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바람이 몰고 온 공포


















   중서부 전역을 휩쓴 죽음의 회오리바람

 오하이오주 서남부의 데이턴시 동쪽 약 24km지점에 위치한 제니아시는 수요일인 그날 오후 평온했다. A &W 루트 비어(알코올 성분이 거의 없는 콜라 같은 음료)가게 여주인 베티 마샬은 저녁 손님들에게 팔 양배추 샐러드와 햄버거 오리를 두루 챙기느라고 여념이 없었고 여종업원 다이앤 홀은 밖에서 손님 받기에 바빴다. 바로 근처에서는 이 고장 토박이 인디언 토머스 유진이  제니아의 침묵  이라는 음악을 녹음하고 있었다. 시 행정담당관 보브 스튜어트는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결혼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아내 이본과 저녁 식사를 함께할 예정이었다.

 한편 제니아고등학교에서는 수업이 끝난 열여덟 살의 여학생 루스 베누티가 집에서 자기를 태우러 올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지평선에는 검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고 날은 이미 저물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들려오는 소리는 강당에서 나는 목소리뿐이었다.

거기에서는 연극반 학생들이 머지않아 상연될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루스의 시선을 끈 것이 있었다. 서남쪽으로, 옥상 너머 2--3km 떨어진 곳에 커다란 구름 한 점이 시꺼멓게 소용 돌이치기시작하고 있었다. 그 구름은 어느덧 수평으로 빙빙 돌면서 깔때기 모양의 거대한 괴물로 변해버렸다.

 루스 베누티가 방금 목격한 것은 토네이도의 출현이었다. 그것은 인구 2만 7000명의 이 평화로운 도시에 죽음과 대대적인 파괴를 가져올 악몽이었다. 1974년 4월 3일 수요일은 여느 때와는 다른 날이었다. 화요일 일찍부터 중서부 전역의 기상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주 심상치 않은 기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습기를 동반한 온난 기단이, 고공을 빠르게 흐르는 제트 기류에 밀리면서 로키산맥으로부터 동쪽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한랭 전선쪽으로 향하고 있어 두 기간이 충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캔자스시 국립폭풍예보센터의 앨런 피어슨 소장은, 멀리 북쪽으로는 미시간주, 남쪽으로는 미시시피주 등 미국 동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각지역 기상대로부터 보고서가 계속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깊은 수심에 잠긴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토네이도는 전형적인 양상을 띠고 있었지만 그 규모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토네이도는 캐나다에서 멕시코만에 이르기까지 1년간 평균 천여 차례에 걸쳐 미국의 대평원을 휩쓰는데 이것은 동일한 면적의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텍사스주, 오크라호마주, 캔자스주 그리고 미주리주를 둘러싸고 있는 이 길다란 지역을 사람들은  토네이도 통로 라고 부른다.

  토네이도 통로 에서 일어난 토네이도지만, 1974년 4월 3일의 것은 하나의 이변이었다. 18시간 동안에 온타리오주 원저시에서 남쪽으로 앨라배마주에 이르는 전선에서 토네이도가 148 차례나 발생했다. 루스 베누티는 무시무시한 시꺼먼 구름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녀가 살고 있는 한적한 소도시 제니아에 최악의 참변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텅 빈 복도를 달려 강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회오리바람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어요!  숨을 헐떡이면서 그녀는 외쳤다.

  장난인 줄만 알았죠  그때 연극반을 지도하고 있던 교사 데이비드 히스가 당시를 회상했다.  학생들에게 쓸데없는 생각들 말고 연습이나 끝내자고 말할까 하다가 무대에서 뛰어내리며 아이들에게 함께 가서 토네이도를 확인하자고 말했습니다.

 성난 듯 소용돌이치며 불과 180m쯤 떨어진 곳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토네이도였다. 토네이도가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면서 강당 안으로 들이닥치자 선생과 학생들은 미친 듯이 몸을 날려 강당 양쪽 벽으로 바짝 떼를 지어 몰렸다.

 공중에서는 돌과 나무, 벽돌과 흙덩어리, 칼날같이 위험한 수많은 유리 조각들이 비오듯이 쏟아내렸고 대형 각재들이 마치 거인들이 던진 투창 모양으로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녔다.

 하늘 높이 치솟은 검은 기둥의 바람이 시속 64km의 속도로 제니아시를 휘몰아치자 목조 건물들은 무너지면서 산산조각났다. 그리고 무성한 나무들은 잡초처럼 맥없이 뽑혔으며 승용차와 트럭, 심지어 주방의 싱크대까지 무시무시하게 날아다니는 흉기로 변했다. 켄 실즈와 팸 실즈 부부는 마치 애들과 함께 이른 저녁을 먹으려는 참이었는데 그때 쾅 하고 방충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켄은 문을 닫으려고 일어섰다가 아내를 불렀다.  당신 토네이도 본 적 있어?  켄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오는 대선풍을 가리키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토네이도가 들이닥치자 그들은 거실 바닥에 넘어졌고, 순식간에 집과 가재도구도 통째로 사라지고 말았다.

 토네이도 때문에 욕조에서 나오던 버지니아 웰스가 죽었고, A &W 루트 비어 가게는 납작해졌으며 또 크레일러 가구 공장이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루트 비어 가게 종업원 다이앤 홀은 약혼자 리키 팰리스가 가게에 도착하기도 전에 냉장고 밑에 깔려 즉사했다. 신시내티로 가는 47량의 화물차의 경우, 시내로 들어오자마자 요동을 치면서 들이닥치는 깔때기 모양의 토네이도에 의해 후미의 열차 몇 량이 공중으로 날아가 제니아시 중심가에 내동댕이쳐졌다. 또한 붉은 벽돌의 우체국 건물이 박살났고 우체국 직원 오스카 로빈슨은 그 자리에서 압사했으며, 엘보서퍼클럽에 있던 린다 맥키번과 리처드 애덤스가 죽었다. 그리고 스네다이커박물관과 무어헤드하우스와 이 고장에 정착촌이 생길 때 지은 역사적 건조물들이 여러 채 부서졌다.

 토네이도가 파괴시킨 대상들은 매우 선택적이었다. 바람은 우아한 제니아호텔을 거의 전부 망가뜨렸지만 이 호텔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이 묵은 침실만은 남겨놓았다. 123년이나 된 성브리지드성당은 주저앉았으나 오래된 갤러웨이시계탑만은 손상된 곳이 없었다.

 켄 실즈는 허물어진 집의 잔해들을 헤치고 나와 아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냈다. 모두들 무사했다. 그러나 그의 처 팸은, 목에 긴 막대기 하나가 박힌 채 흠뻑 피에 젖어 가망이 없는 상태였다. 켄은 서둘러 그녀를 차에 태우고 시동을 걸었지만 토네이도 내부의 저기압 때문에 타이어 네 개가 몽땅 터졌다. 그러나 그는 덮어높고 차를 내 몰았다. 그러니 망가진 타이어는 하나, 하나 바퀴에서 벗겨져 나가고 있었다.

도로 마다 파손물의 잔해나 뽑힌 나무들로 꽉 막혀버린 것 같았고 한편, 목에 박힌 막대기를 빼내려고 애쓰고 있는 그의 아내를 말려야만 했던 그는 절망감만 더해갈 뿐이었다. 마침내 경찰차 하나가 그의 차를 세웠다. 처음에는 타이어도 없이 가고 있는 차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위급 환자를 보는 순간 경찰관은 팸을 자기 차에 옮겨 태우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인근 병원으로 달렸는데 거기서는 의사들이 수백 명의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팸은 아주 재수가 좋은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토네이도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시간은 모두 합쳐서 2--4분에 불과했지만 그 회오리에 휘말렸던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마치 끝도 없는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데이비드 히스 선생이 학교 강당으로 되돌아가 보니 무대 위에는, 버스가 바람에 날려 강당 지불을 뚫고 떨어져 나둥그러져 있었다. 한편, 시청 앞에서는 시 행정담당관 보브 스튜어트가 주위의 파괴 현장을 둘러보고 서 있었는데 한 보좌관이 정신나간 사람처럼 이렇게 외쳤다.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스튜어트는 대답했다.

난장판이 된 시내를 치워야지. 그러나 우선 화재를 막아야 해.

 그 말의 뜻은 두 가지 큰 화재 원인이 될 가스와 전기 공급을 중단하고 그 다음에 거리를 치우고 무너진 건물 밑에 깔려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구조대를 편성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민들에게 사태를 알리는 방도를 강구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불과 몇 분간에 벌어진 대파괴의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제니아시가 입은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사망자가 33명, 부상자가 1600명, 전파된 건물이 1300동에다 부분적으로 파손된 건물이 2000동이었다. 그리고 제니아시가 한때 자랑하던 단풍나무를 포함해서 수백 그루의 나무들이 사방에 뽑혀 있었고 12개의 교회와 6개의 학교가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그것은 날카롭게 울부짖는 바람소리, 크레일러 가구공장의 목재가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 벽에서 수없이 많은 못이 뽑혀 나가는 소리들이 고스란히 토머스 유진의 녹음기에 잡혔던 것이다. 그 녹음테이프는 16세의 브루스 보이드라는 소년이, 몸을 피하라는 겁에 질린 어머니의 애원을 들은 척도 않고 가정용 무비 카메라로 찍은 파괴실황의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되었다. 나중에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방영된 이 필름은, 아직까지 토네이도의 가장 생생한 현장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날 황폐화된 지역은 제니아뿐이 아니었다. 조지아주의 슈거밸리에서는 랜들 고블이라는 아홉살짜리 소년이 토네이도에 180m나 날려 갔는데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무사했다. 그러나 그의 양친과 두 누이는 불행하게도 무너진 집채에 깔려 죽었다. 그리고 앨라배마주 서북부를 강타한 지독한 대선풍은 재스퍼시의 시청 건물을 납작하게 엎어놓고 주위의 건물들도 몇 채 쓰러뜨렸다.

 점차  토네이도 통로 에 대한 통계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망자수가 315명으로 이것은 연간 전국 평균의 3배에 해당되는, 반 세기만에 처음 있는 최악의 숫자였고 부상자수가 근 5500명 그리고 직접 피해액이 5억 달러였는데, 장기간에 걸쳐 그것을 복구하려면 또 그만큼의 돈이 들것이었다. 주에 따라 생존자들의 정황 설명도 각양각색이었다. 예컨대 가정 주부 실비아 흄스의 경우, 그녀의 고향인 인디애나주 하노버시를 강타한, 깔때기 모양의 세개의 토네이도는  대형 배합기와 비슷한  굉음을 냈다고 했다. 그러나 혼돈과 파괴와 죽음에 관한 얘기는 모두 한결 같았다.

 인디애나주 베어브랜치에서는 회오리바람이 욕실을 뚫고 들어와 핼버트 월스톤이란 사나이를 12m나 밖으로 날려 땅위에 벌렁 나자빠지게 했다. 한쪽 발목과 늑골 다섯 개가 부러지고, 한쪽 폐에 구멍이 난 그는 한쪽 손이 잘려나간 열다섯살 난 아들 마이클의 곁으로 사력을 다해 기어갔다. 그는 출혈을 막으려고 엄지손가락으로 아들의 이두박근 동맥을 꽉 누르고 아내를 보내 구조를 청했다. 모두 생명은 건졌다.

그러나 회복 기간 내내 밤마다 월스톤은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그날의 피해는 부서진 건물들, 파산한 기업들, 심지어는 사상자들만으로 그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즉 이 공포의 날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피해도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켄터키주 루이빌스시 서쪽, 오하이오강이 내려다보이는 두 개의 언덕 위의 조금한 소읍 브랜던버그의 운명이었다. 브랜던버그는, 다른 소읍들과 마찬가지로 한적한 시골 소읍이라서 1673명의 주민 모두가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이곳의 주간 신문  미드카운티 메신저 는  멀리 고향을 떠나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긴 편지 라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었다.

 회계사 래리 앨런의 말을 빌면 브랜던버그는  전체가 그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마을 과 같은 곳이었고 나는 톰 소여였으며 그곳은 내가 사랑하는 곳이었다. 그러한 목가적인 생활은 1974년 4월3일 수요일 오후 돌연 끝났다. 경보도 없이 회오리바람이 한 차례 울부짖으면서 지나가더니 29명의 사람이 죽었고 그 대부분은 방과 후 놀고 있던 어린이들이었다. 슬픔에 Ga슴이 메어진 부모들은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자기 아이들의 시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충격이 가라앉는 데는 물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시무시한 토네이도의 신비를 찾아서

 기상 연구원들은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최근 몇년 동안 토네이도에 관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토네이도 통로 의 중심부에 위치한 노먼에서는 캐나다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차고 건조한 대기가 멕시코만에서 북상하는 따뜻하고 습한 대기와 맞부딪친다. 이렇게 한랭 전선과 온난 전선이 충돌하면 온난 전선의 급속한 상승 기류 때문에 뇌우를 동반한 구름들이 생겨난다. 적당한 기상 상태만 갖추어지면--고도가 서로 다른 바람의 속도와 방향의 변화, 위로부터 내려오는 차가운 기류, 고속으로 이동하는 제트기류의 바람 등--그러한 상승 기류는 선회할 수도 잇다. 그러나 어떤 다른 요인으로 인해 선회하는 대기의 기둥이 본격적인 토네이도로 변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밝혀진 것은, 선회하는 대기의 기둥이 양쪽 끝에서 늘어나면서 공중의 수증기를 빨아들이고 그것이 땅위에 닿게 되면 깔때기 모양의 선풍이 된다는 것뿐이다. 토네이도는 지표상의 먼지, 흙 등을 빨아올리면서 이동함에 따라 색이 점점 거무스름해지는데 그 너비는 1.6km나 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15m 미만인 것도 있다. 마찬가지로 가변적이고 더욱 측정하기 곤란한 것은 토네이도의 힘이다. 회오리바람은 갑작스럽게 나타나므로 현장 관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주 강력한 것들은 계기 측정이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기록된 최고 풍속은 시속 약 370km였는데 이 숫자를 기록하고 풍속계는 바로 고장이 났다. 게다가 그 질풍은 토네이도가 아니었다. 가장 위력적인 토네이도는 시속 480km에 가까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