이 도시의 고속도로망 대부분이 파손되어 수많은 차뿐만 아니라 구조대원까지도 옴쭉달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때와 똑같이, 하수도가 파괴되고 전기줄이 끊어질것이며, 또 가스관이 터져 소형 화재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모든 비상시설들도 용량부족으로 마비될 것이다. 도시 여러 곳에서는 물을 공급할 수 없을 것이고, 주요 상수도 가운데 3분의 2가 몇 달 동안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300만명이 넘는 도시주민 가운데 적어도 3000명이 그 지진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다. 만일 지진이 교통이 혼잡한 시간에 일어난다면, 거의 2만 1000명이 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또한 겨우 2만 2000개에 불과한 병상으로 8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중상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최종적인 사망자 수는 4만 5000명을 넘을 것이다.

 그 재난의 상세한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산사태와 땅의 균열로 모든 통로가 차단되고 전화도 며칠간 두절될 것이다. 그러나 지진의 여파는 남캘리포니아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결국 도달할 것이다. 무려 2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피해, 그리고 이 지역에 있던 전자 및 방위산업 등 고도의 최첨단 산업이 크게 파괴되어 국가경제가 흔들릴 것이다. 은행들과 여타 기관들의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서 재무거래가 엉망이 되고, 아마도 윌스트리트가 붕괴될지도 모른다. 정부가 비상복구를 위해 많은 돈을 빌리게 됨으로써 이자율이 급상승할 것이다. 재난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몇 년이 소요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외에도 앵커리지에서 찰스턴에 이르는 도시들에서도 예전에 지진이 일어났었고 또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깊고 불안정한 단층지대가 미주리주 남동부 아래를 통과하여, 만일 1811년과 같은 정도로 강렬한 지진을 일으킨다면, 미시시피강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고 1200만명이 죽음의 위험에 처하며 수십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날 것이다.

 지구의 급격한 변동보다 더 무서운 것은 눈에 띄지 않게 다가 오는 질병의 잔인성이다. 현대의학의 발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장티푸스, 콜레라, 황열병이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창궐하고 있다.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어린이들이 매년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홍역, 소아마비, 결핵에 걸려 400만명씩 죽어간다. 말라리아만 해도 해마다 2억명이 감염되어 100만명 가량이 사망한다. 인류 역사상 질병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절반은 바로 이 병 하나 때문에 희생됐다. 그것을 막을 만한 백신도 없고, 그 질병을 옮기는 모기들을 없애려는 시도 역시 살충제를 자주 접한 모기가 면역을 얻는 바람에 실패했다.

 기아에 의한 사망도 마찬가지로 엄청나고 예방하기도 힘들다. 세계 전역에서 4억이 넘는 사람들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1950년대 이후 농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아직도 식량부족으로 매년 2000만명이 죽어 간다. 많은 재난들은 발생하기 전에 징조를 보이고, 또 과학자들은 허리케인이나 회오리바람, 해일의 진로를 알고 활화산의 폭발을 감지할 수 있으며, 한 세대 전만 해도 미래에 일어날 몇몇 지진들의 위치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국제 자연재해 감소기간으로 지정된 1990년 대에는 이러한 노력이 배가될 것이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재해, 곧 예측하지 못하는 일도 항상 일어난다. 아프리카에서 브라질로 유입된 벌이 토종벌들과 섞여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고약하고 공격적인 벌들을 낳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 그 벌들이 중앙아메리카를 거쳐서 텍사스를 향해 천천히 이동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제아무리 묘안을 짜내도 이상한 것,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것, 알지 못했던 것을 미리 예상할 수는 없다.

 18세기 오스트레일리아에 들여 온 토끼가 그 광대하고 좋은 목초지를 먹어치울 정도로 크게 불어나리라고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또는 1976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재향군인회 집회에서 아직까지 과학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미세한 유기체가 발병의 원인이 되어 회원 30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입원한 사건을 예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 폐암발생 요인 중 흡연 다음 가는 것이 지하 암반에서 흘러나와 가옥을 오염시키는 라돈이라는 방사선 가스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 놀라운 일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은 1980년대 초반 느닷없이 나타나 지금 온 지구를 휩쓸고 있는 전염병이다. 이 병이 미국의 몇몇 도시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 이들 도시의 병원들은 희귀한 피부암인 카포시 육종과 다른 희귀한 병들이 늘어 난다고만 보고하였다. 그 환자들은 대부분 젊은 남성 동성연애 자였으며 몇 년 안에 모두 사망했다. 그들의 면역기관들이 기묘하게 파괴되어 그들은 모든 종류의 질병에 무력했다.

  그 불가사의하고 무서운 병은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AIDS)로 알려져 있다.

 맨 처음 에이즈는 성적인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동성연애자들의 질병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병은 곧 주로 혈우병 환자, 정맥주사를 쓰는 마약 상용자, 감염된 산모가 낳은 갓난아기 등 에게서도 나타났다. 그 후 연구자들은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분리시켰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일단 감염되고 나면 거의 언제나 발생하는 그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어떤 약으로도 막을 수 없다.

 그동안 이 전염병의 규모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1983년까지 미국인 약 3000여 명이 감염되었고 1283명이 사망했다. 5년 후 거의 7만명이 이 병에 걸렸고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에이즈는 130개국 이상에서 발생하였으며, 10만 건의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보고되지 않은 건수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는 1000만명의 남녀가 에이즈 바이러스의 보균자들이다.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적어도 그 절반이 발병할 것이고 그들 중 대부분은 3년 내에 사망할 것이다.

 자연적인 질병 이외에도, 인간 스스로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퍼뜨려 그것이 예기치 않게 갑자기 창궐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실험실에서는 과학자들이 새롭고 유익한 생명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살아 있는 세포 내의 유전자들을 조작하고 있다.

인체 내의 인슐린 생성을 관장하는 유전자를 분리해서 그것을 무해한 박테리아와 결합시킴으로써, 그들은 생화학 공장을 통해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인슐린을 다량으로 생산해 냈다. 이와 비슷하게 바다에 누출된 기름을 먹어치우는 박테리아, 곡식이 어는 것을 방지하는 화학약품, 해충을 죽이는 인공 바이러스들과, 엄청나게 큰 새끼돼지와 그밖의 새로운 동물 종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유전공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의 시험관에 있는 유기체 중 어떤 것은 치명적일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정부는 그것들을 실험실안에 안전하게 밀폐시켜 놓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하나가 빠져나가 외부 세계에 확산된다면, 역사상의 그 어느 전염병보다 더 큰 해악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미 다른 곳에서는 인류 발전의 부작용이 환경에 나타나고 있다. 인류가 석탄과 기름을 산업 사회의 동력으로 사용한 과거 200년 동안,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양의 매연과 연기, 기체 폐기물들을 대지 중에 뿜어냈다. 그중 최악의 공해물질은 유황과 질소의 산화물로, 이것은 공기 중을 떠돌아다니다가 지구로 다시 되돌아온다. 이 새로운 기상현상이 바로 산성비이다.

 공장들과 고속도로 쪽에서 부는 바람으로 숲들은 황폐해지고 곡식들은 시들어가며 오염된 호수에서는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전나무들은 병든 갈색으로 변하고 있고, 뉴욕주 애디론댁산맥에 흐르는 시냇물에도 송어들이 사라지고 있다.

산성비에 의해 유독성 해초가 번성하면서 생겨난 주기적인 적조현상이 미국 동부 해안의 어장에 피해를 입혀 어민들이 몇십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

 때로는 환경오염을 피해보려는 노력까지도 역효과를 낸다. 가장 불활성인 산업용 화학물질 가운데 CFC로 불리우는 염소와 불소의 다양한 화합물이 있다. 용제, 냉각제, 플라스틱 포장제, 그리고 분무기의 분사제로 쓰이는 이 CFC는 깨끗하고 독성이 없으며 오래 간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CFC가 공기 중에 방출되면 몇 백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성층권을 떠돌아 다니며 해를 끼친다. 지구 표면으로부터 약 20km 상공에 자리 잡고 있으며 눈에 띄지 않는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양의 자외선은 사람에게 피부암을 유발하고 햇빛으로 인한 그을림으로 물집을 생기게 하며, 각종 동식물의 기형적인 돌연변이의 원인이 되는 등 아주 위험할 수도 있다. CFC는 이러한 자외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오존층을 파괴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성층권의 오존층이 급격히 얇아져 과학자들간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냈고, CFC의 사용을 제한하는 국제협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 협정이 오존층의 감소를 늦출수는 있을 지언정 그것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사이에 자외선은 더욱더 많이 지표면에 도달할 것이고, 암 발생률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농작물들의 발육이 멈춰 많은 사람들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큰 물고기들의 자양분인 플랑크톤과 미세한 해양생물로 가득찬 대양이 위태롭게 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 전문가가 경고하듯이,  생태계 전체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고래, 물개, 펭귄들을 더이상 볼 수 없다.  또한 바다속에 사는 다른 많은 생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쓰레기를 버리고 자연환경을 파괴해가는 것이 어쩌면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벌써 과밀한 상태에 이른 지구에 해마다 인구가 불어나고 있다. 세계 인구가 지금처럼 매년 1.7퍼센트의 비율로 증가한다면 전세계 인구가 지금의 50억에서 2020년에 80억으로 늘어날 것이다. 인류는 식량생산을 위해 비옥한 농토를 피폐하게 만든다. 예를들면, 미국 곡창지대에서는 0.4헥타르당 3톤 이상의 표토가 유실되어 버린다. 우리는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열대우림을 잘라내며 주거지역을 확장하여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동물들을 몰아내고 있다. 현재 지구 표면의 3분의 1 정도가 사막이고, 그 중 약 4분의 1이 과도한 삼림벌채와 과잉경작, 과잉방목등으로 인해 금세기에 들어서서 새로 생긴 것이다. 사하라 사막은 10년에 약 24km 정도씩 남쪽으로 서서히 확장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막의 남쪽에 인접해 있는 나라들이 기근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 가지 이유이다.

 사하라 사막이 확대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세기 동안 지구 전역의 점진적 기온 상승에 있다. 이러한 기온 상승 추세가 계속된다면, 현재 세계 문명의 많은 중심지들은 종말을 거의 틀림없이 맞이할 것이다. 장기적인 지구 온난화가 가져오는 한 가지 파국적인 결과는 해수위의 현저한 상승인데, 이같은 현상은 부분적으로 극지방의 대빙원이 녹아 생겨난다. 극지방에는 물이 2500만 입방 킬로미터 이상이나 결빙되어 있는데, 그 대부분은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만년설 형태로 있다.

 극지방의 방대한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대양의 수위는 최고 63m까지 상승할 것이다.

 기온이 조금만 상승해도 벨기에와 네덜란드, 그리고 세계 대부분의 항구가 무에 잠길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방대한 농토가 유실될 것이다.

브라질과 오스트레일리아 일부는 침수될 것이며,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섬으로 변할 것이다. 대서양의 물은 델라웨어, 플로리다, 루이지애나주를 거쳐서 애팔래치아산맥의 기슭까지 밀려들 것이다. 태평양의 파도는 시에라네바다산맥에 몰아칠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해빙현상이 앞으로 몇십년 사이에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대양의 수면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어떤 곳은 지난 100년 동안 30cm 이상 상승했다. 다음 세기에는 또 30cm에서 90cm가 상승할지도 모르는데, 이것은 부분적으로 빙하가 녹아 유입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지금은 이러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제방이나 방파제, 또는 수문만으로도 그 피해를 막을 수 잇다. 그러나 바닷물이 크게 불어나면 이러한 방지책들은 마치 회오리바람 앞의 소형 텐트처럼 쉽게 날려가 버릴 것이다. 이러한 대재난을 유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남극대륙 서부의 대빙원과 같이 단일한 얼음층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것이다. 빙하는 동결된 상태로 있지만, 기온이 상승하면 얼음 200만평방 킬로미터가 녹아내려 바다 속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고, 해수위를 4.8m에서 5.8m로 높여 세계의 많은 대도시들을 물에 잠기게 할 수도있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과학자들이 이러한 가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온상승을 기후순환에 따른 작은 변동으로 여긴다. 사실 장기적인 기후변동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구는 장기간의 심한 기온하강 국면에 와 있다.

 지구는 과거 3000만년에서 4000만년 동안 내내 빙하기가 계속되어 왔다. 사실 지구의 정상적인 상태는 이러한 빙하기라고 할 수 있는데, 각 빙하기는 대략 10만년 동안 지속된다. 그 사이의 따뜻한 기간, 곧 간빙기는 한번에 1만년에서 1만 2000년을 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불과했다. 우리는 지금 그처럼 따뜻한 한 시기가 끝나는 지점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후의 대빙하기는 약 1만년 전에 끝났다. 다음번 빙하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많은 과학자들은 빙하기가 생기는 근본적 원인을 지구 궤도의 잇달은 수정과 변동으로 극점에 도달하는 태양빛이 적어지는 데에서 찾고 있다. 지구상의 여러 현상들로 말미암아, 다음에 닥쳐올 빙하기는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전에도 일어났던 현상이지만, 화산 폭발이 짧은 기간 동안에 연달아 발생해 지구가 화산가스로 뒤덮일 수 잇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어슴푸레하고 차가운 태양이 희미하게 빛날 것이다.

하얀 잿빛의 표면들이 하늘로 열을 반사시키기 때문에 1월에 내린 눈이 봄여름이 지날 때까지도 녹지 않을 것이다. 농작물들은 온기의 부족으로 시들고 기근이 확산되며 연료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그후 몇년 동안 계속해서 많은 눈이 쌓이면, 거대한 빙하층들이 형성될 것이며 추위는 훨씬 더 심해질 것이다. 지구의 온대지역도 대부분 얼음으로 뒤덮일 것이다. 스칸디나비아도 모두 얼음덩이에 파묻힐 것이며, 영국, 독일, 폴란드의 대부분 지역, 소련 북부도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도 3분의 1즉, 시카고,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뉴욕이 모두 얼음으로 뒤덮일 것이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황량한 툰드라 지역으로 변할 것이다. 마이애미는 새로운 시베리아가 될 것이다.

 남쪽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후 변화로 세계의 사막들은 점차 적도쪽으로 확장되고, 광대한 농토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

한편 수분이 훨씬 더 많이 빙하로 결빙되어감에 따라, 바다가 축소될 것이다. 광대한 대륙붕 지대가 모습을 드러 낼 것이고, 이 건조한 불모지에 사나운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면 태양을 차단하는 먼지구름들이 더 많이 일게 될 것이다. 살아 남은 인류는 혹독하고 냉엄한 생존을 간신히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문명은 사라질 것이다.

 결국에 가서 인류 역사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것은 얼음이 아니라 불일 것이다. 모든 별은 타고난 수명을 가지고 있는데, 태양도 그 예외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억년 후에는 태양의 핵연료가 꺼지기 시작하면서 태양의 중심은 수축되고 그 외각은 팽창하여 최후의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수성과 금성이 폭발에 휘말려 들어갈 것이고, 지구표면은 바삭바삭하게 구워질 것이다. 이 최후의 폭발은 우주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때까지 우리 후손들이 수많은 다른 태양계를 점령하여 식민지로 삼을지도 모르고 누가 여기에서 그 불세례를 경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까지 세계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또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창조적 에너지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