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버스 타면 왜 피곤한가 했더니…  



 

2007/03/30

[중앙일보 박방주] KTX와 고속버스.지하철 객차 안에 록밴드나 착암기가 내는 것만큼 큰 소음이 난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실제 그런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역학그룹 정성수 박사는 2년간 환경부의 지원으로 이런 대중교통 수단의 저주파 소음을 전국을 돌며 측정한 결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그런 정도의 심한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냈다. 저주파 소음은 귀로는 듣지 못하지만 뇌와 장기 등 온몸이 느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을 일으키고 각종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산업사회의 골칫거리다.

정 박사는 KTX와 서울 지하철 1~8호선, 부산.광주.대전 지하철, 고속버스.시내버스 안팎에서 저주파 소음을 측정했다. 이 소음은 객차 밖보다 안이 더 심했다. KTX 객차에서는 착암기가 내는 정도(소음 세기 100dB)의 저주파 소음이, 서울 지하철에서는 노선 별로 약간 차이는 있지만 대형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95dB)에서부터 착암기 소음(100dB),록밴드 연주 수준의 소음(110dB)이 정차 때를 제외하고 운행하는 내내 나오는 것으로 측정됐다. 고속버스의 저주파가 가장 심해 대부분 지하철과 KTX 이상의 소음을 냈다.

이런 정도의 저주파 소음은 온몸에 압박.진동감을 느끼게 한다. 장시간 노출될 경우 신체.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외국의 연구 결과다. 정 박사가 측정한 대부분의 대중교통 수단이 인체에 유해한 소음을 내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는 기초 연구 단계로 한국인에 대한 통계는 없다.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저주파 소음을 많이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아드레날린 호르몬 분비가 늘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또 심장 박동과 호흡 수가 줄거나 늘어나는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 저주파 소음은 심장도 떨게 해=20㎐ 이하 초저주파는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몸은 느낀다. 머리.Ga슴.배 등 온몸으로 듣는 것이다. 6㎐의 110dB의 초저주파 소음은 95%를 온몸이 느끼고, 그중 70%는 Ga슴과 배가 영향을 받는다. 13㎐의 100dB의 소음은 100%를, 20㎐의 90dB의 소음은 70%를 온몸이 받는다.

가장 소음이 큰 주파수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지하 구간의 경우 6.3㎐에서, 지상 구간은 12.5㎐에서 약 100dB의 저주파 소음이, 2호선은 8㎐에서, 3호선은 5~8㎐, 4호선은 6.3㎐, 5호선은 8㎐, 6호선은 8㎐에서 나타났다. 호선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심한 저주파 소음이 발생했다. KTX는 10~12㎐에서 객차 내 최고치의 저주파 소음이 나왔으며, 그 소음 정도는 지하철과 비슷했다. 인체에 해로운 수준의 소음을 만드는 이런 저주파는 고래 등 특정 동물만이 들을 수 있다.

◆ 장시간 운전자 체감=하루에 운전을 10시간 이상 하는 트럭 운전자 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2명이 웅 하는 소리나 찡하는 소리를 들으며, 10명은 매일 피로를 느낀다고 답했다. 또 운전하는 동안 Ga슴에 압박감을 느끼는 정도를 묻는 질문에 12명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을 뿐 나머지는 매일 또는 월 5~10일을 그렇다고 답했다.

정 박사는 "저주파 소음원을 찾아 그 현상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국이나 일본은 그 연구 역사가 40년을 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2년밖에 안 됐으며 기초 연구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저주파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전국의 공항과 전철.기차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