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위에 두꺼운 양말을 덧신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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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과 겨울, 여자들에게 레그웨어는 ‘선택사양’보다는 ‘필수품목’에 가깝다. 이번 시즌에 유행하는 모든 스타일- 80년대식 글래머룩, 코쿤 실루엣, 그런지룩 등- 을 하나로 아우르는 유일한 아이템이 ‘레그웨어’(스타킹?레깅스?워머?양??등 다리와 관련된 모든 패션 아이템을 통틀은 말)인 탓이다. 사실 레그웨어 열풍의 기미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돼왔다. 곳곳에서 미미하게 감지되던 그 ‘기미’들이 활화산이 되어 폭발한 것은 지난 봄?여??시즌. 모델들의 앙상한 다리에 줄줄 흘러내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헐렁한 하이 니삭스를 신겼던 프라다와 컬러풀하고 깡총한 레깅스로 컬렉션에 ‘포인트’를 주었던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 여름임에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레그웨어들로 자신의 컬렉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전세계의 트렌드세터들은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그 ‘보온효과’에 굴하지 않고 레깅스와 니삭스를 십분 활용함으로써 디자이너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뜻을 표현했다. 그리고 바야흐로 가을, 레그웨어 바람은 미니스커트의 식지 않는 인기와 추위의 든든한 후원에 힘입어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으로 힘을 키워나가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레그웨어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11월을 가장 완벽하게 장악한 아이템은 레깅스. 백화점, 동대문, 이태원 할 것 없이 여성복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만든 레깅스를 만날 수 있는데, 그동안 ‘레깅스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긴 바지 차림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다양한 레깅스 활용법 중 가장 스타일리시한 방법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좀 전에 말한 것과 같이 길이가 발목, 혹은 발목 약간 위쪽까지 내려오는 팬츠 속에 입어 바지 밑단 아래로 레깅스가 언뜻언뜻 보이도록 하거나, 미니스커트나 반바지와 함께 매치해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특히 앞코가 동글동글한 플랫슈즈에 발등을 반 정도만 덮는 레깅스를 신고 그 위에 미니스커트나 볼륨이 있는 반바지를 입는 스타일링은 20대 초반뿐 아니라,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여성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레깅스 위에 레그워머나 두꺼운 니트 소재의 양말을 덧신는 것 역시 추천할 만한 레그웨어 연출법 중 하나. 여기서 포인트는 두껍고 둔탁한 느낌의 양말에 메리 제인 슈즈(앞코가 둥글고 발등에 밴드가 있는 여성용 구두로 귀여운 모양이지만 굽이 높다)처럼 폭이 좁은 신발을 매치해 발과 양말을 신발 속에 억지로 구겨넣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번 시즌 레그웨어 열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긴 바지 속에 레깅스를 입는 건 군인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것에서부터 ‘두꺼운 양말은 폭이 넓은 신발과 함께’ 같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레그웨어 열풍에 동참하고 싶지만 모던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직장 여성들에게는 불투명한 검은 스타킹을 추천한다. 레깅스가 2006년 가을?겨울??대한민국 최고 스타라면, 검은 스타킹은 월드스타. 오랫동안 지나치게 검소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이유로 ‘여중생들에게나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치부돼왔던 불투명 검은 스타킹은 이번 시즌 ‘뉴 실루엣의 교본’이라 할 만했던 발렌시아가 컬렉션과 브리티시 말괄량이 룩을 표방한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 구조적인 실루엣의 미니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던 펜디 컬렉션 등에서 두루 활약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따라서 이번 시즌에는 값비싼 망사 스타킹을 사들일 필요도, 옷의 컬러에 따라 색색의 스타킹을 장만할 필요도 없다. 아이보리 컬러 원피스를 입든 베이지 컬러 H라인 스커트를 입든 검은색 불투명 스타킹 하나면 OK. 다양한 디자인의 스타킹을 사들이는 것은 ‘스타일’의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나 낭비일 뿐이다(그럴 바엔 다양한 컬러의 레깅스를 사는 것이 훨씬 낫다).

검은 스타킹은 월드스타

여성들의 옷차림이 어느 날 갑자기 폭풍처럼 불어닥친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에 의해 순식간에 바뀌는 것과 달리 남성들의 옷차림은 가랑비에 젖는 옷처럼 서서히, 그리고 은근히 변화한다(다른 나라 남자들에 비해 한국 남자들의 패션은 그 변화 속도가 특히 더디다). 레그웨어(남자들의 레그웨어라고 해봤자 양말밖에 없지만)를 대하는 남자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슈트엔 흰 양말!’을 당연시하던 시절에서 ‘슈트에 흰 양말을 신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짓이다’라는 인식이 남자들 머릿속에 각인되는 시점까지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여전히 대부분의 남자들이 양말에 대해 ‘검은색이나 회색, 감색 계열의 양말을 적당히 골라 신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여성복뿐만 아니라 남성복에서도 양말은 스타일을 완성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개개인의 감각을 드러내는 좋은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신경을 쓰는 넥타이나 슈트와 달리, 아직 관심을 기울이는 남자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양말의 경우, 조금만 신경을 써도 ‘스타일리시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양말 잘 신기’의 매력 중 하나.

게다가 남자들의 경우, 양말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데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그다지 많지도 않다. 기껏해야 양말의 컬러는 팬츠보다 구두 컬러에 맞추는 것이 좋다(고로 다양한 컬러의 양말로 멋을 내기 위해서는 ‘구두는 무조건 검은색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버려야만 한다), 스트라이프나 아가일 체크를 비롯해 무늬 있는 양말만으로도 옷차림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그러나 화투장이나 미키마우스 등 유치하기 짝이 없는 무늬는 절대 엄금!), ‘신사’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바지 밑단과 양말 사이의 맨다리를 남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로 양말의 길이는 어떠한 자세를 취했을 때에도 ‘맨다리’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충분히 길어야 한다)는 정도.

10년 써먹는 남자를 위한 양말 코디법

간단하지 않은가? 게다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 몇 가지 규칙은 어지간해선 바뀌지도 않으므로 한 번만 알아두면 10년은 족히 써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양말이 단순히 신발과 발 사이에서 땀을 흡수하는 기능만을 가진 아이템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넥타이나 벨트, 구두 못지않게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뚜렷이 인지하는 것이다.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와 ‘물이 반이나 남았다’의 사소한 차이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듯, 사소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양말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가 한 남자의 스타일을 결정지을 수 있다.

자, ‘경쾌하고 발랄한 캐주얼룩을 완성시키거나, 슈트 차림에 포인트를 줄 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남성용 양말을 찾아 백화점을 헤매다!’ 이 문장을 대하는 당신의 마음은 어느 쪽인가? ‘미친 거 아냐? 양말이 다 똑같지. 잘 보이지도 않는데 뭘 그런 것까지 신경써?’인가, ‘나도 이번 주말엔 양말이나 사러 가볼까?’인가?