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미 아열대 기후 징후



















한반도는 더이상 온대기후 지역이 아니다.

전국 10개 주요 도시의 98년 한해 동안의 월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등에서 땀이 난다. 부산은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매달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어섰다. 전형적인 `아열대기후'의 기온분포다. 같은 기간 평균기온이 9도 이상이었던 서울, 강릉, 대구, 제주 등 4곳도 아열대기후 대열에 금방이라도 합류할 태세다.

연교차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아열대화'의 징후다. 수산진흥원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근해의 겨울철 수온은 평균 1.4도 높아지고 여름은 오히려 0.67도 낮아졌다. 계절간 수온차이가 줄어든 것이다. 덕분에 같은 기간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고는 30∼300%까지 크게 늘어난 반면 한류성 어종인 대구는 10년전에 비해 85%가 줄고, 명태는 10년전의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반도 고온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70년대 사라진 말라리아가 93년 1건이 발생한 뒤 해마다 급증해 올해는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2475건이 나타났다. 또 일본뇌염은 84년 이후 사라졌다가 최근 10년간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95년에 23건에 그쳤던 세균성 이질도 올해 들어 지금까지 454건으로 늘었다. 열대성 전염병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은 셈이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김정우 교수는 “한반도의 기온은 지난 75년간 지구온난화 효과로 0.7도, 도시화 효과로 0.4도가 각각 상승했으나 공기중 이산화탄소량이 현재의 2배가 되는 70년 후에는 현재보다 2.4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2도 정도 상승하면 한반도의 생태계는 전에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우선 강원도와 충북 일대의 고랭지 농업은 완전히 사라진다. 일부 산간지대의 벼농사는 풍년이 들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홍수와 병충해 등으로 인해 수확량이 급감하게 된다. 또 남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애멸구, 끝동매미충, 벼멸구 등 벼 해충이 중부지방까지 북상한다. 진딧물은 아예 월동기간이 없어지며 해충을 중간숙주로 삼는 열대성 바이러스 등 병해도 크게 늘어난다.

홍수도 잦아진다. 기온상승으로 전반적인 수증기 증발량이 늘어 강수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각종 기록을 깨뜨리며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폭우참사도 이런 연유에서 찾는 학자들이 많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기존 생태계의 고리를 끊으면서 한반도 전체를 황폐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꽃들이 일찍 개화하는 바람에 분봉시기를 놓친 벌떼가 도심의 인가를 습격하거나, 이른 봄부터 한마을 전체를 `약탈하는' 모기떼의 극성은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자연의 경고다. 문제는 몇몇 종의 절멸이 아니라 먹이사슬로 연결된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 먹이사슬의 끝에서 받게될 최후의 재앙은 언제나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