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 고대 아폴로 신전까지 위협



















2007년 08월 27일 한겨레신문

[한겨레] 올림픽 창시자 무덤 불타…개발 노린 ‘방화’ 의심 150년만의 최악의 산불이 그리스 고대 유적까지 위협했지만 가까스로 피해를 막았다. 지난 24일 발생한 산불은 그리스 전역에서 나흘째 번져나가 희생자는 61명으로 늘어났다. 25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그리스 정부는 방화범 현상금으로 100만 유로(약 13억)를 내걸었다. 주변 유럽 각 나라도 소방헬기 등을 보내 지원에 나섰다.

■ 고대 올림픽 유적까지 덮친 산불=때로 높이 100m가 넘는 화염이 2800년된 그리스 남부 고대도시 올림피아를 덮치자, 피해를 막기 위한 총력전이 벌어졌다고 외신들이 27일 전했다. 고대 그리스의 제우스 신전과 1000년 넘게 올림픽이 열린 올림픽 발상지, 헤르메스 조각상 등이 보관된 박물관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까지 화염이 타올랐다. 다행히 화재예방 시스템이 작동하고 진화작업이 집중돼, 주변의 나무들은 불탔지만 유적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최악의 재난으로 나라의 절반이 불타고 있지만, 사투 끝에 고대 올림픽 유적을 보호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올림픽 아카데미의 운동장 주변, 현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이 묻혀있는 무덤이 불탔다. 또 산불은 기원전 5세기에 지워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아폴로 신전쪽으로 번져나가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주택과 자동차, 동물들의 주검이 곳곳이 널려있고, 자욱한 연기가 도시를 휘감고 있다며 참혹한 현장을 전했다. 현재 그리스 전역에서 수천 헥타르의 산림과 가옥 수천 채가 불타고 수백명이 피신했다.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산불 피해가 집중된 펠로포네소스 반도의 주민들은 “모든 곳이 지옥이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 왜 불길이 번졌나=그리스에서는 덮고 건조한 여름철에 산불은 잦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산불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그리스 전역을 휩쓸고 있는 이번 산불의 원인은 상당수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스에서 산림지대로 지정된 곳은 개발할 수 없어, 토지 소유자들이 산불을 놓아 산림을 파괴한 뒤 개발이 가능하도록 노린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까지 65살 노인 등 10명의 용의자를 고의 및 부주의로 불을 놓은 혐의로 검거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한밤중에 일어났다는 점은 “지나친 우연이다”며 조직적 방화를 의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리스 정부는 16대의 소방헬기 등을 동원해 산불진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재 4천여명의 군인과 군용 헬기까지 동원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12개 나라에서 소방헬기 등을 보내 진화를 돕고 있다. 하지만, 산불은 진화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산불대응에서 무능력을 드러냈다며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