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火魔 에 동물사체 전무…가축과 대조 눈길


















2007.05.21

대형 산불로 강원도 고성과 양양 지역에서 산림이 훼손되고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은 단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어 `동물은 천재지변을 미리 감지하고 대피한다`는 통념이 다시한번 입증됐다.

양양 지역의 경우 산림 250ha가 완전히 불에 탔지만 해당 지역에서 야생동물의 사체는 발견할 수 없었다. 7일 양양 지역 일선 군청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산불로 문화재와 산림 수백ha가 소실됐지만 야생동물의 피해는 전무하다.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던 양양군청 관계자는 "산불이 나면 가장 먼저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산 아래나 정상으로 이동한다"며 "고성에서는 산불이 번지기 전부터 수십마리의 고라니와 멧돼지 등이 대피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강원ㆍ영동 지역에서만 400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이번 산불은 초속 30m의 강풍이 불어 헬기 진화에도 어려움이 뒤따랐던 것이 사실. 초속 30m 이상일 경우 사람이 전력질주하는 속도보다 빨라 야생동물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동물이 가진 예민한 후각과 열 감각이 이번 화마(火魔) 속에서도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고성군청 환경과 관계자는 "산불이 진화된 뒤 피해지역을 돌아보고 있지만 시커멓게 타 죽었을 거라 생각됐던 야생동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야생동물은 사람보다 모든 감각이 발달해 있어 비무장 지대에서 처음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안전지대로 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산불은 여느때와 달리 극심한 가뭄과 함께 지역적인 기상이변 때문에 대형 산불로 발전했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와 달리 우리나라처럼 좁은 산림지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모든 생물과 동물이 고온과 연기에 목숨을 잃기 마련이다.

야생동물 전문가 윤신근 박사는 "산불 피해지역에서 기르던 가축들은 야생의 감각이 둔화된 탓에 밀려오는 산불 앞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야생에서 생활하는 동물은 오감이 발달해 있어 이번 참사에도 안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생활의 터전을 잃은 야생동물 상당수는 산불 피해지역이 아닌 강릉과 설악산 방향으로 대거 이동, 치열한 `영역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산불을 피해 안전지대로 대피한 동물들 사이에 신경전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설악산 관리사무소 측은 "산불이 나면 야생동물 상당수가 본능적으로 안전한 이웃 산 등으로 대피한다"며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동물들의 싸우는 소리가 산 전체를 시끄럽게 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