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원천 바다, 이젠 종말처리장인가




















홍콩에 적조가 갑자기 밀어닥쳤다. 홍콩섬 부근 1500개 양식장에서 기르던 물고기의 3분의 2가 떼죽음을 당했고, 어민들은 700만 홍콩달러(14억원 가량)의 피해를 보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홍콩 건강당국은 적조 영향으로 일부 어패류에 알렉산드리움 엑스카바툼이라는 독성물질이 포함됐다고 발표해 소비자들을 섬뜩하게 했다. 지난 87년 과테말라에서 바다 물고기와 조개류를 먹은 주민 26명이 집단 사망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유럽국가들은 해마다 여름 성수기에 적조로 해변을 폐쇄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이 때문에 매년 관광수입의 10~20%가 줄고 있다고 밝힌다.

무섭게 변해버린 적조의 몇가지 피해 사례다.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적조연구 권위자인 피터 프랭스 박사는 이에 대해 “적조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마구버린 질산염 인산염으로 급격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독성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즉 도시의 생활하수와 비료 등에 포함된 오염물질의 과다한 배출이 독성 적조의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해변 100㎞ 이내에 거주하는 세계 인류의 절반과 해변 또는 인근에 자리잡은 13개 세계 거대도시, 하수처리장 없는 개발도상국 주민 17억명 등은 하루 200억t의 하수를 바다로 쏟아내고 있다. 프랭스 박사는 “독성 적조는 일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머잖아 전세계의 모든 해안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바다 생태계는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신음하고 있다. 인간은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용적 13억7천㎦인 바다를 무한한 존재로 여겨 각종 쓰레기 등 오염물질을 마구 버렸다. 지구의 시궁창 취급을 받아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바다는 물고기 바다새 등 해양생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거침없이 복수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바다는 앞의 생활하수 등의 영양염류 방류 이외에 △중금속 등 독성물질 배출 △기름 유출 △짐을 내려놓은 대형상선이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화물칸에 채우는 균형용 물(밸러스트 워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신체적 타격을 안겨주는 것은 독성물질 오염이다. 수은, 카드뮴, 납, 구리, 망간, 아연, 크롬, 비소, 니켈 등 중금속과 피시비(PCB), 다이옥신 등 유기화합물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거나 신장기능 약화, 골연화증을 가져온다. 이런 증상은 피해자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염지역 출신에 대한 취업과 결혼을 꺼리는 일마저 벌어진다.

수은오염 사건으로 유명한 일본 미나마타만 해수의 수은농도는 0.0006ppm(ppm은 100만분의 1을 나타냄)이었으나 물고기의 수은농도는 최고 8만배가 높은 10~50ppm이었다. 수은이 농축된 물고기를 오랫동안 섭취한 물새, 고양이, 사람에게 수은 농도는 더욱 높아졌다. 독성물질들은 잘 분해되지 않아 지방조직에 고스란히 농축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류와 그밖의 해산물에서 동물성 단백질 전체 소비량의 16%를 얻고 있다. 이런 비율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에서 얻는 양보다 많은 것이다. 인간은 바다 중금속오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미국은 93년에만 독성물질 오염 때문에 2400개의 해변을 폐쇄했다. 뉴욕주는 허드슨강에서 줄무늬배스 어업을 금지하고 있다. 줄무늬배스가 피시비로 오염된 해저생물을 잡아먹어 조직에 피시비가 농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허용하려면 피시비로 오염된 해저 퇴적물 수십만㎥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 해저흙을 버릴 곳도 없다.

유조선의 기름유출도 재앙이다. 지난 78년 3월16일 미국 아모코 석유회사 소유의 22만t급 유조선 아모코카디즈호가 프랑스 브리태니포트샬 연안에서 암초와 충돌했다. 예인선을 빌리는 협상을 하느라 160만 배럴의 원유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200㎞의 프랑스 해안에서 굴 수확량의 80%가 줄고 해조류 70%가 죽었다. 또한 수천마리의 갈매기와 바다오리 물새가 죽었으며 조개, 가재, 성게 등 해안생물이 전멸했다. 청어류의 알은 90% 이상이 부화되지 않았고 프랑스 해안 관광지가 황폐화됐다. 총 피해액 3억9천만달러, 정화비용 1억4200만달러, 어업손실 4600만달러, 관광수입 손실 1억9200만달러에 이르렀다.

유조선 기름유출사고는 세계적으로 연간 350건 내외가 일어난다. 이런 사고로 지난 91~96년 바다로 흘러나간 기름은 모두 3만9800㎘이고, 어업피해액 33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출액은 전체 기름 유출액의 5%에 불과하다. 인구 500만명의 도시는 자동차 폐기물 등에서 액슨 발데즈호 사고와 맞먹는 양의 기름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추정하고 있다.

선박 안전운항을 위한 밸러스트 워터는 20~30년 전만 해도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밸러스트 워터는 새로운 위협을 부르고 있다. 대양을 건너 실려온 외래종이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호주의 태즈매니아에서는 일본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아무르불가사리가 번창해 토착 유용식물을 먹어치우고 있다. 호주의 포트 필립만의 유럽산 꽃갯지렁이, 유럽 흑해의 일본산 피뿔고둥도 같은 예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항구로 들어가는 선박들은 매년 2천만t을, 미국에서는 매시간 6400t꼴로 바닷물을 버린다. 국제 민간환경단체 월드워치연구소는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3만5천척의 선박들이 매일 최소한 수천에 달하는 종들을 대양을 건너 이동시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구생명 탄생의 모체였던 바다가 이제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에게 두려운 존재로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