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지나면 물값이 금값 된다



















지구촌의 물부족 사태는 물을 무한한 `자유재'에서 희소한 `경제재'로 바꿔놓고 있다. 21세기가 개발도상국에는 ‘물전쟁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 선진국엔 ‘물거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앞으로 물의 수요와 공급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시. 이곳의 주 정부 수자원국 운영센터에 들어서면 주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는 수로가 그려진 커다란 상황판이 눈길을 붙잡는다. 수로의 실제 길이는 1000여㎞. 29개의 댐과 저수시설, 18개 펌프시설, 5개 수력발전소 등이 표시된 상황판 위에서는 갖가지 색깔의 불빛들이 쉴새 없이 깜빡인다.

“유량, 유속, 수위, 수력발전량 등 주 전체의 물 상황을 이 곳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황실장인 론 메케이의 설명이다. 3300만 캘리포니아주 인구에 공급되는 물 사정이 직원 4명인 이 곳에서 통제·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수로 곳곳에 설치된 400여개의 자동감시장치가 각각 수십개 항목의 수자원정보를 몇초단위로 중앙컴퓨터에 전달해오는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캘리포니아의 첨단 수자원 관리체계는 `센트럴 밸리'를 미국 최대의 농산물 산지로 키웠다. 이 곳 농토의 90% 이상은 주 정부로부터 물과, 관련 정보를 공급받는 관개농토다. 지구상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농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캘리포니아의 물사정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 주는 북쪽과 남쪽의 강수량 차이가 크고, 수원의 대부분이 북쪽에 있는 반면 인구는 75%가 남쪽에 몰려 있다. 인구 372만여명의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가 있는 남부의 연 평균 강수량은 100~400㎜ 안팎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는 물을 인위적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땅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어떻게 물을 확보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해 왔습니다.” 수자원국 수석기술자인 재미동포 정일환 박사의 말이다.

캘리포니아주 사람들의 ‘물과의 전쟁’은 지난 1913년 로스앤젤레스 수로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후 콜로라도강 수로 건설, 센트럴 밸리 사업 등 모두 7개의 물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62년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수자원사업(SWP)’은 ‘남는 물을 모아 필요한 곳으로 보내준다’는 목표 아래, 북쪽의 물을 모아 남쪽 농지와 도시에 배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의 물관리 체계는 과학적이고 정교하다. 현재 이 주의 연간 물 수요량은 7800여만 에이커피트.(1에이커피트는 약 32만6천갤론, 식구가 3명인 2가구가 1년 동안 마실 물의 양에 해당) 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수자원국은 물 유출·유입량, 기후변화 등은 물론 지하수 변화량까지 꼼꼼히 확인해 수치화한다. 캘리포니아주의 1인당 하루 생활용수 이용량은 500여ℓ로서, 미국 평균을 넘어선다.

물 수급은 철저하게 상업화의 논리에 따라 이뤄진다. 주 정부와 물 도·소매상, 소비자 사이에 물 거래 시스템이 정착됐다. 수자원국은 현재 29개의 물도매상과 계약을 맺고 있다. 도·소매상이 관할하는 구역은 완벽하게 자치적이다. 만약 옆 구역의 주민들이 물이 모자란다고 해도 절대 `공짜로' 물을 주는 일은 없다.

물 거래가 본격화하면서 각 구역별로 물 절약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절약할수록 물의 수급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물 경찰'을 순찰하게 해 물낭비를 줄이고, 절수용 변기와 수도꼭지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새크라멘토 시트러스 지역의 물 소매상인 데이비드 캐인 부사장의 말이다.

이 지역의 1가구당 연간 물 사용료는 166달러다. 하지만 물이 귀한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일대는 300~500달러, 산타바바라 지역은 그 이상일 정도로 지역마다 큰 차이가 난다.

19세기 `골드 러시'가 있기 전까지 황무지로 인식됐던 캘리포니아. 하지만 최근엔 해마다 50여만명의 유입인구가 생길 정도로 `살기좋은 땅’으로 탈바꿈했다. 사막을 낙원으로 바꾼 원동력은 바로 물의 소중함을 일찌감치 깨달은 데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