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침공, 먹이사슬 깨진 탓  


















2006/8/22

해수 온도의 상승과 천적인 어류 남획이 원인인 듯
쏘였을 때는 베이킹파우더 발라야

피서객들이 해파리에 쏘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등 전국의 해수욕장에서 수십여명이 해파리에 쏘여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은 ‘노무라입깃해파리’. 2000년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 연안에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해 어업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해파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 바닷가에서는 지난 몇 달 동안 지중해연안인 북동부의 카탈루냐부터 남부의 안달루시안 해안가에 이르기까지 수만 마리의 해파리들이 출몰했다. 일부 해변에서는 해수욕이 일시적으로 금지되기도 해 스페인의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린 영국의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대서양 쪽 연안에서도 최근 해파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음향측심기와 트롤 어망을 이용해 앙골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이의 나미비아 대륙붕의 어류 분포를 조사한 결과 해파리의 생체량이 어류의 3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파리의 대량출현은 생태계 구조가 변화하면서 먹이사슬 관계가 허물어지는 탓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해수 온도를 상승시키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것이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의 경우도 예년에 비해 바닷물 온도가 크게 상승했다. 물고기의 남획으로 인해 참치·도미 등 해파리의 천적이 크게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준다. 바닷가가 개발됨에 따라 콘크리트 구조물이 많이 늘어나 해파리가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돼 연안으로 해파리가 몰린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도 피해가 잇따르자 각 기관이 해파리를 그물로 수거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부산시는 해파리와 전쟁을 위해 부산 앞바다의 오물을 제거하는 데 썼던 해양환경감시선 ‘부산503호’(118t)를 투입했다. 이 배에 폭 7m, 길이 15m 정도의 트롤 그물을 장착해 해파리를 걷어내고 있다. 보통 트롤 그물은 바다 밑의 고기를 잡는 것으로 수심 깊숙이 투입되지만 표층 1~3m쯤에 있는 해파리를 걷어내도록 만들었다.

해파리가 지구상에 출현한 시기는 대략 10억년 전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6억5000만년 전의 해파리 화석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되어 학자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다. 한국인은 해파리냉채를 별미로 삼을 정도로 서양과 달리 해파리를 매우 친근하게 여겨왔다. 갯가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너울너울 물살을 따라 바닷속을 미끄러져 다니는 해파리의 군무는 뇌리에 추억으로 간직되기도 하고 수족관에서 단골로 전시되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옛말에 “해파리가 갯가에 밀려오면 닻을 내리라”는 말이 있다. 이는 폭풍이 올 조짐이라는 뜻이다. 이미 갯가 사람들에게 해파리는 친숙한 생물이었다. 해파리는 정약전이 흑산도에 귀양가서 한 많은 세월 속에 저술한 자산어보에도 비교적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큰 놈은 길이 5~6자이며 너비도 이와 같다. 머리와 꼬리가 없고 얼굴도 눈도 없다. 몸은 연하게 엉켜 있어 타락죽과 같고, 모양은 중이 삿갓을 쓴 것과 같다. 허리에는 치마를 달고 발을 늘어뜨린 채 물속을 떠다닌다. 갓양태 안쪽에는 매우 가늘고 수제비 가락처럼 생긴 머리털이 무수히 달려 있다. 물론 진짜 머리털은 아니다. 그 아래는 목같이 생겼고 갑자기 넓어져서 어깨처럼 된다. 어깨 아래는 네 갈래의 다리로 갈라져 있는데 앞으로 나아갈 때에는 다리를 하나로 붙여 모은다. 다리는 몸 가운데에 있다. 다리의 위아래와 안팎에는 머리털이 무수히 나 있는데, 긴 것은 수장에 이르는 것도 있다. 짧은 곳은 7~8치 정도이며 빛깔은 검다. 길고 짧은 것은 일정하지 않은데 큰 놈은 노끈 같고 가는 놈은 머리털 같다.(중략) 도미가 해파리를 만나면 두부처럼 빨아 마셔버린다. 육지 사람들은 이것을 익혀 먹거나 혹은 회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중략) 배 밑에 늘어져 매달린 것이 있는데 새우 떼는 여기에 달라붙어 그 연한 것을 빨아 먹는다.…”

해파리의 모양과 생태에 대한 정약전의 기술은 매우 정확하다. 해파리의 공생관계도 상당 수준 파악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현대해양생물학에서도 중요시되는 위 속의 내용물에 대한 관찰은 현재까지도 유용한 기록이 된다.

정약전의 기록에 따르면 해파리는 해타(), 해팔어(海八魚), 수모(水母), 해설(海舌), 저포어(樗蒲魚), 자어(魚), 해차(), 차(), 석경(石鏡), 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가 묘사한 해파리는 현재의 이름으로는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말하는 듯하다. 해파리의 크기나 모여 있을 때의 색을 홍자색으로 묘사한 것 등이 모두 ‘노무라입깃해파리’의 특징과 흡사하다. 현재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남방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기록을 보면 최소한 200년 이상 전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해파리는 우산, 촉수, 입다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명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는데, 폴립상태에서는 아주 장기간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실험실 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체의 경우에는 아마도 단년생 내지 2년생으로 추측하고 있다.

해파리는 난자와 정자의 수정에 의한 유성생식을 통해 번식한다. 운동성이 있는 플라눌라가 태어나면 물속을 떠다니다가 단단한 물체의 겉면에 붙어서 분화되는 폴립이 된다. 폴립이 분화과정을 거쳐 판이 쌓인 것 같은 스트로빌라가 되고 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 에피라 시기를 거친 후 메두사라고 하는 우리가 흔히 바다에서 관찰하게 되는 해파리의 성체가 되어 한 주기를 보낸다. 폴립 시기에는 무성생식을 통해 증식을 하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휴면상태와 같이 오랫동안 폴립 상태로 머물기도 한다.

해파리는 스스로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나 주변 바다의 흐름이나 바람에 따라 흘러 다니기 때문에 부유생물(plankton)의 특성을 갖고 있다. 해파리는 몸통에 넓게 퍼져 있는 신경세포의 자극에 의해 몸통이 수축과 이완과정을 반복하면서 운동하며, 안점과 평형포 등으로 구성된 신경조직에 의해 조절된다. 안점은 보통 몸통 가장자리 4~6곳에 분포하고 있거나 몸통의 가장자리를 따라 반지모양으로 늘어서 있기도 한다.

흔히 자포라고 하는 침이 있고 크기가 꽤 크다는 특성으로 미루어 해파리가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파리는 주로 동물플랑크톤을 먹이로 하고 있다. 몸길이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 긴 촉수를 바닷속에 유유히 늘어뜨려 촉수에 걸리는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거나, 우산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주변의 물과 함께 운동능력이 아주 작은 동물플랑크톤을 흡입해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커튼원양해파리나 야광원양해파리 같은 원양해파리과의 해파리들은 동물플랑크톤 대신 작은 물고기나 다른 해파리를 먹이로 하기도 한다. 이런 해파리는 다른 해파리와 비교해볼 때, 자포에서 나오는 독소의 독성이 매우 강해 작은 물고기가 촉수에 스치기만 해도 금방 죽어버린다. 또한 이런 종류의 해파리는 다른 해파리에 비해서 색깔이 화려하거나 독특한 무늬를 지니고 있어 그 모양으로 먹이를 유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해파리의 날카로운 침은 사람의 피부를 스치면 달라붙는다. 이때 독침이 피부에 침투해 통증을 일으키고 채찍 모양의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독소는 호흡 곤란과 오한, 구역질, 근육 마비 등을 초래하며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켜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 적절한 응급처치 요령이 잘 알려지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이킹파우더를 물에 개어 바르면 독을 빨아들여 중화시키고 가려움과 부종을 줄여준다.

해파리는 고기잡이 그물을 망가뜨리고 그물에 함께 잡힌 어족을 손상시키며 해수욕객을 언짢게 만드는 골칫거리가 됐다. 최근에는 고기 잡는 어구에 다는 해파리 분리장치가 개발돼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해파리를 잘라내 버리는 장치도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해파리는 여러모로 인간에게 기여하기도 한다.

최근 노무라입깃 해파리의 우산 안쪽에 매끈등꼬마새우라고 하는 작은 새우가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런 공생관계가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시작되고, 두 생물이 어떤 관계를 가지며, 왜 해파리 안에 사는 매끈등꼬마새우는 대부분 암컷인가 하는 의문이 밝혀지면 생물의 환경적응 과정을 인식하는 데 기여를 할 것이다. 이는 물질순환, 유전정보의 전달 등에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생명현상의 한 부문이 해파리를 통해 밝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해파리는 그 자체를 자원으로써 활용할 수 있고 독성을 이용한 신물질 개발도 가능하다. 또 해파리의 대량발생이 물질순환에 기여하는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하는 것도 해양환경을 이해하는 데 매우 긴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모든 생물은 당장 인간에게 피해를 줄지라도 생태계에 존재하는 의미가 있으며 다만 인간이 아직 그를 이해하지 못할 따름이다.

이윤 국립수산과학원 유해생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