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를 막는 숲-해안림이 사라진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나라는 바다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오며 살아왔다.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너그러운 어머니가 되어주기도 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편안한 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바다가 너그럽고 편안하지만은 않다. 때론 태?과 해일로 인해 파도가 범람하여 논밭과 주택을 침수시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네 선조들은 바다와 육지의 완충지대인 연안지역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듦으로써 바다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했다.  

남해시 삼동면 물건리의 어부림은 이러한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곳이다. 이 숲은 바닷바람으로 인한 염해를 막아준다고 해서 방풍림(防風林). 파도와 그로 인한 해일을 막아준다고 해서 방조림(防潮林). 숲의 그늘과 영양분으로 인해 물고기를 모은다고 해서 어부림(魚付林)등의 세가지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곳이다. 350여년전. 당시 마을 사람들은 바람이나 해일 등의 피해를 막고 고기들이 많이 모여들도록 하기 위해 숲을 조성했다. 타원형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그 숲을 위해 제사를 지내고 신성시 하면서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믿음을 가지며 숲을 보호하고 있다. 어부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보호되어져왔던 숲이지만, 이제 숲과 어부들은 서로를 지켜주고 살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남해시 삼동면 물건리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해안가에는 푸른 숲으로 이루어져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인 푸른 숲이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바다의 경고, 즉 연안재해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인간의 오만과 바다의 경고

매년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는 연안재해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는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연안재해의 위험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깝고 태풍이나 악천후가 자주 일어나 연안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지난해 12월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은 전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러한 지진해일에 대해서는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1983년과 1993년에 이미 삼척시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동해안 지역에 지진해일이 일어나 많은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또한 2005년 3월부터 5월까지 일본 서해안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
이러한 연안재해로부터 내륙을 보호하기 위해 호안, 방파제, 방조제 등 여러 가지 인공구조물들을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구조물들은 자연스러운 토사의 움직임을 교란시켜 해안의 토사가 붕괴되어 해안선이 후퇴하는 연안침식이라는 또 다른 재해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자연의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태풍이나 해일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자연재해이지만 살아있는 지구의 입장에서는 불균형적인 몸을 다시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인 것이다. 자연스러우면서 거대한 자연의 질서를 인간의 노력으로 전부 막아 낼 수는 없다. 자연은 자연으로 다스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라고 여기는 인간들의 대자연을 극복하고 정복하려는 욕구로 인해  더욱 더 큰 피해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해안림, 높아져가는 재해위험!

남아시아 지역에 쓰나미가 온후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월 31일자 신문에 “남아시아 지역이 휴양시설 건설과 새우양식업을 위해 맹그로브 숲을 남벌하여 피해가 가중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다루었다. 또한 일본 해안림 학회에서는 해안림의 형성정도에 따라 거대한 숲이 천연방파제 역할을 하여 지진해일의 파괴력과 속도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해안림의 가치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자 않아, 경제개발의 논리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재해나 병충해 같은 자연적인 원인도 일부 있지만, 그보다 해안도로, 펜션 및 위락단지와 같은 관광개발로 인한 훼손이 가장 심각하다.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구시포 해수욕장과 동호 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곳으로 백사장 길이만 4Km가 넘고 백사장-해안사구-해안림이 자연스럽게 발달된 지형이다. 그러나 최근 1번 군도의 건서로 인해 해안림뿐 아니라 해안사구까지 훼손시키면서 해안생태계를 훼손시키고 있다.
충남 태안군과 서산시의 가로림만 지역은 자연해안선이 잘 보존된 지역이었으나. 최근 대규모 전원주택단지가 건설되고 있어 해안림을 훼손하고 있다. 또한 주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호안은 해안생태계의 단절과 함께 오랜 시간이 지나 연안침식으로 인한 붕괴위험이 높다.

<사진-삼척시 근덕면 맹방해수욕장>
해안림을 훼손시키면서 들어서고 잇는 맹방해수욕장 내 펜션.

동해안 지역은 지진해일의 위험에 대해 안전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안림에 대한 보전계획의 설립은커녕 현재 남아있는 해안림 내의 관광개발을 통해 대규모 펜션 및 위락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연안지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해안림이 점점 사라져 갈수록, 바다에 의한 재해는 더욱 심해 질 것이다. 바다와 육지의 완충지적 역할을 하던 연안지역의 파괴가 바로 쓰나미와 같은 대규모 재해를 불러오는 것이다.

해안림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일본에서는 2000년에 해안림 학회가 창설되어 해안림의 가치와 기능 그리고 실질적인 보전방안에 대한 연구가 한참 진행 중이다. 또한 해안보호림으로 지정하여 국유림뿐 아니라 사유림까지도 엄격하게 관리되어지고 있다. 주민들도 경제적 개발이익보다 해안림의 다양한 가치들을 우선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안림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도 부족할 뿐 아니라, 현재 남아있는 해안림마저도 관광개발이라는 미명하게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해안림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를 통한 해안림의 다양한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해안림은 단순히 해안가에 있는 숲이 아니라, 육지의 인간과 바다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곳임을 알려내야 한다. 해안림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해안림 조성계획을 수립뿐 아니라, 현재 남아있는 해안림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통해 더 이상 개발로 인한 해안림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


푸른 숲! 푸른 바다! 푸른 미래!

제주도의 돌담은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에 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며, 바람에 갈대가 꺾이지 않는 것은 바람에 따라 휘어지기 때문이다. 바닷가의 푸른 숲 해안림은 이러한 자연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우리들을 지켜주었다.
자연은 극복해야 할 대상도, 개발과 소유의 대상도 아니다. 아름다운 우리의 해안은 우리 세대의 것만도 아니요, 우리 인간들만의 것도 아니다. 인간의 개발욕구로 인해 항만과 공업시설이 들어서고, 인간의 소유 욕구로 인해 펜션과 위락단지가 들어서고, 인간의 속도와 편리에 대한 욕구로 인해 해안도로가 들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예전에 푸른 숲이었던 바닷가는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숲이 되어지고 있다. 푸른 숲, 푸른 바다가 없으면 더 이상 푸른 미래도 기대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주었던 푸른 숲, 해안림,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