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어떻게 지구환경을 파괴하는가?


















(힐러리 프렌치, 주요섭 옮김, 도요새 펴냄)
씨알 Anti

언젠가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나를 들뜨게 한 적이 있다. 아마 WTO 각료회의를 무산시킨 시애틀 전투가 있었던 즈음이 아닌가 싶다. 反세계화 시위가 한창이라는 짤막한 설명과 함께 실린 신문사진은 다름아닌 바다거북이를 흉내낸 복장의 사람들이었다. 왜 이들이 바다거북이가 된 것일까‥ 의문은 한동안 풀리지 않았다. 이후 계속되는 反세계화 시위 소식 속에 환경주의자, 생태주의자는 빠지지 않으며 내게 反세계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주문을 걸어왔다. 씨애틀, 프라하‥ 그리고 제노바까지 수많은 이들의 싸움은 종종 나를 설레게 했지만 동시에 무언가 끊임없는 결핍을 느끼게 했다. 세계화에 대한 생태주의적 비판의 논리는 무엇일까? 나는, 우리는 왜 세계화에 반대하며 싸워야하는가! 파편적인 지식 몇 가지가 이 물음에 답을 해주지는 못했다. 때문에‥

월드워치 연구소의 힐러리 프렌치가 쓴 「세계화는 어떻게 지구환경을 파괴하는가」는 한 여름의 시원한 소나기 같은 느낌으로 나를 책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 책은 참치-돌고래, 바다거북이 논쟁, GMO와 쇠고기를 둘러싼 미국과 EU의 대립 그리고 에틸사 사건 등 흩어져있던, 단편적으로 존재하던 것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가는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가령 문제의 바다거북이에 얽힌 내막은 이렇다.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을 뿐 아니라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보호를 위한 우선적인 조치가 필요한 생물이다. 문제는 트롤 방식 새우잡이 과정에서 바다거북이가 숱하게 죽임을 당한다는 데 있다. 이에 미국은 거북 제거장치의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은 나라 혹은 그에 상당하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 새우시장 접근을 차단하였다. 즉 무역제재 조치를 취한 것인데 1998년 WTO는 미국의 법안이 WTO 규칙을 어긴 것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미국은 법안의 이행방법을 바꾸며 WTO와의 타협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개정된 법안이 바다거북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멸종위기종보호법의 조항에 위배된다며 미국의 국제 무역재판소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1999년 4월, 예비판결에서 법정은 국내법과 국제무역법이 상충된 것으로 판정하고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모든 규제를 철폐하려는 현재의 세계화와 환경문제에 대응한 각종 보호조치, 환경규제가 끊임없이 충돌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삶과 자본이 충돌하듯 환경과 자본은 도처에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GMO 및 호르몬 쇠고기 등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무역거래가 규제되어서는 안된다며 사전예방 원칙에 의거한 규제를 WTO 규칙 위반으로 제소했다. 그러나 만약 불확실성에 대한 사전예방을 금지한다면 사실상 화학물질과 식품첨가물이 사용되고 난 뒤에야 유해성을 증명할 수 있으며, 결국 오랫동안 인체 내에 축적되어 암이나 면역체계 손상 등의 심각한 질병을 일으켜야만 원인물질을 찾고 규제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예로 생물종 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목재무역을 들 수 있다. 초국적 목재기업들은 그들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WTO를 이용하고 있다.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던 산림의 거의 절반이 사라졌으며, 코스타리카 세 배 정도의 면적에 해당하는 1,400만 헥타르의 적도지역 산림이 해마다 파괴되고 있지만 벌목은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잘려나간 목재는 대부분 선진국으로 실려와 소비된다. 이를 원활히 하고자 즉 임산물의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초국적 기업과 WTO는 관세장벽을 철폐하려하고 이로 인해 산림파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의 공세는 관세에 그치지 않고 산림인증제도나 천연목재 수출에 대한 금지 정책 등 산림을 보호하는 정책마저 비관세 장벽으로 몰아세워 철폐시키려한다. 자유무역을 위한 세계화는 그 어떤 보호조치도 용납하지 않은 태세로 몰아치고 있다.

이 밖에도 세계화의 反환경성에 대해 이 책은 다양한 측면으로 비교적 세세히 다루고 있다. 산림과 광물 등의 천연자원, 야생동식물 무역과 질병의 확산, 농수산물 교역의 확산과 생물해적질?GMO는 물론이고 유해폐기물의 수출입과 공해산업의 이전 그리고 기후문제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세계화의 문제를 집고 있다. 여기서 세계화란 근래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물론이거니와 자본주의적 경제의 성장 그 자체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끝없는 경제성장과 이를 위해 필요한 각급 교역-상품과 화폐뿐 아니라 오염과 사람, 심지어 정보까지도-의 확산 자체가 안고 있는 환경적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 경제 성장은 끊임없이 자연적 한계 앞에서 갈등을 야기할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며 그 현재적 양태로서 WTO 체제와 그러나 아쉽게도 비판은 세세한 정치경제학적 비판, 생태경제학적 비판으로 확장되지는 않는다. 때문인지 이 책이 명쾌하게(!) 제시하는 행동계획들은 어딘가 모르게 미흡하게만 느껴진다. WTO와 금융체제의 녹색화, UN 중심의 지구환경거버넌스의 강화 등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현실적인만큼 불안하고 미지근하다. 그러나 현재의 주류적 흐름을 엿볼 수 있기에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오는 11월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WTO 각료회의가 카타르에서 열린다. 시애틀의 실패 이후 숨죽이고 있던 뉴라운드 논의는 올해 초 논의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많은 쟁점을 안고 있지만 뉴라운드 출범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라 한다. 이제 우리도 무기를 손질하며 새롭게 反세계화 시위에 나설 준비를 해야한다. 새로운 세기의 투쟁 구호,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하라! 이제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행동해야할 때이다.



각주
) 「세계화는 어떻게 지구환경을 파괴하는가」 p.129-130
) 셰계화의 문제를 또다른 측면에서 파헤치는 헬레나 노르베르-호지의 「허울뿐인 세계화: ?님 2000」을 이 책과 곁들여 읽기를 권한다. 국가와 자본에 의한 세계화가 어떻게 풀뿌리 공동체를 위협하는지, 세계화의 숨겨진 비용은 무엇인지 되물어가며 읽는다면 제목 그대로 ‘허울뿐인 세계화’라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