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로 이구아나 작아지고 있어”


기후협약과 한국의 미래(20)


엘니뇨 현상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엘니뇨가 발생할 때는 세계 3분의 1 지역이 기상이변으로 시달린다. 한쪽에서는 홍수와 태풍과 같은 물난리로 고통을 받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과 기근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엘니뇨는 가뭄과 홍수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에도 중요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해류의 이상적 이동으로 생기는 엘니뇨는 동물들의 먹잇감을 뺏어 동물들을 죽게 한다. 특히 바다를 의지해 살아가는 해조류가 그렇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계 변화에 더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환경시리즈 20번째로 ‘생태계까지 위협하는 엘니뇨 현상’을 싣는다.[편집자 註]  


 
▲ 마틴 위켈스키 교수.  ⓒ  
“해수온도 높아 이구아나의 먹잇감 줄어”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생태학자인 위켈스키(Martin Wikelski) 교수는 최근 영국의 과학대중지인 ‘뉴사이언티스트’에서 “갈라파고스 군도의 이구아나의 몸통길이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며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먹잇감이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진화생물학과의 위켈스키 교수는 진화연구의 산실인 갈라파고스에서 20년간 이구아나 연구에 매달려 왔다. 특히 이구아나의 몸통길이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꼬리를 제외하고 몸통의 길이를 잴 때마다 길이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잘못 잰 것으로 판단했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이구아나는 20년 전과 비교해 평균 6cm나 줄었다. 위켈스키 교수는 “이 정도면 오차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유를 엘니뇨 현상에서 찾았다. 3~7년마다 한 번씩 찾아 오는 엘니뇨 현상으로 해수온도가 높아져 주된 먹이인 녹조류는 퇴조하고 갈조류만 번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구아나의 뼈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했다.

인간이 배출하는 오염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보도는 많았지만 기상이변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연구는 흔치 않다. 한편 이로 인해 미항공우주국(NASA)과 골다공증 전문의들도 위켈스키 연구에 관심을 보였다. 왜냐하면 이구아나의 뼈 길이가 줄어드는 데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의 수치는 올라갔기 때문이다. 우주인에게 골다공증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엘니뇨는 세계 기상이변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갖고 있다. 엘니뇨 현상은 태평양 페루 부근 적도 해역의 해수 온도가 주변보다 약 2∼7℃ 정도 높아지는 현상이다. 보통 2∼6년마다 한 번씩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주로 9월에서 다음 해 3월 사이에 발생한다. 무역풍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기 순환의 변화를 가져와 세계 각 지역의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 페루 근처에서 발생한 엘니뇨 현상은 해류 및 대기이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어 갖가지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  
엘니뇨(El Nino)라는 말은 스페인어로서 ‘작은 예수 또는 어린애’라는 뜻이다. 이 말의 어원은 엘니뇨가 보통 크리스마스 전후로 발생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평상시 적도 태평양 동부에서는 흐름이 늦고 안정적인 적도 반류(伴流)가 약하게 흐르고 페루 앞바다의 페루 한류가 강하게 흘러 수온이 낮게 유지된다.

그러나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는 해는 적도의 강력한 난류가 동쪽으로 역으로 강하게 흘러 이 지역의 해수온도를 높여 기상이변을 초래한다. 페루 부근은 호우가 발생하고 반대편 서부는 큰 가뭄이 발생한다. 풍부한 영양염(鹽)이 사라져 플랑크톤을 비롯해 오징어, 정어리 등의 어족들도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로 인하여 해조(海鳥)들도 굶어죽게 된다.

이 지역 일대에서 엔초비(정어리의 일종) 어획을 주 소득원으로 하는 어민들이 그물에 엔초비는 잡히지 않고, 적도 반류를 타고든 난류성 고기만 잡히게 되자 한탄조로 외치는 말이 ‘엘니뇨’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Oh! My God!’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의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분명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주범으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이변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엘니뇨 현상이 강화되면 태평양상의 무역풍이 크게 약화되고 높은 해수면 상태에 있는 서부 태평양상의 따뜻한 바닷물이 낮은 동부 태평양으로 흐르게 돼 대기 순환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이 결과 호주,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가뭄이 나타나고 인도에서는 여름 몬순 악화로 때아닌 가뭄이 생기는가 하면 태풍활동이 강해 지역적인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 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는 생물진화 연구에 중요한 동물이다. 그러나 최근 엘리뇨 현상으로 몸통길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  
엘리뇨는 세계 3분의 1 지역에 영향 미쳐
대부분의 기상이변은 엘니뇨 탓

작년 미국 서해안을 강타한 폭풍과 홍수, 페루와 칠레 일부 지역의 폭우와 어획고 감소도 엘니뇨 현상 때문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가뭄과 그로 인한 산불 등은 큰 피해를 일으켜 농수산물의 가격 폭등도 초래하고 있다. 봄의 불청객인 황사의 피해가 해마다 심해지는 것도 엘니뇨 때문으로 일부 학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특히 1997년과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인도네시아의 산불로 생긴 연무는 동남아 여러 나라를 괴롭혔다. 산림 자원국 인도네시아는 2년간 산불로 500만ha의 산림을 잃었고 낮에도 태양이 연무층을 통과하지 못해 밤낮의 구별이 없어졌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층으로 배출했다.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때 우리 나라는 대체로 여름 저온, 겨울 고온 현상이 나타난다.

엘니뇨 현상은 보통 12월 말경부터 시작되어 다음 해 3월경이면 끝나지만 때로는 1년 이상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상적인 현상은 동태평양의 적도를 따라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남미의 남위 20° 부근까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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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2월에서 1983년에 걸쳐 금세기 최대 규모라고 일컫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해수온도는 평소보다 무려 5∼6℃나 상승했다. 그 결과 페루와 에콰도르에는 평소의 40배에 가까운 폭우가 내렸고 적도 부근의 서태평양 지역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등은 예년에 비해 휠씬 적은 양의 비가 내려 가뭄을 겪어야만 했다. 또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던 수백만 마리의 새들도 굶어 죽거나 사라졌다.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은 무관한 것이 아니다

엘니뇨 현상에 따른 이변은 전 지구의 3분의 1 이상의 지역에서 발생하며 생물, 경제, 날씨 등에 큰 영향을 일으킨다. 이제는 생태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켈스키 교수의 연구가 주목을 끄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북극의 온도가 높아 빙하가 녹는 것은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엘니뇨 현상은 알래스카에도 미친다. 따뜻한 난류가 알래스카 근해까지 도달해 알래스카를 비롯해 북극의 기온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기상이변이지 지구 온난화 때문은 아니라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구온난화라는 인재(人災)와 기상이변이라는 자연재해(自然災害)가 아무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climate change)와 자연적인 재해라고 주장하는 기상이변이 별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간과 자연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인 것처럼 모두 상관관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