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질환, 당신의 목숨을 노린다  



















2004/6/7

서울 대기오염 심각…이산화질소 WHO 권고기준치 넘어
폐암, 3년째 암 사망률 1위…
만성 하기도질환, 2002년 한국인 사망원인 5위로 급증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02년도 한국인의 사망원인 조사에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보인다.

‘만성 하기도질환’이 5위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2002년도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부터 4위까지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순으로 2001년과 변함이 없다. 10년 전만 해도 사망원인 8위에 그쳤던 만성 하기도질환(호흡기질환)이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다 2002년에 들어 5위권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환경 오염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조사에서 한국인의 10대 사인(死因) 중 최근 10년간 사망률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사인은 암 > 당뇨병 > 만성 하기도질환 > 자살 순이었다. 같은 기간 사망률이 가장 감소한 사인은 고혈압성질환 > 운수 사고 > 간질환 > 심장질환 > 호흡기 결핵 순이었다. 최근 몇년간 한국인의 4대 사망 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당뇨병이었다. 심장질환이 감소 추세에 있는 반면 만성 하기도질환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으로 미뤄, 만성 하기도질환이 심장질환을 제치고 4대 사망원인에 들어올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흡연·간접흡연·대기오염이 폐암 불러

연령별로 20대 이하는 운수 사고가 사망률 1위이고 30대 이후는 암이 확고부동한 사망률 1위다.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의 경우 폐암 사망률이 2001년에 이어 각종 암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위암은 1999년까지 암 중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으나 2000년부터 폐암에 밀려 2위로 떨어졌다.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일반적인 요인은 흡연이다. 그러나 평생 담배를 피워본 일이 없는 사람에게도 폐암은 발생한다.

연세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서일(徐一) 교수는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요인은 담배”라고 진단한다.

“흡연의 결과는 20~25년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금연했다고 해서 안심하기 어렵다. 담배를 핀 일이 없는 사람에게도 폐암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간접흡연에 의해 노출되는 경우다. 또한 폐암의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도 흡연과 관계 없이 암에 걸린다. 폐암을 일으키는 나머지 요인은 대기 중의 유해물질을 지속적으로 들이마신 경우다.”

황사(黃沙)가 오면 사망자가 평소보다 늘어나며 특히 심혈관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학계에서 밝혀낸 바 있다. 황사가 아니더라도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1세 이하 영아 사망률이 9% 증가한다는 사실도 역시 조사된 바 있다. 이는 대기오염 정도가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자동차 배기가스서 나오는 이산화질소가 문제

서울의 대기오염 정도는 각종 조사에서 위험 수준에 이르렀음이 드러났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가장 많이 유출되는 유해물질은 이산화질소(NO₂). 이것은 질소산화물의 일종으로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최근 조사에서 서울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WHO 권고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도시들도 상황은 서울 못지 않다.

만성 하기도질환의 사망률이 해마다 증가세에 있고 폐암 사망률이 암 중 사망률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인이 살고 있는 대기환경이 어느 정도 중증(重症)인가를 웅변한다. 오염된 공기는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에게 예외 없이 공평하다. 음식물 섭취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공해병은 개개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기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들이마실 수밖에 없는 공기 중에는 과연 어떤 공해물질이 떠다니고 있으며 이들이 체내에 들어가 축적될 경우 어떤 질병을 유발시키나, 오염된 대기의 실체를 알면 깨끗한 공기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