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공동체


















환경은 인간의 문제이다. 더럽혀진 물, 공기, 토양, 오존층의 파괴에 이르기가지 훼손되어 가는 세계는 인간이 생명을 의탁하고 사는 곳이기에 환경문제는 인간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곧 정의와 평화의 문제이다. 옛날 같으면 쓰레기도 마당 한구석에 모아 두었다가 태우거나 들판에 가서 구덩이를 파고 묻으면 얼마 지나서 썩고 자연으로 회귀하고 말았겠지만 지금은 썩지 않는 각종 화학 제품류와 인간의 신체에 유해한 약품류가 가득 차 있는 쓰레기를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토양을 못 쓰게 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인 가해 행위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경을 아무렇게나 취급하는 것은 정의에 위배되는 행위이고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이다. 고도로 발달되는 교통 수단, 정보 수단으로 지구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으며 그 안에 사는 모든 민족은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는다. 중국 대륙의 오염된 공기는 상층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날아들며 수십만 톤급의 원유 수송선이 좌초하면 수백 마일의 바다를 국경을 넘어 오염시키고, 물고기, 철새 등 온갖 바다의 생물을 질식시킨다. 환경을 소홀히 하고 훼손하는 행위는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창원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 마을, 도시, 국가, 세계에 피해를 주고야 만다. 그러므로 환경을 범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이해 관계 때문에 공동체를 희생시킬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공동체에 귀속할 때에만 인간 존재로서 성장하고 완성될 수 있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인간은 다른 인격체와의 교류와 나눔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풍성하게 한다. 진정한 인간의 발전과 성장은 이웃 형제와 공동 보조를 맞추며 함께 커 나갈 때 가능하다. 이웃을 희생시키면서 자기만 발전하는 것으로 인간은 결코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없다. 어느 국가나 기업도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자기들만의 이윤을 추구하거나 욕심을 차릴 때 그것은 공동선을 거스르는 철저한 이기주의이며 사회의 균형을 파괴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어린이들은 개발 도상국의 어린이보다 28배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주로 지구 북반부에 위치하는 세계의 25%밖에 안되는 국가들이 전세계 에너지의 60%를 소비하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종이컵, 각종 인쇄물, 휴지 등을 수없이 낭비하고 있고 그 덕에 필리핀, 동남아, 중국 등지의 삼림은 엄청안 속도롤 훼손되며 여름철 태풍이 오면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선진국들은 에어콘이나 냉장고를 무제한으로 써오다가 오존층 파괴가 문제가 되자 개발 도상국에 불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전형적인 집단 이기주의이며 인류 가족에 대한 공동체 의식의 결여에서 나온다.

우리 나라 안에서도 한강 상류에서 대규모 축산 단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오물을 정수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강물에 흘려 보내거나 공장 페수를 밤중에 몰래 흘려 보낸다. 이러한 행위는 한겨레로서의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어서 나오는 행동이다. 전국 각처에 우후죽순격으로 생기는 골프장, 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살포하는 엄청난 양의 농약, 이는 그것으로 강이 오염되고 수원지가 오염되어 결국은 이 나라 백성, 자기 가족들의 신체 내부에 유해 물질이 축적되어 감을 예측하지 못하는 우매한 이들의 죄악이다.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기 자신의 가족과 피붙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연 자체를 소중히하도록 불림받았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의 특징은 '조화'였다. 피조계의 만물이 하느님 보시기에 모두 '좋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 모든 피조물을 조화롭게 다스리도록 인간을 창조하셨고 하느님은 인간을 통하여 모든 존재가 더욱 조화롭게 그 좋은 본성을 유지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하셨다. 그러므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사명이다. 언젠가 우리도 프란치스코 성인과 같이 '나의 형제인 태양이여, 나의 누이인 달이여'라고 노래할 수 있을 만큼 자연에 대한 친교와 사랑이 완성되어 갈 때 우리의 하느님께 대한 사랑, 이웃 형제에 대한 사랑도 더욱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