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현장 죽음의 석면 무방비 노출


















[매일신문 2006-04-11 ]    

지난 7일 오전 10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 2·3가 재건축 현장. 4만 평 부지에 4개 아파트가 들어서는 이곳에는 철거공사가 한창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주택, 상가, 사무용 빌딩 등이 있던 이곳은 철거가 80% 이상 진행돼 수십여 개 건물만 남아있었다. 굴착기가 쉴 새 없이 건물을 부수고 있었다.
"저기 부서진 슬레이트 보이죠? 폐건축자재에서 석면먼지가 저렇게 날리는데도 공사장에 방진마스크, 방진복을 착용한 인부는 없습니다. 죽음의 발암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겁니다."

취재팀의 요청으로 이날 대구를 찾은 석면문제연구소 신현욱(52) 부소장은 공사장을 둘러보며 아연실색했다. 곳곳에서 석면을 쓴 건축자재가 쏟아져 나왔지만 밀봉하거나 분류해 놓은 철거업체가 아예 없었기 때문.

신 부소장에 따르면 석면은 치명적인 '1급 발암물질'로 8∼40년까지 인체에 잠복해 있다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증 등을 유발한다는 것. 석면이 '죽음의 섬유'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철거현장은 석면에 무감각했다. 피아노학원 천장재로 쓰인 텍스, 사무실 칸막이로 이용된 밤라이트, 주택·창고 지붕에 쓰였던 슬레이트 등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는 너덜너덜 부숴져 있거나 바닥에 마구 굴러다녔다.

신 부소장은 "부서지면서 날린 석면 먼지는 인근 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학교 학생들에게 적지않게 흡입됐을 것"이라며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노동부는 지난 2003년부터 '석면이 1% 이상 함유된 건축자재를 제거·철거할 경우 신고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대구 각 구·군청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4천300곳의 건축물 철거가 이뤄졌지만 지난 5일 처음으로 한 철거업체가 신고를 했다는 것.

이날 오후 현장을 둘러본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이들 4개 철거업체에 대해 '철거를 즉각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24일 서구 중리주공아파트 철거 현장에서 석면 검출 사실이 밝혀져 노동청으로부터 전면 공사중지 명령을 받는 등 대구 전역의 재건축·재개발 현장에 석면 비상이 걸렸다. 취재팀이 한국산업안전공단 화학물질안전보건센터의 석면함유 분석 결과서를 입수한 결과 중리주공아파트 철거현장 5곳에서 4~21%까지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가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