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원한 플라스틱의 포로인가


















지금부터 60년 전인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 석유로 만든 합성섬유 나일론이 처음 선보였다. 그 이후 인류는 플라스틱 문명의 눈부신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각종 폐혜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인류와 플라스틱의 밀월관계는 깨지기 시작했다. 돌과 유리, 나무, 금속 등을 대신한 만능물질이었지만 플라스틱의 독성이 차츰 드러나면서 그 뒷처리 문제가 21세기를 맞는 인류에게 커다란 숙제로 다가온 것이다.

미국 듀퐁사의 연구원 캐로더스와 함께 나일론 개발에 참여했던 줄리안 힐은 지난 1988년 “인류는 넘쳐나는 플라스틱에 질식해 멸망해 갈 것”이라는 경고를 남겼다.

땅에 묻어도 잘 썩지 않을 뿐더러 물이나 기름 등에 녹아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하며, 더욱이 태울 때 `인류가 만든 최악의 독물'로 알려진 다이옥신 등을 내뿜는 플라스틱의 재앙을 예견한 것이다.

해마다 15만 마리의 해양 포유동물과 100만 마리의 바다새가 바다에 떠다니거나 잠겨있는 어망 등 플라스틱 물품에 목이 졸려 죽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해 8월에 낸 보고서에서 “2000년까지 지구상에서 아무런 처리대책도 없이 새로 발생하는 35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이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또 플라스틱에서 갖가지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되었지만 특히 그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은 뭐니뭐니해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의 독성이다.”

프랑크푸르트의 페스(FES) 소각장 노버터 페허너 소장은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플라스틱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절감대책이 인류의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학자들은 물에 잘 녹지 않지만 기름에는 쉽게 녹아 인체에 들어오면 간이나 지방조직에 축적되어 장기적으로 건강장애를 일으키는 다이옥신을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물질'로 분류했다.

`청산가리보다 1천배나 강한 독성을 지녔다'는 다이옥신의 폐해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의 휴유증이 드러나면서부터다. 당시 다이옥신 불순물이 섞인 고엽제에 노출된 참전군인들과 그 2세들에게서 갖가지 건강장애가 나타나면서 90년대 초반부터 이 물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독일 헤센 주정부 환경부 쓰레기처리 담당과장 뢰스너는 “이미 인류가 플라스틱 사회에 살면서부터 항상 다이옥신의 재앙에 놓여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6년 이탈리아 세베소에서 화학공장이 폭발해 엄청난 양의 다이옥신이 방출된 사건과 2년 뒤 미국 뉴욕주 러브캐널에서 운하에 매립된 화학폐기물에 의한 다이옥신 오염, 1984년 인도 보팔의 화학공장 폭발사고 등을 들었다. 그는 또한 각국 쓰레기 소각장과 크고 작은 화재에서 끊임없이 많은 양의 다이옥신이 배출되고 있으며, 전세계로 순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크푸르트대학 사회과학대 크리스토퍼 괴르크(환경사회학) 교수는 “무엇보다 다이옥신의 무서운 점은 대기중의 다이옥신이 생태계의 순환고리를 통해 음식물로 사람에게 축적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환경보호청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이 섭취하는 다이옥신 양의 97~98%가 음식물을 통한 것이며, 어른 1명이 하루 평균 119피코그램(pg:1조분의 1g)의 다이옥신을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이옥신의 인체허용량을 체중 1㎏당 1~4피코그램으로 지정했으며, 일본도 지난 96년 5피코그램의 기준을 확정했다. 따라서 인류는 날마다 인체허용량을 넘거나 거의 근접하는 양의 다이옥신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프랑스 축산부는 16개 농가에서 다이옥신에 오염된 우유를 발견해 판매 금지시켰다. 프랑스의 폐기물정보 국립센터 피에르 뉴로는 “오랫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다이옥신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프랑스와 그 농부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일본 보건당국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모유 130㏄를 먹는 아기의 다이옥신 평균 섭취량이 72.1피코그램으로 성인 최대허용량의 7배가 넘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프랑크푸르트 틸라 지겔(환경사회학) 교수는 이러한 플라스틱 재앙을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으로 사고가 전환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문명사회의 합리화 사고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생활방식까지 바꿔야 한다. 눈앞의 편리함을 좇지 말고 나의 행위가 나와 환경에 얼마나 비싼 값을 치르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