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흐르는 빗물 오염도, 공장폐수의 수십배



















한겨레 2007-06-27

서울 도로 유출수 COD, 한강의 400배 넘어
납·카드뮴 등 독성물질에 대장균까지 득실

도로에 모처럼 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그러나 선명한 색깔이 드러나는 포장도로 옆 배수로에는 짙은 갈색의 물이 흐른다. 단순한 구정물이 아니다. 도로를 씻어내린 빗물에는 공장 폐수보다 수십배 많은 오염물질과 물고기를 죽이는 중금속, 그리고 병원성 대장균이 포함돼 있음이 밝혀졌다.

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 오재일 교수팀은 최근 상하수도학회지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서 도심 ‘비점(非點) 오염원’의 가공할 오염실태를 밝혀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2004~2006년 서울 원효대교에서 도로에 의한 빗물의 오염 실태를 조사했다.

처음 비가 왔을 때 도로를 적신 물은 포장도로의 물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짙은 갈색이었다고 채수를 맡았던 연구팀의 최영화씨는 말했다. 2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투명한 맑은 물이 흘렀다.

유출수의 오염도도 만만치 않았다. 유기물 오염도를 가리키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최고 2232ppm을 기록했다. 근처 한강의 오염도 5ppm의 400배가 넘고, 공장폐수의 방류수 기준보다는 50배 이상 높다.

최씨는 “얼마나 비가 오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빗물이 흐르기 시작한 지 약 30분 동안 상당히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흘러나간다”고 말했다.

유출되는 빗물에는 독성물질도 들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 최고 0.191ppm의 납과 최고 2.406ppm의 아연을 비롯해 구리, 크롬,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들은 마모된 타이어나 브레이크, 연료 등에 포함돼 있던 것들이다. 연구팀이 이 유출수에 물벼룩을 넣었더니 1~2시간 안에 10마리가 모두 죽었다. 실제로 지난해 청계천에 단기간의 강우로 쓸려들어간 오염물질 때문에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로 유출수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검출됐다. 대장균군은 ㎖당 최고 158개나 발견됐다.

연구책임자인 오재일 교수는 “그동안 하수처리장 등 환경 기초시설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투자한 만큼 수질개선 효과가 나지 않으면서 비점오염원의 중요성이 떠오르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자동차 통행량이 많아 외국보다 도로 유출수의 오염도가 상당히 심하다”고 말했다.

비점오염원 = 공장 폐수처럼 배출이 분명한 점(點)오염원과 달리 도시, 도로, 농지, 산지, 공사장 등 불특정하게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들을 가리킨다. 토지 개발이 가속화하고 대지·도로·주차장 등 물이 스며들지 않는 장소가 늘어나면서 비점오염원에 의한 수질오염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환경부는 전체 수질오염원 가운데 비점오염이 차지하는 비중이 30~35%에 이르며, 여기에 하수관의 누수와 처리되지 않은 가축 분뇨까지 합치면 그 비중이 42~69%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비점오염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란물고기’ 웹사이트(www.yellowfish.or.kr)를 개설해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