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변해가는 생물의보고 열대림



















“Salvemos el Planeta!”(지구를 구합시다!)

환경보호의 모범생으로 알려져 있는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 공항에서 20분 가량 떨어진 호텔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런 문구가 적힌 한 장의 카드였다. “침대시트를 세탁하기 위해 전세계의 호텔에서 수천t의 세제와 수백만갤론의 물을 쓰고 있습니다. 세탁이 불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아침에 이 카드를 베게 위에 올려놓으세요. 그러면 시트를 갈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환경을 사랑하는 나라지만 열대림 파괴에서만은 코스타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산호세에서 30여분쯤 차로 달리자 한아름이 넘는 나무들이 잘리고 남은 그루터기들 사이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끝없이 이어졌다.

“저것 보세요. 저 소들이 모두 미국과 스페인으로 수출되는 것들입니다. 이곳도 한 때는 모두 울창한 숲이었지요.”

안내를 맡은 미구엘 파즈(35)가 등 뒤에서 설명했다. 이른바 `햄버거 벨트'다. 선진국 사람들이 먹는 햄버거를 위해 수만년에 걸쳐 생성된 열대림이 파괴되고 있음을 비꼬아 이곳 환경운동가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열대림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브라우리오 카릴로 국립공원은 이곳이 얼마나 울창한 숲이었는지를 짐작케 했다. 그러나 커피와 바나나가 도입된 1830년대에 플랜테이션(수출용 단작농업)이 시작된 뒤로, 한 때 전 국토의 99% 이상이던 열대림은 화전과 개발행위 탓에 이제 18%밖에 남지 않았다.

전 국토의 11%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삼림보호를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그밖의 지역에서는 집채만한 나무들이 잘려 트럭에 실려 가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열대림 파괴가 비단 코스타리카의 일만은 아니다.

전 지구에 걸쳐 벌목, 플랜테이션, 목장, 광산, 석유개발 등 돈벌이 사업으로 해마다 적어도 남한면적의 1.7배에 가까운 15만㎢, 1초에 축구장 2개만큼의 열대림이 사라진다. 이렇게 해서 해마다 남아있는 세계 삼림의 약 2%가 파괴되고 있으며, 이번 세기 들어서만 세계 열대림의 절반이 줄었다.

(사진/ 지난 81∼90년 10년 동안 전세계 열대림의 8% 가량이 인간의 개발행위로 인해 사라졌다. 식량농업기구 제공.)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영국 환경부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생태계 모의실험 결과, 50년 안에 아마존의 모든 열대림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열대림 보존을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열대림은 지구 기후변화의 핵심이자 생물다양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열대림은 지구 육지표면의 7%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 생물의 절반이 살고 있는 거대한 생물 저장고다.

남아메리카의 열대림 5만㎢에 440종의 새가 살고 있는 반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같은 면적에서 8종의 새가 분포할 뿐이다. 페루의 탐보타 보존구역에 서식하는 콩과식물 한 그루에는 영국 전체의 개미 종류보다도 많은 26속 43종의 개미가 살고 있다. 열대림이 얼마나 풍부한 생물종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런 열대림이 개발의 표적이 됨에 따라 지구 생물종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열대림은 쉬지 않고 엄청난 양의 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뿜어내면서 지구의 허파 구실을 한다. 문제는 아마존처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지역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지역으로 변하면서 지구온난화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숲속에 갇혀 있거나,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으로 땅속에 묻혀 있던 탄소가 해마다 50억t씩 세상 밖으로 끌려나오고 있다. 게다가 살아있는 숲의 파괴로 이들이 정화하던 20억t의 탄소가 대기 속에 그대로 남게 된다. 이 때문에 1만년 동안 0.028%로 고정돼 있던 대기중 탄산가스양은 현재 0.035%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열대림보호 민간단체인 네이처 컨서번시의 코스타리카 연구위원인 리카르도 소토소토는 “온대지역과 달리 열대지역은 한번 파괴되면 쉽사리 사막이 돼버린다”며 “열대림의 70~80%가 일단 파괴되면 지구기후에 심각한 변화가 생겨 지구생태계가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가설의 창시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임스 러브록은 “열대우림의 사막화는 수십억에 달하는 제3세계 민중들을 무자비한 가난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이는 어떤 큰 핵전쟁보다도 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 경고했다. 코스타리카/이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