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가 주범 21세기중 해수면 95cm 상승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이 사실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논란 또한 아직 뜨겁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둘러싼 각국 정부와 비정부 기구들의 열기가 더해져 `지구온난화'는 세기를 건너뛰는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98년 한해동안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월간, 연간 최고기온 기록이 새로 쓰여졌습니다. 내년이면 또 다른 기록들이 세워질 것입니다.” 플로리다 주립대 기상학과의 크리슈나무르티 교수는 “지구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환경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표면의 평균온도는 0.4∼0.5도 가량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해수면은 15∼20㎝ 상승했다. 이 가운데 2∼5㎝의 상승은 빙산이 녹으면서 발생한 것이고 나머지는 해수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닷물이 팽창해 이루어진 것이다. 환경관련 국제조직인 기후변화정부간회의(IPCC)는 앞으로 100년간 지표면 온도가 1∼3.5도 더 상승하고 해수면 또한 지금보다 15∼95㎝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온난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마다 으레 등장하는 많은 숫자와 단위들은 사실 단 한가지 결론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최악의 상황? 지구온난화로 생태계가 붕괴돼 인간이 숨쉴 산소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보다 더 최악의 사태가 있을까요?” 미해양기상청 기후예측센터의 토니 반스턴 연구원은 인류가 자초하고 있는 위기의 끝을 그렇게 표현했다.

위기를 부르는 주범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이다. 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가는 한해 13억7천만t을 토해내는 미국이다. 그 뒤를 중국과 러시아가 쫓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총량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에 불과하지만 배출량 증가의 속도는 엄청나다. 90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43.7%로 브라질(15.8%),중국(1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선진국과 주요 개도국들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앞다투어 뿜어내는 동안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크리슈나무르티 교수는 “엘니뇨와 라니냐는 물론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등의 잦은 발생이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80년대 이후 기상이변이 발생빈도와 강도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종말'을 알리는 `환경복음'에 반기를 든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해양기상청 예보국 예보모델센터 홍성유(36) 연구원은 `재앙의 시나리오'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홍 박사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미해양기상청이 신뢰성을 보증하는 예보가 이제 겨우 5일 안팎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몇년 뒤를 내다보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예측모델의 정확성은 한마디로 형편없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립대 기상학과의 제임스 오브라이언 교수도 “현재의 변화는 결코 재앙의 징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지구환경 변화의 메커니즘이 충분히 이해되지 못한 상태에서 몇가지 불충분한 근거로 지구온난화를 확정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몇가지 과학적 공백이 있음에도 `최악의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해양기상청 기후예보센터의 엄재경(50·여) 박사는 “전통적으로 과학자 출신이 임명되던 미해양기상청장을 지금은 정치인 출신이 맡고 있다”며 “지구환경변화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략을 마련하는 미국의 현재 정책방향을 감안해 과학적 엄밀함보다 정책적 판단을 우선시하는 인물에게 중책을 맡긴 것은 상징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각국의 `정책적 판단'은 또다른 논쟁의 대상이다. 지난 11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4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회의는 그 갈등의 일면을 보여준 자리였다.

한국 환경단체 대표로 이 자리에 참석했던 최경송(과천시의원, `청년생태주의자' 대표)씨는 “국가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거래를 뼈대로 하는 유엔기후협약의 합의사항은 즉각적인 이산화탄소 감축을 지연시키려는 일종의 편법”이라며 “먼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주어진 감축목표를 자국 내에서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 “기후문제를 빌미로 국제적인 빈익빈 부익부가 되풀이될 수 있는 위험이 다분한데도 우리 정부는 회의기간 내내 미국 등 선진국의 입장만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더이상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만의 고민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그 위기의 심각함을 알리는 기상이변이 쉼없이 벌어지고, 과학자와 정치가들의 고민 또한 끝이 없다.

기상재앙의 폭풍 속에서 홀로 `무풍지대'를 지키는 한국인들에게 어느 기상학자는 이렇게 충고했다. “과학이 모든 의문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연의 조화로운 메커니즘에 인간의 흔적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고도 심각한 문제다. 환경변화를 예측불가능하게 하고 현대사회발전의 지속성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그 고리를 끊는 것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