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괴물이 깨어났을 때…






구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1988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환경위기 극복을 위해 안전보장이사회를 본뜬 지구환경이사회라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호주의 대중과학 저술가이자 고생물학자·탐험가인 이 책의 저자 팀 플래너리도 비슷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온난화는 지구 전체의 문제다. 그런데 국가간 이해관계가 상당히 다르다. 과거에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후진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진국은 당신들이 온난화를 일으킨 것이니 책임은 당신들이 지라고 말한다. 투발루 등 태평양 소국들은 호주 같은 나라한테 제발 석탄 좀 그만 때라고 하소연한다. 호주는 콧방귀도 안 뀌면서 “온실가스 줄이는 것보다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이 대피하는 게 훨씬 돈이 덜 든다”고 말한다.
부딪히는 이해관계를 누가 조절할 것인가. 플래너리는 결국 지구를 공동관리하는 국제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국제기구의 이름은 ‘자동 온도조절 능력을 통제하는 지구위원회’라는 것이다. ‘2084 오웰식 탄소 독재’라는 소제목이 붙은 책 33장에 등장하는 명칭이다. 위원회는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지를 국제합의 방식으로 결정짓게 된다. 그 위원회는 기후변화로 생긴 나라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도 맡는다.
1998년에 맺어진 교토의정서가 그런 ‘세계 정부’로 가는 첫걸음 비슷한 시도였다. 교토의정서는 가맹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고 그 배출권을 거래하는 방식까지 고안해냈다. 일종의 ‘탄소 달러’를 창설한 것이다. 국제협약이 독립국가의 경제 운용방식에 제한을 가한 것이다. 주권에 대한 이런 간섭 과정에서 불가피할 때에는 ‘군사력을 동원한 법 집행기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오웰 스타일의 ‘탄소 독재’를 펴는 세계 정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온난화를 두고는 아직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수증기가 증발해 구름이 많이 생긴다. 그 구름은 열을 가둬놓는 온실 효과를 강화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출 수도 있다.
뭐가 맞는지 과학자들은 아직 모른다. 기온이 올라가면 남극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올라갈 수가 있다. 하지만 거꾸로 눈이 많이 내려서 남극 빙하가 더 커지고 해수면이 낮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플래너리도 그런 불확실성을 인정은 한다. 이를테면 “기후 변화는 무시무시한 위협인가 아니면 케케묵은 소리인가.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자문자답을 한다.
하지만 그는 몇몇 유보적 대목을 빼놓고는 확신을 갖고 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책의 본문에서 온난화로 빚어지는 생태 변화의 광범한 리스트들을 확인할 수 있다. 북극의 레밍쥐에서부터 남극의 크릴새우까지 종횡무진이다. 지구 대기층의 구성과 물리·화학적 성격에 관한 기초개념, 지구축 기울기와 공전궤도가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천문학적 설명도 나온다. 독자를 수억 년 전 석탄이 생기던 지질 시대로 초대하기도 한다. 온난화를 막기 위해 바다에 철분을 뿌린다든지 탄광 속으로 이산화탄소를 가둬 넣는 식의 공학적 시도들도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불확실성’에 귀착하고 만다. 지금 이 시대에 누가 온난화에 관한 책을 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플래너리는 “과학은 진실이 아니라 가설을 다루는 학문이며 아무도 미래를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렇다고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만일 어떤 병이 치명적으로 진행하기까지 기다린다면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불확실하긴 하더라도 미래에 닥쳐올 결과가 파국적인 것일 수 있으므로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