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떼죽음 원인, 스페인 병균만은 아닌듯


















2007-01-09

(멕시코시티 AP=연합뉴스) 16세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떼죽음을 한 것은 스페인 정복군이 갖고 온 천연두 등 새로운 병균 때문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굳어져 온 학설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멕시코 학계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멕시코 국립대의 미생물학자 로돌포 아쿠나-소토 교수 등 연구진은 1519년 지금의 멕시코 땅에 도착한 스페인 정복자들이 1차 몰살 사태의 원인이긴 하지만 이어 1545년과 1576년 잇따라 창궐한 맹렬한 전염성 열병은 쥐가 퍼뜨리는 토착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576년의 역병 사태를 목격하고 부검까지 했던 스페인 왕의 주치의 프란시스코 에르난데스 박사의 라틴어 기록을 근거로 이처럼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수백년만에 스페인의 한 기록보관소에서 발견된 이 기록에 따르면 당시 전염병의 증상은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심한 출혈을 일으켰으며 원주민 사이에 급속히 확산돼 감염자 가운데 80%가 하루 이틀 사이에 숨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난 2000년 번역된 원본에 따르면 "환자들의 귀에서 피가 흘러 나왔고 많은 경우 코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도 했으며 한번 걸리면 살아 남기가 어려웠다"고 기록돼 있다.

연구진은 멕시코의 고립된 고원지대에서 토착 쥐의 배설물로 확산된 전염병 창궐 사례들을 조사한 결과 스페인에서 들어온 천연두와는 증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쿠나-소토 교수는 "이런 전염병들이 연구되지 않은 이유는 스페인인들을 비난하는 것이 정치적, 인습적으로 더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기존학설은 "일종의 관제 역사"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천연두와 홍역, 티푸스 등 당시 원주민이 전혀 면역성을 갖지 않은 신종 질병이 1521년부터 대량 사망 사태를 빚은 것은 사실이지만 1545년과 1576년의 전염병은 1521년 병에 걸렸다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 자녀 등 어느 정도 면역성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까지 쓰러뜨렸다고 지적했다.

1500년대 멕시코의 인구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믿을만한 자료는 없지만 대략 600만에서 2천500만까지로 추정된 반면 1600년 무렵엔 단 200만명만 남을 정도로 역병의 위력은 엄청났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에 대해 당시 원주민들이 면역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외래종 질병에 이처럼 심한 출혈 증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 국립대의 카를로스 비에스카 박사는 당시 전염병이 스페인군의 상륙지점인 아카풀코나 베라크루스에서 시작되지 않고 스페인인들이 광물 탐사대를 보낸 중부 고원지대에서 시작된 것으로 미루어 사람들이 쥐의 서식지를 침범해서 전염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