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분쟁 인류재앙 새불씨로



















터키 동남부의 시리아 접경 지역. 인류문명을 탄생시킨 유프라테스 강물이 시리아로 흘러들어간다. 잔잔한 수면 위로 정적이 감돈다. 겉보기에는 평온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난 92년 ‘미래전쟁 시나리오’를 만들던 미국 국방성은 이곳에 주목했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 접경지역은 전 세계에서 물 때문에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이란 시리아 3국이 터키를 침공한다. 이들 국가들은 국경선을 넘어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을 점령하고 터키의 아타튀르크댐을 장악한다. 미군이 개입하고 중동 수자원 전쟁은 세계 대전으로 발전한다….” 당시 미 국방성이 만든 보고서엔 인류문명의 젖줄이었던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이 피로 물드는 장면이 가득하다.

평화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강은 더 이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상징하지 않는다. 물부족에 시달리는 나라들이 늘면서, 흐르는 강물은 이제 분쟁의 ‘도화선’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0%가 사는 80개 나라가 물부족을 겪고 있다. 수원확보에 비상이 걸린 각 나라는 경쟁적으로 수자원 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수원지를 외국과 공유하는 탓에, 이런 노력은 나일, 갠지스, 다뉴브, 요르단 등 유역이 지구상의 국제 하천 대부분에서 국가간 분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터키와 이라크 시리아 3국의 분쟁은 그 대표적 예다. 터키는 금세기 들어 국토가 황무지로 바뀌는 ‘사막화 현상’을 겪어왔다. 결국 자국에서 발원하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에 초대형 댐을 지어 수자원 확보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두 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하류의 이라크와 시리아의 ‘생명수’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터키의 국가적 수자원개발사업인 ‘동남부 아나톨리아 프로젝트’(GAP)의 총책임자 올케이 윤베르 장관은 “우리 땅에서 발원해 흐르는 강물을 우리 마음대로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하류국에 물공급을 보장하고, 댐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툭하면 전운이 감도는 이 지역에서 터키의 약속이 끝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67년 중동전쟁도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에 걸쳐 흐르는 요르단강의 수원지 확보 분쟁이 도화선이었다.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서 물길을 차단하자, 이스라엘이 전면 공격에 나서 6일만에 전쟁을 끝낸 것이다.

앞으로도 중동지역은 물 부족과 수원지 확보 분쟁이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건조지역으로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연평균 3% 이상의 경제성장을 하려면, 물부족의 해결은 각 국의 최대 현안일 수 밖에 없다. 중동은 ‘물 문제’에서도 여전히 세계의 ‘화약고’이다.

아프리카 동북부를 흐르는 나일강 유역도 마찬가지다. 하류의 이집트와, 물소비를 늘려 가는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상류국 사이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 각 나라들이 인구증가에 따른 물 수요증가에 대비해 앞다퉈 수자원개발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대학 압달라 교수는 “수자원 분배에서도 강자의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 강대국인 이집트가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상류국들의 수자원개발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 파동이 난다면 금세기 최대의 자원파동이었던 지난 70년대의 석유파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은 석유와 달리 대체재나 보완재가 전혀 없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물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선진국이 물거래를 모색한다면, 개도국이 당장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은 누수방지, 관개확충 등을 통해 예비용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이 문제다. 결국 대규모 예산책정이 어려운 개도국들은 기존의 수원지라도 선점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거기엔 전쟁이란 재앙이 잉태되고 있다. 물전쟁이 예고되는 21세기, 물이 가져올 재앙에서 인류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