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紅河)로 변하는 중국의 황하(黃河)


















2006/10/30

AP통신, “오염으로 인해 붉게 변하고 있다”

“문명의 발상지가 환경오염의 발상지로”

늙은 고승이 죽을 때가 되자 제자가 슬퍼하며 이렇게 물었다. “스님, 모든 게 인연이라고 하셨는데 스님 가시면 언제 다시 인연이 돼 만날 수 있을까요?” 늙은 스님이 대답하길 “황하가 맑아질 때가 되면 만날 수 있을 게야” 그러자 답답한 제자는 “아니 언제 저 물이 맑아진다고요?”라고 대꾸하는 사이에 늙은 스님은 이미 눈을 감아버렸다.

인간이 생과 사를 되풀이 하는 인연을 수십억 년이 지나도록 해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속에서 정말로 의미하고 싶은 것은 수십억 년이라는 긴 시간도 영원한 시간 영겁(永劫)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짧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말은 황하는 처음부터 누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누렇게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의 젖줄이며 중국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황하(黃河, Yellow River)가 홍하(紅河, Red River)로 변하고 있다. 미국의 AP통신은 26일 베이징발(發) 보도를 통해 황하의 물줄기 가운데 반 마일 정도가 하수구로부터 나온 알 수 없는 배출물(unknown discharge) 때문에 ‘빨갛게 변하고 냄새가 난다(turned red and smelly)’고 한 중국 지방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빨갛게 된 지역은 간수성의 인구 200만 란조우 시의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그러나 시당국은 주변에 오염물질을 배출할 만한 화학공장이나 공업단지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 강이 빨갛게 변했는지 그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빨간 물의’ 성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적조현상일 수도, 그렇다면 큰 일”

 
AP통신은 ‘중국의 황하 괴이하게 빨갛게 변해(China’s Yellow River mysteriously turns red)’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의 환경오염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국의 상당히 많은 지역의 주민들이 인간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안전한 식수마저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4대 통신사 가운데 하나로 가장 권위 있는 AP통신은 이 기사를 통해 중국은 오염배출을 소화할 수 있는 한계능력을 초과했다고 암시했다. 황하가 빨갛게 변한 것은 괴이한(mysterious)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는 것이다. 비록 주위에 화학공장이나 공업단지가 없더라도 중국 대부분의 지역이 오염됐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오염된 지역이 어떤 이유로 여러 가지 색깔들 가운데 빨간색으로 됐는지가 괴이한 것일 뿐이다. AP통신은 이러한 힐난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중국의 산업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통신은 “중국의 고성장의 산업화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상황은 계속해서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5년 11월. 중국 동북지역의 송화강에 화학 폐기물 방류로 할빈 시민들에게 며칠 동안이나 물 공급이 중단됐다. 그리고 그 독 물질은 고스란히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고 지역 주민들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사소하지만 지역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간의 분쟁이 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의 산업화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등 비교적 관대했던 언론들이 일제히 란조우 시당국을 공격하고 나섰다. 중국의 미디어들은 격분한 나머지 “오염원을 찾아내 대책을 세울 때까지 란조우 시장은 빨간 물을 마시라”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황하는 중국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언론도 참지 못해 흥분하고 있다”면서 “더구나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황하가 빨간 강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전해지면서 중국의 자존심은 더욱 더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중국의 관리들은 강물이 빨갛게 된 것은 아마 염색회사가 염색된 물을 배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미국 그린피스의 해양전문학자 존 호세바(John Hocevar) 박사의 사진판독 결과를 인용하면서 “빨간 물은 해양에서 유독성 플랑크톤(toxic plankton)에 의해 자주 나타나는 적조현상(red tide) 때문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

황하의 마지막 하구는 발해만
“오염이 장기화되면 황해는 끝장”

 
주목할 만한 것은 앞으로 황하가 이처럼 오염에 시달리고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라고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황하가 바다로 흘러가는 마지막 하구는 발해만이다. 발해만은 우리나라 서해와 인접해 있다. 오염된 엄청난 수량의 황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갈 때 황해가 어떻게 될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황하 주변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온으로 인한 사막화, 그와 더불어 수질과 토양오염이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봄마다 우리를 괴롭히고 있고 그 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황사가 그렇다. 황하유역이 건조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황하는 중국 청해성의 안네마친 산맥에서 시작해 발해만으로 흘러 들어가기까지 장장 4,100km나 되는 긴 강이다. 수량도 엄청나다.

중국이 고도성장의 산업화를 통해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정말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중국이 오염으로 한반도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거다. 산업화도 좋지만 숨쉬고, 마실 물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어야 한다.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는 가까운 미래의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은 누렇다는 황(黃)과 황제를 뜻하는 임금 황(皇)자를 같이 쓴다. 황제(黃帝)는 종종 ‘皇帝’로 쓰기도 한다. 또 황색의 옷은 왕이나 황제만이 입을 수 있다. 왜 그런가? 황하 때문이다. 황하가 주는 비옥한 땅 때문에 농작물이 잘 자랐고 풍요로웠다. 그래서 중국의 화려한 고대문명이 싹틀 수 있었다.

황하는 중국 백성에게 풍요로움을 주는 어머니다. 왕 또한 마찬가지로 만백성의 어머니다. 그러나 이제 그렇지가 않다. 황하는 중국의 찬란했던 고대문명의 발상지가 아니라 환경오염의 발상지가 되고 있다. 중국의 위대한 학문과 철학을 배출한 황하는 이제 오염을 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