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물질에 의한 환경오염


















2007.08.24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똑같이 탄소 원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원자 배열상태가 달라 하나는 값싼 땔감으로, 다른 하나는 값비싼 보석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물질의 특성과 가치는 원자들의 배열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원자들의 배열을 바꿔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원자의 크기는 나노미터로 측정된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된다. 이와 같이 극미한 원자나 분자를 개별적으로 다루어 전혀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가진 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나노기술(NT)이라 한다. 2000년 1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나노기술 육성계획을 발표하면서 나노기술은 “미국 의회 도서관에 소장된 모든 정보를 한 개의 각설탕 크기 장치에 집어넣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하였다.

나노기술은 나노물질(nanomaterial), 곧 지름이 1~100나노미터인 물질을 다룬다. 나노물질로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은 탄소 나노튜브(CNT)이다. 1991년 일본의 재료과학자가 전자현미경으로 검댕 얼룩에서 처음 발견한 탄소 나노튜브는 지름이 1나노미터에 불과하지만 밧줄처럼 다발로 묶으면 인장력이 강철보다 100배 강하다. 따라서 하늘과 지구를 왕복하는 우주 엘리베이터의 꿈을 실현시켜줄 소재로 각광을 받는다.

또한 1998년 서울대의 임지순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공동 연구를 하여 탄소 나노튜브를 10개 이상 밧줄처럼 꼬아 합성하면 금속 성질이 없어지면서 반도체처럼 전기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성질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탄소 나노튜브는 뛰어난 여러 특성 때문에 야구 방망이나 골프채 같은 스포츠 용품에서부터 米뭔炷喚?컴퓨터의 평판 디스플레이 장치까지 전자산업, 생명공학, 보건의료, 에너지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제품을 탄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2003년 3월 미국화학회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 탄소 나노튜브가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과학자들은 탄소 나노튜브를 쥐의 폐 조직에 주입한 결과 질식사했다고 밝히고 인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경고했다. 탄소 나노튜브는 덩어리일 때는 문제가 없던 물질도 나노 크기의 입자가 되면독성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탄소 나노튜브의 독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07년 2월 미 연방정부 환경보호국(EPA)이 발간한 백서는 가령 탄소 나노튜브로 만든 야구 방망이가 깨질 때 독성을 지닌 나노입자가 방출되어 물이나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컨대 탄소 나노튜브는 제품 밖으로 노출될 가능성은 낮지만 높은 독성을 지닌 나노입자라는 잠정적인 결론이 났다. 앞으로 탄소 나노튜브를 사용한 제품이 쏟아져 나올 터이므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탄소 나노튜브를 계기로 나노입자가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이른바 나노오염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탄소 나노튜브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나노물질의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할 따름이다. 화장품에서 가전제품까지 나노물질을 활용한 제품이 일상생활에 파고드는 상황에서 나노오염은 사회적 관심사가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화장품의 경우, 자외선을 막는 선 스크린(햇볕타기 방지제) 크림에 산화티타늄의 나노입자가 들어 있다. 미국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인터넷 판은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이 38개사의 선 스크린을 분석한 뒤 나노입자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8월 20일 보도했다. 한편 은의 나노입자는 휴대전화, 냉장고, 장난감, 도자기, 속옷, 콘돔 등 각종 생활용품에 항균성 피복 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공기와 물로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나노물질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조짐이 보이지만 미국 정부조차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실정이다. 영국 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7월 14일자 논설에서 “나노기술이 환경 문제의 덫에 걸려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