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황산화물 심각한 수준



















2006/12/05

한반도의 산성비를 유발하는 ‘황산화물’ 40%는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넘어온다.

지난 11월 7일부터 9일까지 대구에서 제9차 한중일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TP :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ants in Northeast Asia)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동북아 지역의 대기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황산화물(SOx)을 둘러싼 3국 간의 상호영향에 대한 각국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2002년 가운데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대표하는 4개월(1월, 3월, 7월, 10월)을 대상으로 한 황산화물이 한중일 3국 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공동연구결과(중간결과)가 중요한 의제였다.

언론의 이목을 별로 끌지 않은 채 조용히 끝난 이날 세미나에서 놀라운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2002년도 4개월간 우리나라에 침적된 황산화물 가운데 약 40%가 중국에 의한 영향으로 밝혀졌다. 이는 침적된 황산화물에만 국한된 것으로 우리나라를 거쳐 동해로 빠져나간 황산화물은 수치에 포함이 안 된 것이다. 그리고 대기 중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동하는 황산화물은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황산화물은 석유나 석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질소산화물(NOx)과 함께 제일 많이 나오는 오염물질이다. 대기 중에서 물과 결합하면 황산으로 변해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산성비는 건물이나 도로를 부식시키는 것은 물론 땅 속으로 스며들어 토양을 산성화시켜 농작물 재배에 악영향을 미친다.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호흡기 질환도 일으켜
 
그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면 기침이나 폐렴 등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되며 피부에 닿으면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황의 농도가 강한 산성비는 우리에게 유익한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억제해 죽음의 토양으로 만들며 하천을 산성화해 수생생물이 살지 못하게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내년(2007년) 중에 나머지 기간에 대해 추가조사가 실시되면 3국 간 황산화물의 영향 정도가 최종적으로 밝혀질 전망”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한중일 3국은 장거리이동 오염물질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를 가졌으며 질소산화물(NOx)에 대한 연구도 공동 수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회의를 최종 마무리했다. 그리고 황산화물의 정량이 밝혀지면 대기오염물질 저감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환경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 박일수 소장을 중심으로 진행된 한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2년 4개월간 한국에 침적된 황산화물의 총 침적량은 7만9천300톤. 그 가운데 중국에서 수송돼 한국에 침적된 황산화물은 3만2천900톤으로 나타났다. 4개월 동안 한국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가 41%라는 이야기다.

이는 2002년도 4개월간의 수치다. 그러나 2002년 한 해 동안 침적된 황산화물의 총량은 조사가 안된 상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수치를 어림잡아 3배인 24만 톤으로 추정하는 데는 상당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왜냐하면 조사하는 기간 동안 비나 눈, 그리고 바람 등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산술적 계산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뾰족한 처방 현재까지 없어”
 
어쨌든 우리나라 자체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도 큰 문제지만 중국에 의해 타의적으로 침적되는 양은 그저 넘어갈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의 대기오염이 황산화물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황산화물 이외에도 중국에서 발생한 NO2, O3, 미세먼지 PM10, PM25를 비롯해 이온성분 등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성분들이 한반도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중국의 산업화가 속도를 더하면 더할수록 유입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황산화물에 대한 연구 이외에 다른 오염물질에 대한 국립환경연구원의 연구발표는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순웅 교수팀은 1994~1998년 사이 한국의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대기오염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황산가스가 연평균 40%, 질소산화물은 49%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4년 당시 한중일 3국 전문가회의에서 한국의 황산화물 침적량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수송된 황산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박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비하면 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당시 조사는 중국 전체를 조사한 게 아니라 일부 지역에 국한됐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조사지역이나 기후 등에 따라 수치가 상당히 다를 수가 있다”고 해명했다.
“중국의 산업화로 더 심해질 것으로 판단돼”
 
이러한 오염물질은 우리나라의 기존 오염물질에 더해져 농도를 증가시켜 아토피염을 비롯한 각종 환경질환을 일으키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만연되고 있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세균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환경오염에 의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이미 공식 발표한 바가 있다.

문제는 이렇게 수송되는 오염물질을 규제할 수 있는 특별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공장이나 발전소, 가정연료에 대해 각종 규제나 법률을 통한 공권력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외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교토의정서를 비롯해 각종 기후협약이 생긴다. 그러나 미국처럼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면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은 되지만 구속력은 없다. 미국처럼 강대국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되고 일본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 탓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 응용연구실 황사연구팀의 김현탁 연구원은 “기압의 분포도가 그렇게 형성되기 때문”이라며 “중국에서 한국으로 부는 편서풍이 계절별로 그 강도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일년 내내 불기 때문에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으로 수송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02년 1월 동안 중국에서 수송된 황산화물의 양은 1만4천200톤으로 3만2천900톤 가운데 40%를 넘게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1월에는 난방용으로 석유나 석탄을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또한 겨울에는 편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3억의 인구 중국의 난방용 에너지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한편, 한중일 LTP 공동연구사업은 동북아 지역의 대기오염물질의 월경성 장거리 이동 및 침적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기질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오염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 합의로 추진됐다. 공동회의는 올해로 9번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해마다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