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곳곳 파고든 환경호르몬 공포




















요즘 새집 증후군과 아토피 환자가 크게 늘고, 만두파동 등 가공식품으로 생긴 갖가지 사회문제가 불거지면서 숨쉬고 먹고 사는 것 자체가 고민거리인 지경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즐겁고 편하게 살자고 만들어 사용해 온 갖가지 화학물질들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큰 공포는 환경호르몬이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에선 청소년들의 정자 수가 정상치의 절반 이하로 감소해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불임인 실정이다. 산업화가 늦게 이루어진 한국은 대체로 신혼부부 10쌍에 한 쌍 꼴로 불임이라고 한다.
환경호르몬의 공식 명칭은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식품의 섭취 등으로 몸 속에 들어 와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의 생SIK기능을 떨어뜨리고, 성장 장애, 새끼 수 감소¸ 면역기능 저하, 간암 등을 일으켜 모든 생물에게 멸종 위협이 될 수 있어,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 문제와 함께 대표적인 지구 환경문제로 꼽힌다.

환경호르몬 문제가 처음 감지된 것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악어의 개체 수 감소가 디디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이다. 살충제로 농토에 대량 살포된 디디티가 호수로 흘러들어 그 곳에 서식하던 악어 몸에 축적돼 수컷이 암컷화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개체수도 크게 감소한 것이다. 최근에는 악어 세 마리 가운데 한 마리에서 암수동체 현상이 나타나고 멸종의 위기을 맞은 북극곰에게서도 디디티 축적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은 디디티뿐만이 아니다. 수백 종의 각종 화학물질들이 우리가 먹는 음식과 그릇, 닦고 바르는 세제나 화장품, 어린이들이 빨고 노는 장난감, 가구나 집 마감재 등에서, 심지어는 충치를 때우는데 사용된 아말감 같이 우리 입 안에도 존재하고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서구에서 나온 한 보도자료는 이 상태로 가면 앞으로 20년 안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불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가 되면 아마도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처럼 자연인은 더 이상 정상적인 생식방법으로는 임신이 불가능해 복제에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환경호르몬은 흑사병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일 수도 있다. 생태계 전체의 파괴를 가져 올 수 있다. 편리함만 좇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멸종의 길로 달려가고 있었던 셈이다. 모두 자연의 조화를 무시하고 과학을 남용한 것에서 비롯된 무서운 결과다.

이기영 호서대 교수 singr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