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자기장이 변하고 있다


 



자기장은 실생활과 첨단기술에 가장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는 물리 현상 중 하나다. 대표적 예로 카세트, VTR 테이프, 신용카드, 하드디스크, 플로피디스크 등 음악·영상·데이터를 저장하는 정보시대의 필수매체를 들 수 있다.

자기장은 첨단기술의 총아로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고속도로의 교통량 감지장치, 뇌자기장 지도 장치,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등의 근본원리로 활용된다. 지난달 국내에서 개발된 ‘초고속’ IH형 압력밥솥은 자기장을 통해 열을 고루 전달하여 밥맛을 좋게 한다.

자기장은 영구자석 또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 의해 만들어진다. 자석의 경우 N극과 S극은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잡아당긴다. 자기장은 N극에서 S극으로 향하는데, 자석 주위에 쇳가루를 뿌리면 그 방향을 볼 수 있다.

지구도 하나의 거대한 자석으로 간주되며, 나침반을 통해 N극 방향(북극부근)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개봉된 과학공상영화 ‘코어’에서는 이 지구자기장이 갑자기 사라져 비둘기가 이상행동을 하고, 심장박동기를 단 사람들이 쓰러지는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한다.

과연 지구자기장이 왜 생성되며 어떻게 사라질 수 있을까. 사실 우리가 볼 수 없는 지구 땅 속은 우주의 은하계보다도 더 낯설고 이해되지 않고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인 ‘다이나모 이론’에 의하면, 지구 내부의 ‘철의 바다’로 이루어진 외핵이 액체상태이며, 그 유체운동이 전류를 만들고 전자기 유도에 의하여 지구자기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인지하지 못하지만 지구자기장은 지난 20억년 동안 존재해 왔다. 이 지구의 든든한 ‘자기보호막’은 ‘태양풍’과 우주방사선의 날씨 변화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이 보호막의 존재는 극지점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인 ‘오로라’로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의 지질학적 연구는 이 지구자기장이 지난 몇백년간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구자석의 방향이 약 78만년 전에 반대방향으로 역전되었고, 이 역전현상이 그 전에는 더 자주 일어났다는 것이다.

최근의 컴퓨터실험 연구는 흥미롭게도 자기장 역전이 일어나기 전에 그 세기가 약해지며 자기장의 부분적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 결과는 항해일지에 기록된 지난 300년간의 진북과 자북의 데이터에 기초한 지구자기장의 빠른 감소와 남대서양 근처의 자기장 이상 결과와도 일치하여, 지구자기장 역전의 시작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자기장 역전은 지구자기장의 소멸 등 급격한 변동을 수반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밤하늘의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지구자기장 문제는 20세기 말 한 대중과학잡지가 소개한 소행성 충돌, 은하계의 감마선 폭발, 블랙홀의 접근과 함께 인류멸망의 4대 시나리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구자기장 변동으로 생명체의 우주 방사선 노출로 인한 사망률 증가, 통신 두절, 대규모 정전 사고, 정밀전자장치 이상, 인공위성과 항법장치의 무력화가 야기될 것이다.

또 지구자기장을 활용하는 비둘기, 철새, 바다거북, 연어, 이동성 동물의 삶에 큰 혼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다음 자기장 역전까지는 수천년이 걸릴 것이며, 이 역전현상으로 실제 지구 생태계의 파멸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지구자기장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으며, 그 예측에 대한 해답은 지구의 핵에 있다. 액체 상태의 핵이 굳어가며 지구자기장이 감소한다고 추측하고 있지만, 아직 직접적 검증이 되지 않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2009년에 3대의 ‘스웜’ 인공위성을 발사하여 극궤도에 진입시켜 향후 6년간 지구자기장 변화를 추적하여 예측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구자기장의 예측과 그 변동에 대한 대응은 오랫동안 인류의 숙제로 남아 있을 전망이다.

김승환 포항공대 교수·물리학

2004.12.10 (금)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