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에 신음하는 지구촌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인 ‘아프리카의 젖줄’ 나일강은 전체 유량의 10%만이 지중해로 흘러나간다. 중국 제2의 강인 황허(黃河)도 일년에 평균 3, 4개월은 발해로 물이 흘러 들어가지 못한다. 미국 콜로라도강 역시 너무 많은 물을 관개용수로 빼내는 바람에 캘리포니아만에 이를 때는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유엔은 ‘21세기 세계 물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 세계 주요 강 500개 중 절반 이상이 심하게 오염됐거나 말라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이 마르거나 오염되면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해지는 것은 물론 생태계 파괴로 이어져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

습지와 호수도 도시팽창 등으로 최근 50년간 절반이 사라지거나 심각하게 오염됐다. 최근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협약에 등록된 344곳의 습지와 호수를 점검한 결과 84%가 생태계 변화로 신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습지와 호수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이 사라지고 많은 종들이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물 부족은 국가간, 지역간 물 분쟁을 낳기도 한다. 이베리아반도의 에브르강과 아프리카의 나일강, 중동의 유프라테스강, 인도의 갠지스강 유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 분쟁이 대표적인 예. 북한이 건설하는 금강산댐과 황강댐도 남북간 물 분쟁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왜 부족한가〓인구 급증에 따른 인간의 무차별한 개발과 물 과소비가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950∼1990년 인구증가로 물 수요는 3배나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일 200만t의 각종 폐기물이 버려지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산업은 농업이다. 인간이 연간 사용하는 물의69%가 농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농민이 소비하는 지표수는 비나 눈 등으로 보충되는 양보다 연간 1600억㎥나 많다. 이는 1년 내내 한강에 흐르는 물보다 8배나 많은 양이다.

사람들이 육식을 많이 하는 것도 물을 대량 소비하는 원인이 된다. 가축을 키우는 데는 같은 칼로리를 내는 곡물을 재배하는 것보다 10배나 많은 물이 소요된다. 정부 산하 수자원프론티어사업단의 김승(金勝)단장은 “물 사용량은 식단 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공업용수로 전 세계 물의 22%가 쓰인다. 공업용수는 선진국이 59%를사용한다. 도시화의 급진전도 물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 유엔은 2030년에 도시가 지금보다 1.6배 늘고 농촌인구의 2배가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한다. 물 소비량도 20년마다 2배로 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전세계 60억명은 강과 호수, 지하수 등 이용가능한 물의 54%를 사용 중이다. 인구증가로 2025년에는 물 이용률이 70%로 늘어나고 다른 요인들을 감안하면 90%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머지 동식물은 10%의 물을 놓고 처절한 생존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계 인구는 2025년에 가면 제3세계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 최대83억명이 되리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淡水!?민물)는 전체 물의 2.5%인 약 3500㎦에 불과하고 이를 갑자기 더 늘릴 수도 없다.

세계물위원회는 2025년까지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년에 최대 9억여명이, 2050년에는 24억여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책은 걸음마 수준〓유엔과 각국 정부가 나서고 있지만 수자원과 강우량이 지역별로 달라 어려움이 크다.

국제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의 마츠우라 고이치로 사무총장은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수자원을 효과적이고 윤리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야 인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차원에서 전개되는 물 절약 활동은 ‘어둠 속의 불빛’이 되고 있다. 빗물 모으기나 중수도 설치 등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물의 과소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유럽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고 한국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내 고장의 하천을 되살리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환경과학국제센터의 수도 류이치 총장은 “더러운 것은 물에 씻어버리면 된다는 전통적인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조언▼

최근 우리는 가뭄과 홍수피해를 번갈아 겪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2025년에는 30억명에 이르는 사람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물 부족’과 ‘지구온난화’가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과제가 된 것이다.

물 문제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한국은 산지가 많고 하천경사가 급해 물 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강우의 변동이 심하고 시기적 지역적으로 편중돼서 여름에는 홍수문제, 다른 계절에는 가뭄문제로 늘 고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 주변에는 크든 작든 하천이 흐른다. 그러나

우리의 하천은 심각하게 메말라가고 있다. 중소 하천의 경우에는 조금만 비가 오지 않아도 바닥까지 드러난다. 하천이 마르면 취수할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게 되고 특히 도시의 하천은 수질오염마저 겹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하천은 인간에게 필요한 물을 공급해 줄뿐만 아니라 폭우가 쏟아질 때는 넘치는 물을 빨리 바다로 보내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배수로 역할도한다. 무엇보다 하천은 자연을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문화를 만들어 준다.

물은 하늘과 땅 사이에 끊임없이 순환하게 된다. 이러한 자연적인 순환체계가 인위적으로 단절되면 불균형이 일어나게 된다. 20세기의 도시화와산업화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야기했다. 근래에는 기상이변에 따른 극심한 가뭄과 홍수, 지역간의 물 분쟁과 수리권, 하천복원, 개발과 보전, 댐 건설에 따른 지역사회와 주민의 반발, 비정부기구(NGO)와의 갈등 등 물을 둘러싼 여건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간은 물을 잘 다스리고 이용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물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해 최선책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물 문제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풀어야 한다. 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껴쓰고 재이용해야 하며 충분한 양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산적한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물 관리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상하류간 또 지역간에 물 분쟁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수리권과 물 배분에 관한 명확한 원칙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고 안정된 물 수급계획을 세우고, 오염되고 말라가는 하천을 되살려서 후손들에게는 늘 푸른 물이 흐르는 강을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日서 3월 '세계 물포럼'▼

세계 각국의 각료급 인사 등 8000여명이 참가해 물 문제를 논의할 ‘제3회 세계 물포럼’이 3월 16∼23일 일본 교토(京都)와 오사카(大阪), 시가(滋賀)현 등 3곳에서 열린다. 물포럼에서는 △물과 식량, 환경 △수자원과 유역의 통합관리 △물과 기후 △평화를 위한 물의 이용 등 17개의 세부 주제가 토의될 예정이다. 참가자는 줄잡아 8000명. 각국의 각료급 인사 120명도 참가한다.

이 포럼의 명예조직위원장은 아키히토(明仁) 일본 천황이, 조직위원장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일본 총리가 각각 맡는다. 일본이 이번 물포럼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포럼에 참가하는 개개인이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일본 미에대 박혜숙(朴惠淑·문화학) 교수는 “물이 21세기의 최대 자원으로 떠오르자 일본이 물포럼의 의장국이 되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물포럼을 계기로 교토와 오사카, 시가현 인근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지역 단체와 연계해 소규모의 자체 물포럼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물의 소중함과 맑은 물 보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모리야마(守山)시는 3월 21일 일본 내 최대 담수호인 비와(琵琶)호 되살리기를 주제로 자체 포럼을 연다.

동아일보 / 2003 새해특집 /이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