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변 산이 많이 아프다


















[문화일보 2005-11-26]  

(::등산인구 1000만명 시대 수도권 산들 ‘신음’::) ‘건강’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지난 7월 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대실시되면서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 등 수도권 주변산들이 신음하고 있다. 몰려드는 등산객들의 발길에 산속 깊숙한 곳까지 길이 생기면서 노면침식 등 숲이 빠르게 훼 손되고 있다. 국립공원들로 지정된 명산들의 탐방로(국립공원의 등산로는 탐방로라고 규정)의 훼손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 황이지만 복원을 위한 예산 등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해 대한산악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주 산에 오르는 인구는 200만명에 달했다. 산악연맹측은 한달에 한번 정도 산에 오르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등산인구는 100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태=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청계산 등산로. 나무계단 과 납작한 돌을 깔아놓은 등산로 옆에는 폭 1m 상당의 흙길이 나 있다. 나무계단으로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방문객들이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등산로’이다. 이런 길들은 구청측이 조성해 놓은 등산로 옆으로 길이 야금야금 넓어지면서 산속 깊숙한 곳까 지 무차별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청계산 입구부터 매봉 등으로 이 어지는 등산로마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길의 흔적으로 가 득했다. 보다못한 구청측은 지난 봄 1억5000만원을 들여 등산로 중 일부구간에 진입 금지 로프를 설치하고 등산로 여기저기에 ‘ 지정된 등산로로 다니자’는 호소문을 부착했지만 별 효과는 없 었다.

서초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올 봄 산 높이를 측정해보니 3 년전보다 산높이가 약 50㎝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로프는 1년에 500여m씩 설치하고, 돌무덤, 표지판 등을 만들어 등산객의 등산로 이탈을 막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예산에 한계가 있다” 고 말했다.

탐방로 훼손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 한산 국립공원은 금요일밤마다 산에서 먹고 자며 동트기를 기다 리는 등 심야 산객들로 북적거린다. 새벽에 등정을 시작해 누구 보다도 빨리 정상에 오르는 것이 이들의 목표. 동호회 단위로 산 을 방문해 숙식, 배변 등을 해결하다 보니, 수질 오염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의 경우 등산 로에 플라스틱으로 간이 천막을 만들고 술을 마시며 화투패를 돌 리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취중에 여기저기 실례(?)하는 경 우도 빈번하다.

◈국립공원 탐방로 훼손=연간 3000만명이 방문하는 전국 국립공 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열린우리당 김영주의원실이 지난 8 월 전국의 국립공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국립공원 탐방 로 256개 노선 중 중 225개 노선에서 훼손이 나타났다. 탐방로 1 089.27㎞ 구간중 훼손된 탐방로가 무려 279㎞(25.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복원 속도는 훼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훼손상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3년간 복구 된 구간은 18.06㎞였으며 예산은 72억원에 불과했다. 이 복원 속 도로는 더 이상의 훼손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46.3년이 지나야 훼손된 탐방로를 모두 복구할 수 있다. 그나마 비정규 탐 방로의 경우 훼손 현황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의원측은 “특정시기에 집중되는 탐방객들에 의한 식생의 훼 손과 고사, 나지화 등으로 인한 훼손이 심각하지만 훼손 인지와 복원이 너무 늦는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산도 휴식이 필요하다=산을 찾는 이들의 마음가짐도 문제다.

전인찬 한국산악회 사무국장은 “등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었지만 과거처럼 산을 아끼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무엇보다 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시민 의식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등산이 대대적인 ‘국민여가활동’으로 자리잡기 전에는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내 몸을 위해 산을 이용하는 분위기’라는 것. 전씨는 “국가차원에서 등산로 , 탐방로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산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는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