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능력 읽어버린 우리나라 토양



















2006/07/25

우리나라 토양이 병들고 있다. 생명의 씨앗이 발아하기에 좋은 부식토의 냄새를 맡아볼 수 있는 전답은 이제 드물다. 비료가 대신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약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조차도 토양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기가스가 공중으로 올라 갔다가 다시 내려오면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토양도 오염시킨다.

우리나라 토양오염은 공업지대뿐만이 아니다. 전국에 걸쳐 일어난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정지역 제주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오염과 토양오염은 별개가 아니다. 수질오염도 그렇다. 물의 순환과 똑같은 이치다. 환경시리즈 18번째로 ‘병들고 있는 우리나라 토양’을 싣는다.[편집자 註]  


“토양의 정화능력 과포화 상태”

환경단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간부가 본지와 만나서 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약수터에 대한 이야기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이 간부는 국내 대부분의 산에 올랐고 유명하고 큰 산은 각기 다른 코스로 수십 번 오를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그는 지금도 등반을 좋아하고 거기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환경단체에 발을 붙인 것도 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약수터가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수돗물보다 약수터를 좋아한다. 수돗물이 나빠서가 아니다. 약수터와 샘물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라는 청정한 물에 향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청이나 시(市) 당국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려도 굳이 마시려고 한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고 청정한 물에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에너지가 숨어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약수터가 폐쇄되는 곳은 공업단지 인근지역만이 아니다. 산림이 우거진 지역에서도 부적합 판정으로 폐쇄되는 곳이 계속 늘고 있다. 아마 10년 정도 지나면 약수터나 샘물은 다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의 추측이다. 상수도를 대신했던 우물이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토양은 정화 능력을 잃었다. 비가 오면 비에 섞인 나쁜 물질은 토양에 침투하지만 토양의 자체적인 정화능력으로 깨끗한 물을 만들어 낸다. 그게 약수고 샘물이고 우물물이다. 그러나 이제 토양의 정화능력은 과포화 상태다.

비는 기체로 올라간 농약, 자동차의 배기 가스, 공장이 뿜어대는 각종 중금속, 심지어 황사 성분까지도 함께 뿌린다. 비에는 각종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다. 유엔환경이 경고하고 있는 산성비가 대표적이다. 산성비의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강과 바다의 수질을 오염시킨다. 비에 맞으면 산성비 질환인 피부병도 생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산성비라는 단어가 흔해진 지는 오래다. 산성비에 면역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산성비의 도를 넘어 ‘흙비’가 내린다. 자동차에 ‘흙비’의 흔적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데도 별 군소리가 없다. 다시 흙비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 것이다. 사고의 면역력이 생겼지만 실질적 피해는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토양은 이제 오염으로 얼룩져 땅속으로 스며든 빗물을 정화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땅덩어리는 넓고 인구는 적은 호주나 캐나다와는 다르다. 호주가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충분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현재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따지면 미국도 그렇다. 미국이 지금 그 영토에 중국 인구를 넘어 20억 정도가 되고 전국적으로 흙비가 내린다면 교토의정서를 무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도 Ni 기준 초과

최근 환경부가 제시한 2005년도 토양측정망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양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3천902개 지점 가운데 56개 지점(1.4%)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다. 이 중 22개 지점(0.6%)이 대책기준을 초과했다.

전국 토양에 대한 오염추세 파악 및 오염토양의 정화를 위해 환경부는 2005년 16개 시?도의 3천902개 지점에 대해 토양오염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토양오염도 조사는 토양오염 추세 파악을 위한 토양측정망(1천500개 지점, 지방청 주관)에 의한 조사와 매년 오염우려지역을 선정해 조사하는 토양오염실태조사(2천개 지점 이상, 지자체 주관)로 구분한다.

전국의 토양측정망을 보면 총 1천500개 지점 중 4개 지점(0.3%)에서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매년 기준초과 지역은 오염토양 정화사업을 통해 기준 초과율이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2002년 1.9%, 2003년 1.7%, 2004년 0.7%, 2005년 0.3%로, 특히 Cd, Cr6+, Hg의 연도별 오염도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전국 토양오염우려지역에 대한 토양오염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총 2천402개 지점 가운데 52개 지점(2.2%)에서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했고 이 가운데 22개 지점 (0.9%)이 대책기준을 초과하였다. 공장 및 공업지역의 제조과정에서 유류탱크의 기름누출 등으로 인해 발생한 Cu, Zn, BTEX 등이 주요 원인이다.

교통관련시설에서는 유류 취급 부주의 및 탱크 노후화 등으로 TPH 등이, 금속광산지역은 광해로 인해 Cu, As, Pb 등의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항목별 최고치는 우려를 50으로 보고 대책을 125로 볼 때 Cu의 경우 공장 및 공업지역인 파주시 교하읍(구리 재활용업소)에서 1,662.750㎎/㎏이 나타났다.

우려 6, 대책 17인 As는 폐금속광산 주변지역인 가평군 외서면(은광광산)에서 157.000㎎/㎏이, 우려 800, 대책 2,000인 Zn은 폐기물을 적치하고 매립하는 광양시 금호동에서 1,972.105㎎/㎏이 검출됐다. 또 우려 40, 대책 100인 Ni는 공장지역인 의왕시 오전동에서 432.00㎎/㎏이 나타났고 BTEX도 공장지역인 수원시 매탄동에서 6,230.00㎎/㎏(우려 70, 대책 200)으로 대책기준의 약 30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제주도도 청정지역이 아니다. 영산강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제주군 남원읍과 성산포가 Ni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토양에 Ni 성분이 많아 기준치를 초과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TPH(석유계 탄화수소)는 서울 신림동에서 24,137.9㎎/㎏(우려 500, 대책 1,200)으로 대책기준의 20배를 초과해 최고를 나타냈다.

 

“환경기술 수출하려면 우리나라가 깨끗해야”

땅과 물 그리고 공기는 삶의 기본이다. 그래서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는 중국과 인도에 환경기술을 수출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는 꽤나 성공을 거두고 있다. 환경이 엉망이면서 ‘환경기술 한국’을 부르짖을 수는 없다. 여드름이 많이 난 피부과 의사가 피부질환에 자신할 수 없다. 뚱뚱한 의사가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하면 믿지 않는다.

敗戰之將 不可以言勇(패전지장 불가이언용)이라는 말이 있다. 싸움에 진 장수가 용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환경은 차세대의 유망한 기술이고 산업이다. ‘환경기술 한국’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환경이 좋아야 한다. 싸움에 진 장수가 아무리 무용담을 늘어 놓아도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