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최악 산불 비상사태 선포


















50여명 사망·가옥 수백채 소실

2007년 08월 26일 국민일보
 
그리스에서 방화 등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 5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채의 가옥이 소실됐다고 외신들이 26일 전했다. 피해가 갈수록 확대되자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럽연합(EU)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AFP통신은 이번 산불의 사망자 규모가 지난 150년간 전세계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크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다음달 16일 총선이 예정돼 있지만 여야 모두 유세를 중단했으며 주말 프로축구 경기도 모두 취소됐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으며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숙소를 떠나 해안으로 대피해 있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4일 밤부터 시작된 산불은 26일까지 190여곳으로 번져나갔다. 1000명이 넘는 소방관들과 수십대의 소방헬기는 물론 수천 명의 군인들까지 동원돼 진화에 나섰지만 섭씨 40도에 달하는 뜨거운 계절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데다 오랜 가뭄으로 매우 건조한 상태여서 좀체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그리스의 지원 요청에 프랑스 스페인 등 7개 나라가 소방헬기 수십대를 급파, 진화 활동을 돕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큰 펠로폰네소스 지역에서는 7명의 어린이를 포함, 모두 37명이 숨졌다. 특히 이 지역 서쪽 자카로에서는 한 어머니가 4명의 자녀들을 품에 꼭 껴안은 채 숨져 있는 모습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목격자들은 이 지역의 가옥과 나무가 거의 전소됐으며 불탄 차량들과 시신 등이 나뒹굴고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 지역 마을 40곳에 소개령을 내렸다. 다행히 인근 고대 유물 올림푸스 신전은 화염이 비켜갔으나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군인들을 배치했다.

수도 아테네 북부 지역으로도 산불이 번져 수십개 마을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아테네로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폐쇄됐다.

그리스에는 지난 6월 이후 건조한 날씨 등으로 인해 수백 건의 자연발화 산불이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불이 방화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카라만리스 총리는 "동시다발적으로 22건의 화재가 처음 발생한 것은 누군가가 방화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이를 반증하듯 펠로폰네소스 남쪽 아레오폴리스에서의 방화로 6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65세의 노인을 구속한 데 이어 10대 2명 등 다른 6명도 방화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야당은 "조기 진화에 실패한 정부가 책임 회피에 나섰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