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남은 다이옥신 끝나지 않은 베트남전




















김선일씨 피살 사건 이후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8년 전 독일 유학시절에 한 베트남 학생한테서 들었던, 우리나라 군인들이 베트남인들에게 저질렀던 충격적인 만행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러나 베트남에 파병됐다 돌아온 군인들도 고통을 받긴 마찬가지다. 아직도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5000여명에 이른다. 미군이 비밀에 부쳐 오는 바람에 고엽제 환자들은 오랜 기간 원인도 치료법도 모른 채 고통받고 살아 왔지만, 그 원인 물질은 바로 고엽제 속에 미량 포함된 다이옥신이란 환경호르몬이다.
1992년에 개봉된 <하얀 전쟁>이라는 영화가 있다. 월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로 수십년이 흐른 뒤에도 지나간 전쟁의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하고 마는 당시 참전 군인들의 비극을 다룬 수작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고엽제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고통을 받아 왔다. 고엽제는 월남전 때 정글이 적의 은신처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군이 정글 지역에 무차별 살포한 맹독성 제초제다. 이때 주로 사용된 제초제가 노란색 드럼통에 담겼다 해서 에이젠트 오렌지라고 불렀다. 에이전트 오렌지에 들어있던 티시디디(TCDD·트리클로로 디벤조파라다이옥신)가 바로 고엽제 후유증을 일으킨 원인 물질이다. 다이옥신은 청산가리보다 몇 만배나 독성이 강해, 1g만으로도 성인 2만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다이옥신은 염소화합물이 포함된 물질이 가열될 때 생성되며 소각장에서 종이수건, 커피 필터, 일회용 기저귀나 생리대, 피브이시 등을 태울 때도 불완전연소로 생성된다. 공기 중으로 날아가 주변의 토양 등 생태계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을 거쳐 사람에게 다시 돌아와 피해를 주는데, 지방 함유량이 많은 음식물에 녹아 있다가 차차 지방이 분해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난다. 다이옥신은 피부병, 미각·후각 상실, 우울증과 분노, 유전자 변화, 간 손상, 면역체계와 신경계통의 기능 저하를 가져 온다. 미국에서 월남전 참전 부모가 기형아를 낳아 큰 사회문제가 됐으며, 베트남에서도 허리 아랫 부분이 한 몸인 쌍둥이 형제가 태어나 세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그들 몸에서 월남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전쟁에 승자는 없다. 깊은 상처와 함께 모두가 패자로 남을 뿐이다. 호서대 교수 singr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